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접속서비스에 가입하거나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웹광고를 열람하면 PC를 거저 드립니다.』미국의 컴퓨터업체나 인터넷 서비스(ISP)업체들의 웹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들. 이처럼 지금 미국 가정용 컴퓨터시장에는 프리PC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프리PC는 말그대로 PC를 공짜(free)로 나눠주는 업체들의 마케팅전략. 3년짜리 인터넷 접속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자신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고 웹에 올려진 광고를 일정시간 이상 열람하는 이용자들에게 수량 또는 기한을 한정해 무료로 공급하거나 환불프로그램을 적용, 제품을 사면 4백∼5백달러를 돌려줌으로써 실제로 공짜나 다름없이 파는 것을 말한다.◆ 프리PC, ‘PC무료공급’ 시작이같은 공짜열기는 올 초 신생웹사이트나 ISP들에 의해 일기 시작해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MS), 마이크론 등 내로라하는 소프트웨어·컴퓨터업체는 물론 아메리카 온라인(AOL)이나 프로디지처럼 1, 2위를 다투는 ISP들까지 끌어들여 그야말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올해 가장 먼저 공짜PC 마케팅의 테이프를 끊은 업체는 벤처기업인 프리PC. 이 업체는 지난 2월 자사 사이트의 광고를 의무적으로 열람하는 이용자 1만명(선착순)에게 컴팩의 가정용 「프리자리오」PC를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발표했다. 이 광고가 나가자 프리PC 온라인에는 이틀만에 50만명의 신청자가 몰려들었다.지난달에는 미국 3위 PC직판업체인 마이크론 일렉트로닉스가 새로운 웹사이트를 개설, 인터넷 서비스가입을 조건으로 PC 무료공급에 나선데 이어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MS도 자사 인터넷 접속서비스인 MSN에 3년간 가입(이용료 총6백47.64달러)한 고객들에게 4백MHz 고속 AMD칩을 장착한 랜 플러스의 PC를 공짜로 나눠주겠다고 밝혔다.공짜바람은 매킨토시분야에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는 프리맥컴이라는 업체가 ISP인 어스링크의 3년짜리 서비스(월 19.95달러)에 가입하는 이용자 1백만명에게 현재 소매가 1천1백60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애플의 가정용 매킨토시「아이맥( iMac)」을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발표해 맥이용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미국 시장조사업체인 PC 데이터에 의하면 프리PC에 대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지난 6월 한달동안 미국 PC소매시장은 계절적으로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작년동기비 35%의 경이적인 판매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4분기 전체로도 미국 PC시장이 작년동기비 35.3% 증가한 1천8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데 프리PC가 한몫 단단히 했다는 것이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분석이다. 말하자면 미국 PC시장이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는 데는 전반적인 경기호황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같은 프리PC 열기도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어쨌든 미국시장에서 일고 있는 프리PC마케팅 열기는 한마디로 PC업체와 ISP, 그리고 이용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데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휴대전화처럼 공짜 단말기를 담보로 가입자를 확보한 뒤 통화료 수입으로 충당한다는 전략이 PC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즉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가는 시장상황에서 ISP들은 가입자 확산을 위해 PC를 미끼로 던지는 것이고 PC업체들은 일정액의 서비스료와 광고주에게서 받는 광고수입 등을 챙기면서 시장도 그만큼 넓혀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광고주들 또한 개인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일대일로 접근하는 DB마케팅을 위해 이같은 전략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프리PC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업고 당분간 미국 컴퓨터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며 컴팩 등을 비롯해 이 대열에 합류하는 업체들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를 낳고 있다.◆ 인터넷 접속기기업체 기술적 전략 모색한편 프리PC 열기는 셋톱박스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포스트PC」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접속기기(internet appliance)의 존재에도 적잖은 위협이 된다는 분석이다.「저가」 및 「간편성」을 앞세워 이용자들을 온라인 세계로 손짓하던 인터넷 접속기기들의 입지가 인터넷 접속서비스와 결합된 프리PC공세로 인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일반PC에 훨씬 못미치는 1백∼2백달러의 가격에 인터넷 접속환경을 제공해 준다는 단말기의 특징이 프리PC앞에서는 여지없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 접속기기 업체들은 가격을 내세우기 보다 위성을 통한 고속 인터넷 접속이나 양방향 통신 등 기술적 측면에서 새로운 고객전략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특히 셋톱박스는 부팅시간이 빠르고 TV 시청과 인터넷 검색간의 신속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웹TV 등 셋톱박스 업체들이 영화를 녹화·재생하게 해 주는 디지털VCR 기능 등 고부가서비스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은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위성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위성안테나같은 장비와 요금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여기에 위성서비스업체들이 아직 완벽한 기술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앞으로의 과제로 남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프리PC 바람이 인터넷 단말기업체들의 시장전략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긴 하지만 결국은 각각 고유의 수요기반을 바탕으로 심각한 영역침범 없이 병행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한편 국내에서도 최근 컴퓨터 및 PC통신업체들로부터 「프리PC」라는 이름의 마케팅전략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의 프리PC 마케팅은 미국과 다른 성격을 보인다. 미국 업체들이 일정기간 인터넷 이용료를 받는 대신 PC를 거의 무료로 제공하는데 반해 국내에서 공급되는 프리PC는 PC통신요금에 PC자체의 할부금액이 포함돼 있어 엄밀한 의미에서 공짜가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에 이용자가 3∼4년 동안 매월 지불하는 금액을 더하면 이자비용이나 가격하락추세를 감안할 때 오히려 비쌀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PC를 월 4만∼5만원 가량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끈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이와 관련,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시장에서는 PC가 1백만∼3백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품이어서 소비자들이 선뜻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 할부와 PC통신을 묶어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PC구매의 기회를 넓혀 주는 새로운 마케팅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따라서 국내시장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프리PC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선 50만원 안팎의 저가PC가 일반화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하나로통신이 PC업체와 제휴, 파격적인 가격의 PC 공급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