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1107250서울 강북의 삼선교에 있는나폴레옹 과자점. 70년대에혜화동 일대의 중고등학교를다닌 지금의 30, 40대 중에는이 빵집에 떼거리로 몰려갔다가 출입을 거절당한 경험을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성인용 영화를 하는 극장도 아닌 빵집에서 중고생 출입금지라니.『고급 빵집 수준을 유지하기위해 애를 썼습니다. 중고생들에게 단팥빵 곰보빵을 파는것도 매출은 늘려줬겠지요.하지만 중고생 모임 장소가돼버리면 싼 빵을 팔아야 하고 그러면 동네빵집 수준에머무른다는 것이 당시 운영자인 어머님의 철학이었습니다.』나폴레옹 과자점을 운영하는정암유통 강병천(41) 사장은나폴레옹 과자점이 출발부터일반 빵집과 달랐다고 강조한다. 강사장의 어머니 양인자씨(67)가 나폴레옹 과자점을세운 것은 68년 3월. 그 당시에 이곳은 그날 만든 빵만 그날중 판다는 철학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5백달러도 안되던 시절이다.◆ 프랑스 ESSEC 경영대학원학위『요즘은 다른 곳도 그렇게하지만 우리는 그때부터 남는빵을 고아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했지요. 그 다음날 파는 빵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빵값이다른 곳보다 조금 비쌌지요.당연히 개업후 한동안은 어려웠습니다.』그러나 인근 성북동에 살던외국인들과 상류층을 중심으로 이곳 빵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70년대 후반에는 한남동 외인 주택단지에 납품도 했다. 그때만해도외인주택단지에 납품하는 것이 국산 식품이 품질을 인정받는 길이었다.나폴레옹 과자점의 빵수준에관한 강사장의 자신감은 대단하다. 『세계 최고급이라는프랑스의 4대 빵 브랜드 르노트르, 포숑, 벨띠에르, 달루와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국내 호텔베이커리와 비교하면? 『물론 우리빵이 더 우수하다』는 강사장의 확신은 묻는 사람을 오히려 머쓱하게 만든다.강사장이 나폴레옹 과자점 경영에 뛰어든 것은 89년. 과자점 경영수준도 높이고 제과영역 확대를 위해 정암유통을설립했다. 제과 분야 경영자로는 드물게 엘리트 경영자코스도 거쳤다. 84년 대학(연세대 경영학과)졸업후 프랑스명문고등교육기관을 일컫는그랑제꼴의 하나인 ESSEC경영대학원에 입학, 경영학으로정식디플롬을 받았다.ESSEC경영대학원에 입학해학위를 받은 것은 한국인으로는 그가 처음이었다. 경영학공부하러 가면서 남들 다 가는 미국 대신 프랑스를 선택한 것, 프랑스에서도 빵집만보면 눈길이 간 것은 아마도빵집아들의 운명이 아니었을까.5년간 유럽의 식문화를 경험한 강사장은 고급스럽고 뚜렷한 식문화취향을 갖고 있다.『지방과 설탕을 잔뜩 넣고소다와 함께 먹는 미국식 식사는 쓰레기같다』고 생각한다. 반면 프랑스나 이태리 등유럽의 음식과 식문화에서는배울 것이 많다는 것.식문화와 빵에 대한 생각이뚜렷한만큼 최고 품질 유지를위한 투자도 일반제과점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60여명의 제빵사를 비롯, 직원들을프랑스 제과점 등에 연수를보내기도 한다. 또 프랑스와일본 최고급 빵집의 제빵장을초빙, 새로운 제빵 제과기술도 익힌다. 이 때문인지 나폴레옹 과자점은 성북동에 거주하는 외교관가족과 외국인들이 주요고객이다. 한남동에 살면서 계속찾아오는 외국인도 있다. 프랜차이즈를 안하는 것도 최고수준에 대한 고집 때문이다.90년 잠실에 2호점을 내자 강남지역에서 프랜차이즈를 하자는 전화가 일주일에 평균한 통은 왔다. 모두 거절을했다.◆ 고품질 위해 체인점 개설 안해『수많은 점포를 거느리면서균일하게 고품질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처음 한두달은 기술지도로 가능하겠지만 점포가 급속히 늘고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은 떨어지게돼있거든요. 세계적 제과점포숑도 프랑스 전역에 단 하나의 점포만 가지고 있어요.』대신 강사장이 관심을 갖는것은 제과점의 영역확대. 유럽 제과점들이 소시지 햄 등식육가공품과 차 심지어 야채까지 파는 것처럼 제과점에서다루는 아이템을 늘리는 것이다. 정암유통을 설립한 것도그 때문이다. 제과 도매업에도 진출하고 나폴레옹 브랜드로 만드는 식품을 늘릴 계획이다. 또 파티용 식사나 비행기 기내식을 납품하는 케이터링 분야로 사업영역도 넓힌다는 구상이다.현재 강사장이 일차로 시도하고 있는 것은 유럽식 베이커리 레스토랑. 한국에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빵집과 레스토랑이 결합된 형태이다. 잠실점이 베이커리 레스토랑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삼선교점도 1층은 제과점 2층은 「일솔」이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이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힐튼호텔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폰테」의 주방장 출신인 것도 강사장의 식문화철학이 반영돼 있다.프랜차이즈는 거부하는 강사장이지만 나폴레옹 과자점은잠실점에 이어 거의 10년만에오는 10월 청담동에 3호점을낸다. 물론 베이커리 레스토랑 형태이다.『만든지 1시간후에 맛을 봐도 제맛나는 음식이 진짜 좋은 음식입니다. 빵도 마찬가지지요. 갓 구워낸 빵끼리는구별을 못하는 사람도 우리빵과 다른 집 빵을 하루가 지나 먹어보면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