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기 판단, 다국적업체ㆍ소형업체 '북적북적'... 업종 전문화 추세 뚜렷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 코리아. 전세계 68개 지사에 7백여명의 컨설턴트를 두고 콘페리 인터내셔널과 함께 세계 헤드헌팅업계의 1위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다국적업체다. 이 업체가 지난 주 서울강남에 사무실을 열고 영업에 나섰다. 이로써 콘페리, 하이드릭 앤스트러글스, 스펜서 스튜어트, 이건 젠더, 러셀 레이놀즈 등 세계헤드헌팅업체의 빅5로 불리는 업체 가운데 지난해 국내에 독자적으로 진출한 콘페리와 함께 2대업체가 국내에 진출했으며, 다른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계속 한국 진출설이 돌고 있다.이처럼 세계 굴지의 다국적 헤드헌팅업체가 국내에 진출하는 이유는간단하다. 한국시장에서 챙길 수 있는 「파이」가 그만큼 커보인다는 전망 때문이다.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 코리아 김태현사장은 『헤드헌팅 시장이 무르익었다』는 말로 한국진출의 동기를 설명했다.IMF이후에 한국기업들의 리스트럭처링과 세계적인 기업들의 한국내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되면서 서울지사의 책임자나 임원을 구하는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비단 김사장의 설명이 아니라도 국내헤드헌팅 시장은 지난해 IMF로일부 소형업체들이 퇴출당하는 구조조정을 겪은 후로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헤드헌팅 시장이 본격적인 성숙기에 들어섰으며 유례없는호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불과 몇년전만하더라도 인재를 빼내가는 얄미운 존재로 인식되면서 일부 업체의대표들이 구속되는 수난까지 겪어야 했던 헤드헌팅업계로서는 격세지감이다. 서울서치의 김진희사장은 『헤드헌팅업체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고급인력 알선을 내걸고 헤드헌팅업체를 표방하는 곳이 많이 생겨났으며 시장규모도 2백50억∼3백억원 규모로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업체수 크게 증가헤드헌팅업체를 이용한 전문·고급인력 채용의 확산이라는 시장상황이 좋아진 점과 함께 진입장벽이 완화된 점도 업체수가 증가한 중요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예전에는 헤드헌팅업체를 설립하려면 시설자본금 자격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어야 했지만 지난해 법개정으로 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헤드헌팅업체설립이 쉬워진 것이다. 드림서치 이기대사장은 『업체설립 요건이 크게 완화되면서 소호처럼소규모로 운영되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지난 97년 많게는 50여개 정도로 추산됐던 업체수가 지난해 소형업체들의 정리를 겪으면서 감소했다가 올들어 다시 70여개 이상으로늘어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 97년과 비교했을 때 20∼30% 정도 증가했다』는 것이 서울서치 김사장의 덧붙인 설명이다.이처럼 업체수가 늘어나고 중소기업, 국영기업 등에 이르기까지 헤드헌팅업체에 인재 알선을 부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인력난도 나타나고 있다. 한 헤드헌팅업체 사장은 『오더(인재알선 의뢰)가 없어 굶는 경우는 없으며 오히려 「오더를 쳐내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말로 이를 설명했다. 인력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수수료를 깎으려고 하면 의뢰를 『정중히 거절한다』는 것이다.공급인력이 달리는 것만이 아니다. 헤드헌팅을 컨설팅할 수 있는 전문인력(컨설턴트)도 부족한 실정이다. 『헤드헌팅이 단순히 인력을매치시키는 역할에 그치고 있으며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인맥을 이용해 헤드헌팅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한 컨설팅업체사장의 말이다.한편 이처럼 헤드헌팅업체들이 증가하고 경쟁이 가열되면서 기존 업체들은 전문화쪽으로 방향을 잡고 후발업체들의 도전을 비켜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간관리자급이나 특정분야의 전문인력을 타깃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를 감안해 업종과직위를 특화시키려는 전략이다.서울서치의 경우 과·부장급과 같은 중간관리자는 업체간 각축이 심하므로 고위직에 주력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탑·경영컨설팅의경우 정보통신과 금융업종으로 특화하고 있으며 직위도 임원급 이상으로 주력하고 있다. 드림서치의 경우 정보통신 벤처 등 업종의 대기업 임원과 벤처사장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이든 인터내셔널코리아의 경우도 금융 정보통신 화학 엔지니어링 등에 주력하고 있으며 TAO코리아의 경우 금융과 엔지니어링을 전문분야로 잡아놓고있다.그러나 이러한 전문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아직도 과·부장급이 헤드헌팅업체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업종 특화는 이뤄질 수 있겠지만 직위를 한정시킨다는 것은 다분히비현실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헤드헌팅업체 시장의팽창과 그에 따른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금의 헤드헌팅업계인 것이다.★ 헤드헌터와 수수료 / 연봉의 10-20%가 관례헤드헌터는 구직자와 구인업체간의 중개자다. 따라서 중개에 따른수수료가 붙을 수밖에 없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대체 수수료는 누구로부터 얼마를 받는가」라는 의문이다.이러한 질문에 대해 일부 업체들은 구체적인 수수료율을 밝히기를꺼리지만 대다수의 업체들이 확실하게 밝히는 내용은 고객에게만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객은 구인을 의뢰한 업체를 말한다.헤드헌팅업체가 고객인 기업으로부터 받는 수수료 조건은 계약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크게 석세스베이스의 계약과 리테이너베이스로나누어진다. 석세스베이스계약은 채용이 이뤄진 다음에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으로 대다수의 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다. 리테이너베이스는헤드헌팅업체가 채용작업을 시작할 때 일정금액을 선수금으로 받는방식이다. 여러가지 고급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비용이 석세스베이스에 비해 다소 많이 들어간다.계약조건이 다르듯이 수수료율도 헤드헌팅업체마다 다소 다르다. 하지만 취업 후보자의 1년 총급여 또는 고용계약기간에 받는 연간 총급여의 10∼20% 정도를 받는 것이 업계의 관례다. 연봉 1억원인 사람을 계약했다면 1천만∼2천만원을 채용기업으로부터 받는다는 얘기다. 20%는 노동부에서 고시한 전문직종의 인력알선에 따른 수수료의기준이기도 하다.그러나 실제 헤드헌팅업체에서 받는 수수료는 직급이나 업체에 따라다소 차이가 있다. 과·부장급과 같은 중간관리자급의 경우 10∼20%정도를 받지만 사장급의 경우 약간 올라가기도 한다. 업체에 따라서도 다소 차이가 있어 일부 신생업체들의 경우 선발업체나 대형업체들과의 경쟁을 감안해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보통신업계의 전문인력을 알선하는 B사의 사장은 『15∼20% 정도가 대외적으로 내건 기준 수수료율이지만 다른 업체와의 경쟁 때문에 이보다 낮게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