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ㆍ국제금리 상승세 지속 ... 뉴라운드 협상따른 무역마찰도 변수

흔히들 우리 경제만큼 대외환경에 의존하는 국가도 없다고 한다. 국내자본 동원능력과 부존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한 성장전략 자체가 그렇다. 특히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겪으면서이러한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이런 국가에 있어서 대외환경은 그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대외환경의 변화 그 자체가 경기부양 수단이 될 수있고 구조조정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잘 활용하느냐못하느냐에 따라 그때 당시의 정부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지금까지 한국경제를 놓고 볼 때 대외환경, 특히 대외가격변수의 변화에 따라 울고 웃었다. 이런 과정에서 대외가격변수의 움직임에 따라 「3저(低)」니 「3고(高)」니 하는 용어가 탄생됐다. 물론 우리경제는 「3저」가 찾아오면 경기호황을, 「3고」가 발생되면 경기침체를 겪었다.과거 경제계획을 추진한 이래로 처음 찾아왔던 제1차 오일쇼크 이후불황은 때맞춰 불어닥친 중동건설 특수로 극복됐다. 80년대 중반의극심한 불황도 86년 이후 근 3년간 지속된 3저 때문에 단군 이래 최대호황을 맞을 수 있었다. 90년대초에 겪었던 경기침체도 김영삼 정부 출범과 더불어 찾아왔던 신3저 현상 때문에 회복됐다. 우리 경제가 대외환경에 좌우돼 왔음을 단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현재 우리 경제는 IMF체제에 접어든지 벌써 2년를 맞는다. 대내외적으로 외환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자주 들린다.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순채권국이니, IMF 체제 조기졸업이 가능하다느니 하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도 금년에는 성장률이 9%내외에 이를 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그 원인은 무엇인가. 애초부터 우리 경제의 기초체질이 좋아서인가아니면 현정부의 위기극복 대책이 잘 먹혀서 그런가. 아마도 현정책당국자일수록 이런 배경에 무게를 두고 싶을 것이다. 특히 내년 4월에 예정된 총선이 코앞에 닥치면 닥칠수록 그러고 싶은 심정은 그어느 때 보다 강해질 것으로 생각된다.분명한 것은 지난해 4/4분기 이후 외환위기 극복이 빨랐고 경기가회복국면에 진입했던 가장 큰 배경은 역시 대외가격변수가 우리 경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말 이후 미국이 세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 엔·달러 환율이 크게 내렸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10달러선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와 국제금리, 달러화가치가 동시에 떨어지는 소위 「3저」현상이 나타났다.문제는 최근 들어 대외환경이 우리 경제에 점차 불리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는 연초에 비해 배(倍)이상 올랐고 국제금리도 비록 완만하나마 상승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세계 각국들의 경제이기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행히 엔·달러 환율은 하락하여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다.그러면 내년엔 대외환경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한마디로 국내기업들이 체감적으로 좋아졌다고 느끼기는 어려울 것같다. 내년에는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에 그치고 국제유가와 국제금리의 상승으로 고비용 구조가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내년의 세계경제 성장률은2.9%로 금년의 2.7%에 비해 소폭 회복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이러한 개선폭은 금년의 1.0% 포인트에 비해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만큼 국내기업들이 세계경제가 좋아졌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비용 구조 정착 예상세계경제가 당초 예상수준에 못미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세계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은 데다 국제수지 불균형으로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무역마찰이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내년에 세계경제의 최대복병은 중남미 금융위기와 엔화가 달러당 90엔에 이를 경우 일본경제의 재둔화(double-dip) 가능성을 들고 있다.특히 내년에는 미국경제가 91년 이후 지속돼온 장기호황이 종식될것으로 예상되는 반면에 유럽경제의 부침(浮沈)이 눈에 띌 것으로내다봤다. 금년에 1.9%성장이 예상되는 유럽경제는 내년에는 2.8%로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미국경제는 금년의 3.8%에서 2.3% 내외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대조가 되고 있다. 다행히 미국경제는 연착륙(soft-landing)은 가능하다는 시각이다.일본경제는 최근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성장률은 1%대에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일종의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있는 민간소비가 당분간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제일 수출시장인 미국경제가 둔화되고 일본경제마저 완만한 회복세에 그친다면 국내기업들의 수출환경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지난해 외환위기로 마이너스 4.7% 성장의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아시아 경제는 금년에는 4.4%성장으로 회복되겠지만 내년에는 5.0% 정도로 회복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추가 성장여부의관건인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념해야 할 것은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성장률 둔화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있다.중남미 경제도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성장률이 크게제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동유럽과 러시아 경제는 금년에 1%대에서 내년에는 각각 3%, 2%대로 회복될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지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의 수출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대외가격변수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다행히 엔화 가치는 내년에도 강세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엔고(高)에 따른 일본경제의 순기능(부(富)의 효과, wealth effect)때문에 당분간 엔고 추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달러환율에 의존하는 천수답(天水畓)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다행스러운 일이다.문제는 엔고가 금년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미일 양국의 입장에서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엔고가 급속도로 지속되면미국내 자본이탈로 미국경제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일본도 급속한엔고에 따른 디플레 효과로 경기가 재둔화될 위험이 있다. 내년에엔고 속도는 둔화된다는 얘기다.중국 위안화는 내년 상반기에 절하될 가능성이 있으나 아시아 경제를 흔들만큼 큰 폭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에는 큰 부담이되지는 않을 것 같다. 내년에도 엔고가 지속되어 중국의 수출이 증대될 경우 위안화가 절하되지 않고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 높아반면 국제유가는 최소한 내년 3월말까지 지금의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된 요인은 OPEC의 감산합의가 그때까지 연장된 데다 북반구 지역은 이미 원유성수기인 동절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연평균 기준으로는 국제유가는 금년에 25.5%가 오른데 이어내년에도 21.5%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국제금리도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제금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과함께 실물부문에서 자금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연말이가까울수록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 문제에 대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현금이 퇴장(hoarding)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리보금리 기준으로 금년에 평균 5.3%에서 내년에는 5.5%로 상승될 것으로 보고 있다.한편 내년에 대외환경에서 국내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무엇보다 뉴라운드 협상의 움직임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당초 계획대로라면 금년 11월말에 미국 시애틀에서 열릴 제3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을 계기로 무난히 출범될 것으로 예상됐었다.문제는 지난 10월초에 발표된 뉴라운드 협상문 초안을 놓고 세계 각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협상의 연기론 내지는 유보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만약 뉴라운드협상이 연기된다하더라도 내년 6월 이후에는 추진될 것으로 보여 국내기업들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내년에도 세계금융위기가 언제든지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기구와 선진국들의 노력에도 불구,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본에대한 효율적인 규제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수출과해외진출시에 해당국별 혹은 지역별 금융위기 가능성과 위험관리에특별히 신경을 써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 중남미, 터키,남아공이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동시에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마찰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국가들도 각종 기술적인 요소를 들어 수입규제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진국들이 수입규제 수단으로 활용해온 반덤핑 조치를개도국들도 빈번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결국 내년에 대외환경이 크게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으로보인다. 오히려 국제유가와 국제금리, 통상문제 등 기업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외환경 요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경우에 따라서는 금년보다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내기업들은 대외환경의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완충장치를 많이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