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트렌드 편승ㆍ다양성 수용ㆍ신뢰 회복 필수 ... 위기 극복 능력도 중요

IMF 사태는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알리는 서막이라 할 수 있다. 한국기업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했던 배경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변신을 요구하는 격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전CEO)는 현재를 「전략적 변곡점의 시기」라고 갈파한 바 있다. 모든 기업의 전략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혼돈의 시기이며, 어떠한 결단을 내린 기업이 다음에 승자가 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이러한 시기에 CEO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선 「메가 트렌드를 읽어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 즉 시대의 새로운 흐름을 직시하고, 전 종업원이 한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트렌드에 편승한다는 것은 장기적 성장의 필수 조건이다. 동물의 세계를 살펴 보자. 기러기는 기류를 타고 나르면 수천 ㎞를 날아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날개짓만으로는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하다. 기러기가 기류에 편승함으로써 오랜 시간 비행할 수 있듯이, 기업도 시대적 조류를 타는 것이 영속(going concern)의 첫번째 조건이 된다.◆ 시대 흐름 직시해야다음은 「창조적 파괴」를 주도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과거의 성공원리들은 이제는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대기업체제, 공격적 다각화, 외형중시, 순혈주의 등 전반적인 경영행태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과거의 틀 안에서 추구하는 효율성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대처할 수가 없다. 이는 마치 하이테크·전자전이 벌어지는 상황하에서 재래식 무기를 보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경쟁우위의 원천을 요구하며, 급격한 변화는 기존 경쟁우위의 유효성을 떨어뜨린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기업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하되 창조적으로 변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세번째로는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 이는 대내외 벽을 허물고 제휴와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을 의미한다. 개별 기업의 관점이 아닌 산업생태계의 관점에서 제휴를 추구하고 업계 변화를 주도하려는 전향적인 역할이 요구된다.인터넷을 공격적으로 수용해 네트워크상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상기업으로 변신한다든가, 핵심역량이 되고 고부가가치인 업무만을 내부에서 수행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등의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다양한 인재와 문화를 수용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소비자 수요가 십인십색으로 다양화되고 각각의 시장이 세분되면서 유연체제를 갖추지 못하는 기업이 도태됨은 당연하다. 다면적인 인사제도를 도입해 다양한 가치관·인생관을 지닌 조직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튀는 인재는 그만한 대우를 해 주어야만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빠뜨려서는 안되는 것이「신뢰 회복」이다. 일부 기업의 행태로 야기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것은 모든 기업들이 가진 책무이다. 네트워크화되는 사회에서 신뢰없이는 기업 생존이 불가능하다. 우선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신뢰구축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신뢰없이는 기업 생존 불가능기업가 본연의 임무는 무엇인가. 바로 「정도경영을 통한 이윤의 창출」이다. 기업가의 능력을 믿고 귀중한 자원을 맡긴 사회에 대한 최고의 봉사는 효과적인 자원의 운용과 이익의 창출인 것이다. 기업 내부의 논리가 선행하는 경영관행을 버리고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열린 경영을 지향해야 한다.결론적으로 과거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은 평상시의 관리능력이 아니라 경영이 위기에 처하고 제도가 미비된 상태에서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조직 내에 존재하는 타성을 제거하고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Top-Down형의 강력한 리더십 발휘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권한 위양하고 자신감 주라격변기를 해쳐 나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다. 대부분의 CEO들은 카리스마를 갖기 원하며 그러한 리더로 존경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신의 직위를 기초로 생겨나는 보상적, 강압적, 합법적 권한을 토대로 이러한 카리스마를 이룩하려고 해서는 진정한 카리스마를 달성할 수 없다.21세기로 넘어가면서 경영환경은 CEO에게 보다 많은 양의 지식과 보다 다양한 업무수행 능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아무리 전지전능한 CEO라 하더라도 모든 일을 스스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권한위양과 분권화, 그리고 자율적 의사결정문화를 이루어 나가야 함은 필수적이다.하지만 대부분의 전통적인 CEO들은 어떻게 자신의 권력과 영향력을 늘릴 수 있는가에만 고민을 하고 자신의 의사결정 권력을 위양하는 데는 인색하다. 이점이 일반 CEO와 성공한 CEO의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성공한 CEO의 특성 중의 하나는 부하들을 신뢰해 이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권한을 위양하고 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들이다. 즉, 전문적, 준거적 권한을 가진 CEO들은 자신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위양된 권력이 상실되지 않고 오히려 부하들에 의해 전보다 증대된다고 볼 수 있다.이러한 CEO는 부하와 제로섬 관계에서 상호 윈-윈(win-win)의 권한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조직 내 권한위양은 불변이라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하는 환경하에서는 CEO 스스로 모든 것을 혼자 추진하려는 독단이나 부정적인 카리스마의 환상에서 벗어나 분권화와 전문화를 통한 자신의 부족한 리더십 특성들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