상품제안 공모ㆍ연봉제 등 낡은 풍토 쇄신, 흑자경영 매진

『놀랍다. 미쓰코시(三越)의 전무가 찾아오기는 난생 처음이다. 구입가격을 깎아달라는게 아닐까 걱정했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 미쓰코시도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미쓰코시와 장기간 거래해온 의류업체의 한 임원은 너무도 놀랐다. 「미쓰코시」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백화점 최고의 브랜드다. 「미쓰코시」는 상품에 관한한 신용의 상징이다. 따라서 문제가 일어나면 거래선이 미쓰코시에 달려가는게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쓰코시의 나카무라전무가 거래선을 직접 찾아온 것이다.나카무라전무가 업체를 찾아나선게 물론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전무에 취임한 이래 이를 계속해 왔다. 그는 방문기업의 관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쓰코시는 지금 살아남기 위해 매력적인 점포만들기에 모든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도움을 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현재 진행중인 개혁에 대한 경영진의 자세를 거래선들에 솔직하게 설명한다.「목적지로 향하는 영업본부」. 영업본부장인 나카무라전무는 이러한 캐치프레이즈로 영업본부 사원들을 현장으로 내보낸다. 구입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나카무라전무는 각 점포에 몇사람씩 바이어를 배치한다. 상주바이어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상품은 가만히 있어도 모여든다」는 미쓰코시의 고정관념을 깨뜨려버린 것이다.미쓰코시가 이처럼 개혁에 나선 이유는 실적부진 때문이다. 99년2월기 매출은 6천8백48억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6. 7%가 감소한 것이다. 경상이익 또한 8천6백만엔으로 무려 98.1%나 줄어들었다. 2백46억엔의 최종 적자를 냈다. 지난 49년 상장 이래 처음으로 무배당으로 전락했다. 연결베이스로도 1백14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8기연속 적자였다. 연결주주자본은 1백91억엔(주주자본비율 3.4%)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다. 연결 부채도 3천5백억엔을 넘어섰다. 벼랑끝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미쓰코시 부진의 결정적 요인은 골프장개발의 실패. 5백80억엔을 투입한 야치마타 컨트리클럽 개발이 버블 붕괴로 무산됐다. 이로 인해 99년2월기에 1백13억엔의 특별손실을 계상했다.◆ 위기 타개 위해 조기희망퇴직자 모집위기 타개를 위해 이노우에 가즈오사장은 4월25일부터 5월6일까지 조기희망 퇴직자를 모집했다. 창업 이래 처음이었다. 대상인 40~59세까지의 5천5백명 가운데 1천1백51명이 응모했다. 이로써 연 1백7억엔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리스트럭처링이 조기퇴직 뿐만은 아니었다. 신주쿠 남관의 폐쇄, 티파니주식의 매각, 「영빈관」이라 불리는 도쿄 고마자와의 「미쓰코시 실버하우스」의 매각, 임원 감축, 골프장개발 포기 등…. 중병에 시달리고 있는 본업을 살리기 위해 대담한 개혁에 나선 것이다.일본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얼굴기업인 「시니세」의 하나인 미쓰코시. 메이커들은 미쓰코시와 거래를 트는 것을 꿈으로 여겨왔다. 무차입경영은 미쓰코시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하기도 했다.이같은 미쓰코시가 왜 추락하고 말았는가. 바로 역대경영진들의 부실경영 때문이다. 오카다 전사장의 10년에 걸친 사리사욕으로 실적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82년에 오카다사장은 결국 옷을 벗었다. 이치하라 전사장에 이어 86년에 사장에 오른 사카쿠라씨는 버블경제에 휩쓸려들고 말았다. 골프장 개발, 스포츠클럽경영, 자동차판매 등 확대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하나같이 실패했다. 후임 쓰다 전사장도 버블에서 헤어나지 못했다.이노우에사장은 지난 20년 이상 계속돼온 이같은 부(負)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 개혁에 나섰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틀린 것은 모두 고친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지난 1년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식시장의 반응이 차가웠다. 98년1월 4백51엔이었던 주가가 99년3월에는 한때 2백65엔으로까지 곤두박질쳤다.그러나 1년이 지나면서부터 대담한 개혁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쓰코시 중흥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와세 에이이치로 전사장의 아들 게이이치로씨를 자회사인 니코(二幸)로 보냈다. 낡은 미쓰코시의 기업풍토를 쇄신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류작업은 외부에 위탁했다.이뿐만 아니다. 3천억엔을 넘는 자산을 활용, 적자점포폐쇄 등 리스트럭처링에 나서고 있다. 이미 부실자회사의 투자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1백96억엔의 특별손실을 계상했다. 이노우에사장이 원상회복을 위한 체질개조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미쓰코시의 최대 과제는 본업의 회생이다. 소매업의 회생없이는 리스트럭처링도 의미가 없어진다. 본업회생을 위해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탈피작업이 시작됐다. 지난 3월 신문광고를 통해 구입상품을 공모한 것이 바로 그 사례다. 「미쓰코시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상품제안을 공모한다」. 신문을 장식한 이같은 광고의 파장은 엄청났다. 『천하의 미쓰코시가 이럴 수 있느냐』는 비판의 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노우에사장은 『이미 허세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며 공모를 밀어붙였다.공모에 대한 반응은 대단했다. 4월말까지 1천10개사가 1천6백29점을 응모했다. 이 가운데 채택된 상품을 이케부쿠로점의 「스테키(素敵 근사함)생활」 매장에 전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개점이후 예상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매장쪽에도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히라이데상무는 『종전 미쓰코시의 최대 무기로 인정받아온 5가지의 원칙을 부정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단골 고객제 △매장별 매출제 △모든점판매 △개인에 의한 주겐(추석)세보(연말) 판매 △점외판촉 등 5가지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11월부터는 신임금제도도 도입된다. 연공서열형에서 실적연동형으로 바뀐다. 직무의 내용에 따라 급여가 차등지급된다. 영업이익의 목표 달성도에 따라 지급액이 최대 50%까지 차이가 난다. 연간수입이 2백만엔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이노우에사장은 지난 2월 골프장 개발포기, 부실자회사 현황, 동업타사와의 점포이익률 비교, 신임금제 등이 담긴 「중장기경영계획액션프로그램실시책」이라는 소책자를 전사원에게 돌렸다. 『회사의 위기적 상황을 현장에까지 알리기로 했다』는게 이노우에사장의 설명이다.최근들어 미쓰코시에 부활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고객이 조금씩 되돌아오고 있다. 지난 6월 신주쿠 남관의 폐관세일효과를 제외하더라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가 늘어났다. 오래간만에 플러스로 반전된 것이다.『연간 30억엔의 적자를 내는 요코하마점과 오사카점의 경우 올해안에 개선되지 않으면 폐점도 불사한다.』 이노우에사장은 『미쓰코시가 반드시 재생된다』며 개혁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일본백화점의 얼굴 미쓰코시의 미래는 이노우에 개혁의 성패여부에 달려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