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업체, 인터넷 통해야 거래성사... 사업방식 혁신 계기될듯

포드와 GM은 내년부터 수십조달러에 달하는 구매사업을 인터넷화하기로 했다. 마침내 대기업들이 전자상거래(e-businees)에 뛰어들기시작한 것이다. .루 거스트너 IBM회장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닷컴」 기업들을『폭풍 앞에 날아 다니는 개똥벌레』라는 경멸적인 표현을 쓰면서「글로벌 1천대 기업」에 속한 대기업들이 인터넷을 장악하고 자체변신을 꾀할 때 그 「폭풍」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교롭게도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 두 곳이 자체 공급망을 전부 인터넷화한다는 계획을 이달초 동시에 발표했다. 거스트너가 말한 폭풍보다더 거센 허리케인이 불어닥친 것이다.11월2일 포드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가 구매사업 부문을 웹상으로완전 이전해 전세계 공급자와 제휴업체, 고객과 온라인시장을 통해거래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가 기술 파트너로 IBM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거스트너회장에게 안된 일이다. 포드는 DB시장의 선두업체오라클과 합작, 「오토익스체인지」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GM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웹기반 조달소프트웨어 업체인 「커머스원」과 제휴, 「마킷사이트」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구매 전담 웹사이트, 오토체인지 구축양사의 웹사이트는 내년 1분기중 가동에 들어간다. 오라클은 자사가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오토익스체인지를 구축하게 된다(오라클은 소액주주로 참여하지만 오토익스체인지의 경영권은 포드와공동으로 가진다). 커머스원은 GM의 사이트를 구축한 다음 이를 자체 운영중인 전세계적인 기업대 기업간 전자상거래 포탈 네트워크인「글로벌 트레이딩 웹」에 연결한다.양사가 계획한 사업은 전자상거래가 본격궤도에 오르는 전기가 될전망이다. 오토익스체인지는 전세계 3만여 업체로부터 연간 8백억달러 어치에 달하는 포드의 부품 및 재료 구입을 담당한다. 오토익스체인지가 도입되면 조달 및 재고비용이 최고 20% 절감되고 제품주기도 앞당겨진다. 이와 함께 신제품 개발을 위한 공급업체간의 협력도강화될 전망이다. 오라클과 포드는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회사에도익스체인지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거래규모가 수년내 2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오라클은 전망한다.오토익스체인지의 주수입원은 당장 수십억달러의 거래액 가운데 일정비율을 취하는 것이다. 오토익스체인지는 이밖에 공급업체의 남아도는 물량의 역경매를 중개해주고 수수료도 받을 계획이다. 또 오토익스체인지에 참여한 업체들의 공급부문을 관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사이트가 발전하면 상당물량의 광고도 유치하게 될 것이다.오라클은 오토익스체인지의 연간 매출액이 영업 2차연도엔 10억달러, 4년내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단기간에 기업공개가가능하다는 점도 포드와 오라클의 제휴를 앞당긴 매력이 됐다. 현재인터넷기업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는 하나 항공권 경매사이트인 「프라이스라인 닷 컴(Priceline.com)」의 기업가치는델타항공보다 훨씬 크다. 조만간 오토익스체인지가 기존방식의 모기업보다 더 큰 기업가치를 갖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GM의 자체사이트인 서플라이파워와는 별도로 공급업체 대상의 새 포탈사이트로 운영될 마킷사이트 역시 오토익스체인지에 버금가는 거래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GM은 마킷사이트를 더 다양한 부품과제품, 재료, 서비스가 거래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 시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GM은 이를 위해 마킷사이트를 통해 거래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구매자금의 일부를 대출해줄 계획이다.오토익스체인지가 문호개방형인데 반해 마킷사이트는 GM만의 폐쇄적인 사이트로 운영되는 포탈 중심형이다. 그러나 조만간 이 방침은바뀔 것 같다◆ 비용절감·고객확보 등 장점포드와 GM 양사의 계획은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들이 전자상거래 환경을 주축으로 사업방식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규모 자동차업체들은 이전에도 대형 공급업체를 연결한 전자데이터교환시스템(EDI)을 써왔다. 그러나 EDI는 거래의 기초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 경직된 시스템으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도입하기에는 너무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웹은 EDI가 갖추지 못한 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 특히 새로 개발된웹언어 XML은 성사 가능한 모든 거래내역을 챙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개표준과 글로벌한 범용성을 갖춘 웹은 새로운 사업스타일을위한 플랫폼으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이상적이다. 웹을 채택한 기업은 저렴하고 유연성 있게 다른 기업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포드와 GM처럼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은 기존의 공급망을 혁신하게 될 것이다. 다단계 절차를 거치는 기존 공급망을 대신해 인터넷상에서 기업과 공급업체, 고객 3자를 잇는 「정보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인터넷 기반의 협력이 가져다줄 효율성은 모두에게 이익이다. 그중에서도 궁극적인 혜택은 고객의 몫이다. 컴퓨터업체인 델이 고객의주문대로 컴퓨터를 생산, 수일내 배달하는 것처럼 포드와 GM이 자동차를 주문생산할 날이 곧 올 것이다. 더 시간이 흐르면 아예 자동차를 직접 생산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 이미 데이터네트워킹 전문인 시스코시스템즈같은 회사는 본업 대신 디자인과브랜드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가상회사로 변신하고 있다.포드와 GM의 전자상거래 혁명은 두 회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온라인화 결정은 이들과 거래관계에 있는 5만여 기업에 영향을 줄것이다. 파장을 우려한 포드와 GM은 공급업체들에 포탈사이트 이용을 강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사는 포탈사이트를 통해 거래할 경우 비용절감과 새 고객확보, 신속한 시장 대응, 풍부한정보의 이용 등 혜택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회적으로 공급업체의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공급업체들의 현실은 전자상거래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포드와 GM은 전자상거래에 대해 인프라 구축에 쏟아붓는 막대한 금액만큼이나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기존 거래방식을 고집하는 공급업체들은 조만간 거래관계가 끊어지고, 멀지않아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에 응한 기업과 새로 참여하는 업체들이 그 공백을메우게 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에 순응한 이들 기업은 거래관계에있는 업체들에도 전자상거래를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포드와 GM은일천한 인터넷 역사에서 전자상거래의 정착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고 훗날 평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