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실력ㆍ미적 감각 두루 갖춘 '전문가' 자리매김 ... 적극성ㆍ체력 필수

「색다르다」. 앞면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전식 설명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푸드스타일링(Food Styling)과 프랍스타일링(Prop Styling)이다. 「음식에 대한 생명을 불어넣는 요리디자인.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음식이 카메라 앞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만드는 예술」. 푸드스타일링에 대한 설명이다. 프랍스타일링은 「음식의 주제, 특성,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식기 식탁보 장식 소품 등을 매치시킴으로써 음식사진의 예술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프랍스타일리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조민아(30)씨의 명함이다.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아직 우리 사회에 대중적으로 인식되지 못한데 따른 배려다. 그러나 우리 일상속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요리잡지나 요리서적, 호텔 레스토랑의 브로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나오는 메뉴판 등에 군침이 돌 정도로 맛깔스럽게 올라 있는 음식사진을 생각하면 된다. 「혀」로 느끼는 맛 이전에 「눈」으로 즐기는 맛을 연출해 보여주는 직업이다. 현재 국내에서 푸드스타일링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열손가락을 못채울 정도. 그만큼 아직은 생소하다. 이런 「낯선」 직업을 택한 동기가 궁금했다.◆ ‘바닥부터 튼튼히’ … 미국 유학 결행『음식과 관련한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에 대한 「갈증」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요리촬영을 도와주면서 나름대로 이 분야에 대한 이해도 생겼고요.』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잘 나가던 홍보담당자였다. 그것도 호텔업계에서 홍보를 잘 한다고 알려진 웨스틴 조선호텔에서다. 그러나 요리에 대한 갈증, 그것은 스멀스멀 전신을 죄어오는 압박이었다. 결국 3년간의 직장생활을 접었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의욕이 앞섰다』고.일단 결심이 서자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목표를 향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퇴직금과 적금 등을 모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때가 지난 96년말.뉴욕에서 요리만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다시 요리에 관한 한 가장 유명한 학교의 하나로 손꼽히는 CIA에서 2주일간 푸드스타일링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요리전문교육기관을 먼저 택한 것은 『바닥부터 튼튼히 다지자는 생각에서였다』고. 푸드스타일리스트보다는 푸드코디네이터로 통용되는 일본의 경우 요리실력보다는 미적인 감각이나 능력이 중시되지만 미국에서는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려면 요리실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그러나 모든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요리관련 전문적인 용어부터 공부해야 하는 등 장난이 아니었다』고. 게다가 불을 다루는만큼 항상 긴장해야 하는게 요리인데 이런 요리를 하루에 10여종류 이상을 만드는 스파르타식의 고된 교육의 연속이었다는게 조씨의 기억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CIA수료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푸드스타일리스트의 한 사람으로 유명한 들로러스 커스터의 어시스턴트로 근무할 수 있었다는 사실. 『무보수였지만 배운다는 욕심으로 열심히 했다. 요리학교에서 기본을 배웠다면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실무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는게 조씨의 말이다.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경력을 쌓아가던 조씨는 IMF가 터지면서 1년 2개월간의 미국생활을 정리했다. 귀국후 자신을 알리는 일이 급했다. 요리전문지와 여성지들을 찾아 다니면서 자신을 알렸다. 홍보실에 근무하면서 알게 모르게 몸에 박혔던 적극적인 성격이 큰 도움이 됐다. 다행히 일감이 들어오면서 차츰 이름도 알려지게 됐다. 지금은 잡지 광고 방송 강의 단행본출간 등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쓸 정도로 어엿하게 자리를 잡았다.◆ 능력따라 수입 천차만별수입이 궁금했다. 『개인능력이나 지명도, 경력 등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게 조씨의 답. 게다가 사진·요리 ·시간 등 작업에 따른 요금계산방식도 여러가지여서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굳이 액수를 말하자면 어림잡아 월 2백만~3백만원 수준이라는 것이 조씨의 설명이다. 전문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그러나 이런 사정과는 무관하게 요즘 조씨에게는 중학생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푸드스타일리스트에 관련한 문의가 밀리고 있다. 자유직인데다 스타일리스트(또는 코디네이터)라는 직함에 대한 환상으로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하지만 푸드스타일링이 유행에 민감한데다 인식도 낮아 일감이 많지 않으며, 국내에는 전문적인 교육기관도 없어 그만큼 개인의 적극성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씨의 조언이다. 아울러 푸드스타일링이 육체적으로 힘든만큼 강한 체력도 필요하며, 미적 감각은 물론 요리실력도 갖춰야 하는 등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요리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요리 자체를 즐기는, 요리에 대한 「애정」입니다. 사진만을 위한 요리는 의미가 없습니다.』 아직 자신만의 스타일이 부족하다며 겸손을 보이는 조씨가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픈 충고이자 자신도 이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한 맺음말이다. (0342)702-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