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확장 사업 정리·애널로그분야 특화 등.....개혁 속도가 성공 열쇠

지난 7월1일 아사히화성(旭化成)이 35년부터 계속해온 식품사업을 2백40억엔에 일본다바코산업(JT)에 팔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과 기술이 본업인 화학이나 섬유와 달라 고전하고 있던 식품사업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사히가 식품업체들과 경쟁하기란 사실상 무리였다.아사히화성은 이번 사업양도 때 종업원대책에 만전을 다했다. JT에 희망자전원을 넘겼다. 고용조건을 아사히근무 때 이상 수준으로 높였다. 연금액부족분은 아사히쪽에서 매워줬다. 그 결과 아사히에 남은 양도이익은 1백억엔선에 머물렀다. 사업을 떼내는데 모든 신경을 쏟은 것이다.아사히는 협상과정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40년 가까이 계속해온 다각화 노선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식품사업의 매각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아사히화성은 지난4월 발표된 중기 3개년계획 「ISHIN2000」을 통해 2001년도의 연결매출 목표를 「1조2천억엔 플러스 알파」로 잡았다. 99년3월기의 연결매출은 1조1천7백18억엔으로 전기에비해 8.6%가 줄어들었다. 아사히는 또 현재 1.6%인 총자산이익률(ROA)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비핵심사업의 정리에 나섰다. 그 첫작품이 바로 식품사업의 양도였다.아사히화성은 문어발식 확장의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뿌리사업인 화학섬유를 비롯, 생활용품 주택 석유화학기초원료 대규모집적회로 의약품 등 1백여가지에 이른다. 사업부문도 무려 12개로 이뤄져 있다.아사히는 이같은 백화점식 사업들을 시장순위 기술 및 코스트우위성 브랜드력에 따라 경쟁우위사업과 구조개선 축소정리사업으로 나눴다. 경쟁우위사업으로 생산능력 세계 2위인 화학섬유원료 아크릴로니트릴과 세계 1위인 재생섬유 벤버그등 20개를 선정했다. 구조개혁을 통해 2002년3월기에 경쟁우위사업의 비중을 75%선으로 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99년3월기의 경우경쟁우위사업이 전체매출의 56%를 차지했다. 아사히가 문어발식 확장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경영전략을 1백80도 수정한 것이다.야마모토 가즈모토(山本 一元)사장은 『과거의 실적과 장래의 경쟁력을 보면 손을 떼야 할 사업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실행은 어렵다. 톱의 임무는 큰도끼를 휘둘러 시들어가는 사업을 잘라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지난 97년6월 취임한 야마모토사장에게는 2가지 사명이 부여됐다. 그 하나는 갈수록 악화되는 실적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아사히의 연결매출은 92년3월의 1조3천58억엔을 피크로 정체상태에 들어갔다. 다른 하나는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리는 것이었다.야마모토사장이 아사히회생의 총대를 메고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중흥의 아버지」로 통하는 미야자키 전회장의 다각화노선이 그 불씨였다. 미야자키회장은 61년 사장취임후 92년4월17일 타계할 때까지 31년동안 경영을 맡았다. 미야자키회장은 비즈니스찬스가 생길 때마다 적자를 감내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업체」로 통해왔다.사업평가도 엉망이었다. 유일한 평가기준은 이익의 절대규모였다. 1백억엔을 투자해 10억엔을 버는 것보다 5백억엔으로 12억엔 버는 쪽을 중시했다. 사업의 질보다는 외형을 키우는데 더 관심을 쏟을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유미쿠라 전사장은 지난 96년 「WING21」이라는 3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핵심사업으로 키우려던 일렉트로닉스와 헬스캐어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범용수지인 폴리스틸렌공장 등을 정리했으나 출혈을 막지는 못했다. 유미쿠라사장이 쓰러지면서 야마모토부사장이 그 뒤를 이었다.아사히를 병들게 한 또 한가지 증상은 대기업병이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사히의 사내분위기는 자유분망했다. 상하간에 격의없이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바로 포스트 미야자키를 둘러싼 권력투쟁 때문이었다. 신규사업으로 수익원이 된 주택건재부문과 간판사업인 섬유화학부문간의 주도권경쟁이 벌어졌다. 구조개혁이 제대로 추진될리가 없었다.◆ 중기 계획에 대한 시장 평가 ‘긍정적’야마모토사장은 부사장 때부터 개혁의 선봉장을 맡았다. 지난 97년4월 자산을 분할, 사업부문별로 대차대조표를 산출하도록 했다. 사업부별로 차입금을 산출, ROA를 경영지표로 도입했다. 자산의 효율을 중시한 경영이 시작되면서 사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종전에 핵심사업으로 발언권이 강했던 섬유 석유화학부문이 코너로 몰렸다. 대규모 설비투자에 비해 형편없는 이익으로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야마모토사장은 사원의 의식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30대 후반의 과장급을 한번에 10명 정도씩 불러모아 술자리를 함께 한다. 부장급들과도 수시로 만난다. 사업부문별 기획담당부장들을 매달 도쿄 히비야의 사장실에 있는 6인용 테이블에 모아놓고 사업을 논의한다. 그는 임금에도 손을 댔다. 관리직에 대해서는 소속부문의 실적을 기준으로 상여금을 최대 20만엔까지 격차를 두기로 했다. 부문장이 사장과 계약한 실적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에 따라 상여금의 기본베이스가 달라진다. 이러한 실적을 측정할수 있는 잣대로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도입했다.아사히의 중기계획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발표전인 지난 1월 4백65엔으로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4월에는 7백72엔으로 뛰었다. 『자산과 사업을 압축, 재무지표를 개선하는 수법이 유럽 미국투자자들에게 먹혀들어갔다』는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문제는 성장을 담보할만한 사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렉트로닉스사업은 규모를 3분의 1로 축소, 애널로그분야로 특화할 계획이다. 의약품분야에서는 올해 2개 품목을 판매할 예정이나 차기제품 개발이 계속지연되고 있다.「선택과 집중」을 내용으로 하는 구조개혁으로 아사히화성이 세계적인 회사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야마구치회장은 『개혁의 방향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며 『스피드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평가를 미루고 있다. 거대기업간 제휴로 핵심사업에 경영자원을 집중하는 세계적인 추세속에서 아사히화성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