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뱅크 배윤식 대표(32)는 요즘 신바람이 나있다. 제품공급이 달릴 정도로 사업이 잘 되고 있어서다. 경기가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사업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배대표의 사업은 그렇지 않다. 생산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그의 사업아이템은 카트리지 재생. 프린터 소모품인 잉크 및 토너를 용기에 다시 담아 파는 이른바 리필(Refill)사업이다. 창업초기에는 딜러를 통해 제품을 팔았으나 지난해말 「레이저 뱅크」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화, 성공신화를 일궈내고 있다. 10여명 직원이 한달 평균 8천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배대표가 사업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지난 96년. 군제대후 미8군 카지노에서 딜러로 근무할 때였다.『문서를 출력하는데 인쇄가 제대로 되지를않더군요. 프린터기기에 이상이 있나 여기저기 살펴보았으나 정상이었어요. 기기이상보다는 토너가 떨어진 것이 문제였어요. 레이저토너통을 꺼내 보니 「Refill」이라고 적혀 있었어요.』지금은 보편화됐지만 그에게 토너를 재생해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충격이었다. 당시에는 대부분 토너가 떨어지면 아까운 용기를 통째로 버리고 새 토너를 구입해 사용했기 때문이다.미국 카지노딜러발령이 자꾸 지연되자 이번 기회에 사업을 한번 해보자고 결심하고 사표를 냈다. 사업아이템을 카트리지 재생으로 정했음은 물론이다. 재활용산업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었던데다 사전 시장조사결과 카트리지 재생업체도 몇군데가 있어 자신은 있었다.『막상 시작하고 보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기술 수준이 부족해서인지 재활용품의 불량률이 무려 50%에 달해 도저히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오죽했으면 한개 주문을 받으면 10여개의 재생토너를 가지고 갔겠어요.』 배대표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재활용산업이 발달한 미국에 알아보았다. 토너를 재생하는 법을 담은 비디오와 책 등 관련 자료가 많았다. 관련자료를 모두 구입해 비법습득에 나섰다. 8개월여를 씨름한 끝에 재생법을 터득했다. 공장도 직접 설립, 제품을 생산했다.서울 여의도동 등 사무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홍보 전단을 돌리는 등 판촉전을 전개했다. 그러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무리 재생품의 품질이 새제품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강조해도 고객들의 「재생토너=불량품」이라는 등식은 깨지지 않았다.그러나 97년초 IMF구제금융에 따른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기업들이 경비절감에 나서면서 재생토너 및 잉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주문량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어 판촉을 자제할 정도였다. 하루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 한정돼 있는데다 잉크 및 토너를 담을 폐카트리지가 부족한 것도 공급부족 현상을 심화시켰다.이런 과정을 통해 기반을 잡은 그는 올들어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레이저 뱅크를 브랜드화, 프랜차이즈사업에 나선 한편 프린터제조업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카트리지 재생업을 하면서 토너 및 잉크도 인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 못지않게 프린터성능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02)3465-13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