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1백개 인터넷 벤처기업 인수 ... '출자 기업 경영 참여안해' 장점
한국계 손정의(孫正義 손마사요시, 42)소프트뱅크사장의 인터넷재벌 경영이 화제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몇년간 1백개사를 넘는 벤처기업들을 매수, 글로벌규모의 인터넷제국을 구축했다. 「일본의 빌 게이츠」란 별명으로 일찌감치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손사장. 그는 이미 인터넷시장의 셰어에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를 앞지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손사장이 세계최고부자 미국의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회장)를 누를 날이 다가왔다고 전망한다.소프트뱅크는 지난 7월 미국의 자회사인 킹스턴 테크놀러지사의 보유주식을 팔았다. 소프트뱅크는 PC의 처리능력을 높일 수 있는 증설메모리 등을 판매하는 킹스턴사를 96년에 4천3백억엔에 매수했다. 『인터넷에 완벽히 특화하겠다는 의사표시다. 미국자회사의 역할은 끝났다.』소프트뱅크는 모든 경영자원을 네트워크비즈니스에 투입하고 있다. 올2월에는 98년 여름에 설립한 「온세일」을 통해 본격적인 온라인경매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등 2개사와 공동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자동차판매중개서비스인 「MSN카포인트」의 일본판을 내겠다고 발표했다. 5월에는 중고차경매 최대회사인 USS사와 제휴했다. 중고차판매사에 경매정보를 제공하는 신회사 설립에도 합의했다. 6월에는 미국증권업협회(NASDA)와 내년중에 나스닥재팬을 창설키로 합의했다. 7월에는 서적 온라인거래를 위해 세븐일레븐재팬 도한과 손을 잡았다. 이어 인터넷상에서 자산운용을 지원하는 「E어드바이저」를 설립키로 했다. 8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도쿄전력과 함께 무선기술을 활용, NTT회선을 사용하지 않는 초고속 저가의 새로운 통신회선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시대 예견하고 창업소프트뱅크가 네트워크비즈니스에 왜 이처럼 모든 힘을 쏟고 있는가. 바로 손사장의 네트워크시대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그는 미국유학 등을 통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시대가 올 것을 예견했다. 미국 UC버클리 경제학부 재학중 특허를 딴 「음성장치부착 다국어번역기」를 샤프에 팔아 벌어들인 1억2천만엔 가운데 쓰고남은 9백60만엔을 자본으로 PC소프트웨어 도매업인 소프트뱅크를 차렸다. 성공스토리의 기반인 소프트뱅크가 탄생한 것이다. 약관 24세 때인 81년9월이었다. 그는 눈깜짝할 사이에 회사를 업계정상에 올려놓았다. 현재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손사장은 이 자금을 무기로 미국에 뛰어들었다. 컴퓨터관련 세계 최대 전시장인 「컴덱스」를 9백63억엔에 사들였다. 이어 세계 최대 컴퓨터관련 출판사인 지프데이비스사의 주식70%를 확보했다.95년부터는 인터넷검색서비스쪽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초로 노린 것은 야후. 11월에 2억4천만엔을 시험적으로 투자했다. 96년3월 새건물로 막 이사한 야후를 방문, 창립자인 제리 양에게 1백26억엔에 야후주 32%를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머리가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당시에는 위험부담이 엄청난 사업이었다. 그는 15∼20년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는게 양씨의 회상이다. 한달후 야후주가 상장됐다. 소프트뱅크는 총 4백26억엔을 야후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야후주의 일부를 매각하여 얻은 이익 5백40억엔을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현재 보유중인 야후주는 27%. 시가로는 1조엔이 넘는다.『손사장의 생각은 타당하다. 인터넷기술은 모든 산업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네트워크비즈니스가 고수익을 낼수 있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손사장도 모든 사업이 성공한다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도이체증권 도쿄지점의 선임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그러나 손사장은 다르다. 그의 소프트뱅크는 검색분야 최대업체인 야후를 거느리고 있다. 야후는 금융관련부문만을 모은 야후파이낸스를 운영, 타사를 압도하는 히트작을 내고 있다. 소프트뱅크계열 온라인브로커인 E트레이드와 투신평가사인 모닝스타 등은 야후파이낸스를 경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연속히트작을 낼 수 있는 이유다. 힛트수는 TV의 시청률과 마찬가지다. 많을수록 광고수입이 늘어난다. 서적이나 자동차판매 등은 야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야후는 손사장의 표현처럼 「돈을 낳는 나무」다. 야후의 시가총액은 8천억엔. 대표적인 민영방송인 후지TV(7천억엔)를 앞선다. 야후가 일본 최대 메디아로 자리잡았다는 증거다.손사장은 인터넷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는 경영자다. 미국증권업협회가 소프트뱅크를 일본진출의 파트너로 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스닥재팬창설로 소프트뱅크 그룹이 또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손사장의 출자기업에 대한 자율경영보장도 소프트뱅크그룹 성장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손사장은 미공개기업에 잇따라 출자, 1백개사에 이르는 대그룹을 일궈냈다. 인터넷분야의 세계 최대 기업집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출자기업의 경영에 참견하지 않는다. 파트너로서 지원하는 입장이다. 『일본에선 찾을 수 없는 타입의 경영자다. 제휴기업들이 안심하고 소프트뱅크의 출자를 받아들인다. 소프트뱅크는 급성장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한다.과연 소프트뱅크가 초고속으로 계속 달려나갈 수 있을까. 최대의 관건은 바로 주가다. 소프트뱅크를 비롯, 야후 소프트뱅크테크놀러지 등의 주가가 폭락하는 것이 최대의 위험 요소다. 그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야후의 PER(주가수익률)가 현재의 1천배에서 일본기업의 평균수준인 50배로 되기까지는 이익이 연50%씩 계속 증가하더라도 1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엄청나게 높다는 얘기다. 손사장은 수익보다는 그룹 전체의 시가총액을 중시한다. 현재의 주식시장은 인터넷붐을 타고 있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붐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때까지도 신용상태를 유지할 것인가가 최대의 과제다.◆ 일본에선 찾을 수 없는 경영자『네트워크사회와 디지털혁명은 앞으로 30년에 걸쳐 생활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더불어 소프트뱅크도 발전을 계속할 것이다.』 손사장은 소프트뱅크가 디지털혁명을 위해 맨앞장에 서야 한다고 강조한다.파칭코를 경영한 한국인 아버지와의 사이에 4형제중 차남으로 사가현에서 출생한 손사장. 일본 맥도날드를 최대패스트푸드로 키운 후지다 덴씨를 동경, 일본 1위의 실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16세 때 고교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야스모토(安本)」대신 「손」이란 이름으로 바꿨다. 유학후 일본에 돌아온 다음 「20대에 이름을 알리고 30대에 돈을 모으며 40대에 승부하고 50대에 완성시켜 60대에 사업을 계승한다」는 「인생 50년 플랜」을 세웠다. 인터넷재벌을 향한 그의 그랜드디자인이 구체화해 가고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