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 두자릿수 진입 초읽기정부는 지난 12일 대우사태의 핵심인 투신사 수익증권(펀드) 환매대책을 내놓았다. 은행 보험 연기금등 금융기관에 대한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제한을 13일부터 해제하기로 한 것. 그 대신 펀드내 편입된 무보증 대우채권비율만큼은 환매를 연기, 내년 7월이후 정산키로 했다. 파격적인 조치는 아니었지만, 정부가 시장 흐름속에서 나름대로 찾아낸 합리적인 대책으로 평가받았다.그러나 역설적으로 13일 시장불안은 최고조에 달했다. 채권시장은 이렇다할만한 주문도 없이 거의 마비상태에 빠졌고 종합주가지수는 31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와중에 금리는 소폭 오름세를 나타내 13일 현재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16%포인트 오른 연 9.86%를 기록했다. 또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도 전날보다 0.10%포인트 상승한 연 8.85%를 나타냈다. 이들 금리는 오전장보다 오후장에서 더많이 뛰어 금리상승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정부의 수익증권 환매대책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관투자가들이 극도의 관망세를 취하면서 거래가 실종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번주(8.16~8.21)부터 환매요청이 본격화 될 경우 시중금리는 연 10%선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연 12%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문제는 최근 금리상승이 경제전반의 펀드멘탈을 반영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금융메카니즘 자체의 동요에서 촉발된데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 8%이상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금리상승을 어느정도 당연시하는 시각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작년 경기가 워낙 바닥이었던 탓에 최근 성장률 호전은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 또 물가가 거의 제로상태에서 안정을 보이고있는 만큼 실물경제 자체만 놓고볼 때 최근 금리는 이상급등이라는 지적이다.어쨌든 대우쇼크의 여파로 채권시장에 난기류가 형성되면서 향후 금리가 본격적인 두자릿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대우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이같은 예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지난 10일 연10%를 넘어선 적도 있는데다 정부의 창구지도가 없었더라면 계속 오를 분위기다.◆ 기조적 상승 가능성 높아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그동안 공들여온 경기회복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서울은행 자금부의 서종한 부부장은 『채권금리가 두자릿수에서 정착하면 은행권의 예금 및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또 최근 회사채 금리급등이 대우 쇼크에 따른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앞으로 대우문제 처리에 따라 일시적 안정은 있어도 기조적인 상승추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과 인플레 수준에 따라 움직이는데 올해 1/4분기 4.6% 성장에 이어 2/4분기 전망치는 9%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또 하반기에는 국제유가 상승과 임금 상승,수입물가 상승세 반전 등이 물가불안 압력을 높이고 수해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상승도 우려돼 내년부터는 물가상승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의 김상헌 연구위원은 『작년 하반기이후 계속된 금리 하향세는 경기보다는 물가안정에 근거한 것』이라며 『내년에는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최근의 채권금리 상승이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체감물가수준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철 주은투신 상무도 『경제성장률이 8% 수준이고 물가상승률이 2%, 리스크가 2% 정도라면 현재의 한자릿수 금리를 유지하기 어려워보인다』고 분석했다.채권시장을 수급측면에서 보더라도 금리는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신사 구조조정 및 증시호조와 맞물린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은 역설적으로 회사채 금리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부터 도입된 채권시가 평가제도 부담이다.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 있게된데다 향후 금리상승을 예상하는 투신사들이 적극적으로 채권매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여기에다 투신사들이 안고 있는 대우 계열사 회사채 25조원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나경제연구소의 신동수 연구위원은 『장-단기 금리간 격차가 큰 폭으로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통화당국이 단기금리의 조절을 통해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이와함께 연초부터 계속돼온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도 장기금리 상승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자금의 단기화는 최근들어 심해지면서 지난 7월중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투신의 머니마켓펀드(MMF),종금의 어음관리계좌(CMA),증권의 고객예탁금 등 단기금융 상품에 몰린 자금이 무려 15조원에 달한다. 이같은 시중자금의 단기화는 최근 잦은 등락을 나타내고 있는 증권시장의 여건을 감안할 때 이른 시일내 해소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기회복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수요 증가와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두자릿수 금리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게 저금리 기조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다.문제는 내년부터다. 올하반기 금리는 연 10%안팎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내년은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이 완전히 달라진다. 만약 두자릿수의 금리가 정착될 경우 「신 고금리」는 실물부문의 경기회복세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게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도 『과거의 경험상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10%대에 이르면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돌아서곤 했다』고 토로했다. 이 경우 올해의 고성장은 연초에 많은 이들이 우려 했듯이 「반짝 경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금리상승의 부작용은 증시에도 나타나 기업들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저해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종합주가지수는 1백69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대우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7월9일 회사채 수익률은 7.99%, 종합주가지수는 1천27이었으나 회사채 금리가 9.5%까지 올랐던 7월23일의 종합주가지수는 9백4.96이었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이 그다지 과장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환율 / 원화 절하 가속지난 6월말 달러당 1천1백50원선까지 떨어졌던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최근 1천2백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다지 급등하는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당분간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대우사태가 터지기 전엔 시중에 달러가 넘쳐났다.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된데다 대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해외합작 지분자금이 속속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외환당국은 오히려 급격한 원화절상을 막기 위해 시장개입까지 해야했다.그러나 대우사태로 인해 국가신인도가 다시 한번 추락하면서 원화가치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대우사태이후 최근까지 증시를 이탈한 외국계자금은 모두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안이 발표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매매일수 기준으로 17일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는 2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발표직전 매매일수 17일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조5백50억원으로 대우쇼크 이후 순매도 규모가 68.1%나 늘어난 것이다.하루 평균 순매도 규모로 비교할 경우 대우의 구조조정안 발표 이후에는 하루 평균 1천43억원이었으나 발표전에는 이보다 4백22억원이나 적은 6백21억원이었다.이는 그만큼 대우사태가 외국인 증시이탈을 가속화시켰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증시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지속된 것이 모두 대우문제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대우쇼크가 어느 정도 순매도의 속도를 가속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이에따라 서울외환시장에도 하루가 다르게 외국인들의 환전(원화→외화)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외국인들의 환전은 주식시장에서의 매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자금을 현금으로 홀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금을 해외로 철수시키는 것이다. 그런 자금은 요즘 하루 평균 1억달러 정도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자금 속속 이탈13일 현재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1천2백6원. 그러나 이번 주(8.16~8.21)에도 환율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수계획은 확정했지만 환율상승속도를 보며 아직 환전을 하지않은 외국인자금이 상당수 있는데다 최근에는 국내기업들 마저 수출자금네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8월말까지 외화표시 부실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하는 시중은행들도 새로운 매수세력으로 부각되고 있다.이 가운데 국내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외자유치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후문이다. 8월초 한빛은행이 해외 DR(주식형 예탁증서)를 발행하면서 당초 예정가(주당 9천원)보다 25%가량 깎인 선에서 발행을 했듯이, 외자유치를 하더라도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향후 수급측면에서 볼 때도 환율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사태뿐만 아니라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편하고 있는 분위기다.이 과정에서 「주식시장 매도 - 외환시장 환전」이라는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지수(MSCI)는 최근 아시아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을 전면 재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역외외환시장(NDF)에서의 달러매수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NDF가 전통적으로 원화환율의 향배를 민감하게 반영해 왔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심각한 국면이라는 해석도 있다.산업은행의 문성진 딜러는 『시장에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각종 루머들도 난무하고 있다』면서 간헐적으로 『거액의 대기매물이 있다는 소문이 장중에 나돌곤 하지만 대부분 헛소문』이라고 시장분위기를 전했다.일각에서는 최근 원화절하가 경상수지에는 보탬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상승이 시장의 정상적인 수급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불안하게 여긴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선취매하는 양상속에서 빚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아직도 구조조정을 마치지 못한 대기업들의 외화부채 상환부담을 가중시켜 경영수지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올하반기부터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해제되면서 대일무역적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경상수지 호전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무엇보다도 경제체질의 개선없이 환율이라는 가격변수에 의해 경상지수가 좋아진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