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역량 최고ㆍ선진 금융상품 판매 선도...주주경영으로 비전 실천

「두 발을 소매영업에 두면서 두 눈은 도매영업을 지향한다」.삼성증권의 21세기 경영전략을 압축해 나타낸 말이다. 주식위탁매매 수익증권판매 등 전통적인 소매영업부문에서 부동의 선두업체로 자리잡은 후 도매영업에서도 외국증권사와 경쟁하겠다는 얘기다. 증권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채권인수 M&A 등 투자은행쪽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증권은 외국계 증권사의 공세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소매영업에서 30%대의 시장점유율은 필요하다고 본다.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수준의 영향력을 가져야 국내 증시에서 외국증권사와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삼성증권은 이같은 중장기 비전을 착실히 실천해 왔다. 이미 소매영업에서 선두권에 진입했다. 주식약정고가 급증했다. 99회계연도 개시일인 4월1일이후 11월말까지 1백32조원의 약정금액을 기록했다. 전체 40개 증권사중 4위의 성적이다. 자연히 위탁매매수수료도 늘어났다. 같은기간 5천60억원을 벌어들였다. 전체 영업이익중60%를 차지한다. 수익증권 판매도 호조를 보였다. 17조6천억원 규모의 수탁고를 유지하여 11월 한달 동안 1백5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글로벌 파트너십 지향삼성증권은 영업점 신설 등 외형확대에도 주력했다. 11월말까지 전국에 85개의 영업점을 확보했다. 그동안 영업망이 취약했던 강원 전남 등지를 공략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사이버거래의 증가 등으로 영업점 확대에는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밝힌다. 소액 단기투자자들을 사이버거래로 흡수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인터넷을 통해 모든 거래가 가능하도록 전산망을 확대했다. 사이버거래 수수료도 인하했다.삼성증권은 올해 도매영업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에서도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성업공사(3천2백억원) 국민은행(3천8백억원) 등 올해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ABS)시장의 51%를 삼성증권이 담당했다. 또한 부산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채권발행에도 적극 간여하고 있다.이처럼 삼성증권이 소매영업과 도매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국내 최강의 리서치역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지난 4월 84명의 국내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삼성증권은 리서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리서치는 증권사의 관제탑」이라는 김현곤 대표이사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게 회사 안팎의 분석이다.리서치역량을 바탕으로 삼성증권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프랑스 스위스 등의 유럽계 증권사들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국내 기업의 투자정보를 제공한후 이들을 통해 현지 투자가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코스닥 유망기업까지 적극 소개하고 있다. 또한 대만 말레이시아 등의 현지증권사와 리서치정보를 공동으로 판매하고 있다. 신흥시장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들에게 한국기업과 이들 국가의 유망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동으로 제공한다. 이들 지역의 증권사와 제휴를 통해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전세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증권사들과 경쟁하겠다는 생각이다.그렇다고 삼성증권의 앞날이 장미빛 일색은 아니다. 최근 대우 사태로 리스크 관리능력에 대해 불신을 받기도 했다. 김종국 경영관리팀장은 『다른 증권사보다 한단계 높은 리스크 관리능력을 갖췄다고 자부했으나 대우사태같은 대형 악재앞에서 「도매금으로 넘어간 것이」아쉽다』고 주장했다. 김팀장은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예상할 수 있는 어떤 리스크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주식위탁매매수수료의 비중이 높은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전체 영업이익중 위탁매매수수료의 비중은 60%에 달한다. 금융상품 판매수수료는 16%다. 회사채 인수나 기업공개 알선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2.5%에 불과하다. 다른 국내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매매수수료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증시가 침체국면에 들어갈 경우 또다시 인원조정이나 영업점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전 달성 ‘주주경영에 달렸다’물론 삼성증권은 이같은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안을 마련했다. 2005년까지 매매수수료(25%) 투신상품(33%) 인수업무(15%) 등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25%의 매매수수료도 삼성증권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의 10%대보다 높은 편이다.투자은행관련 수익을 높이는 것은 종합투자은행을 지향하는 삼성증권의 최대 현안중 하나다. 그렇지만 외국계 증권사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실제로 두루넷같은 국내 정보통신업체나 벤처기업들이 나스닥 등 해외증시에 상장할 때 단독 주간사로 활동하기 힘들다고 인정한다. 다만 국내 기업과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은 하겠다고 한다. 또 해외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할 때도 주간사 역할을 맡겠다고 밝힌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외국계 증권사와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하겠다는 입장이다.삼성증권은 이같은 비전의 달성여부는 주주경영에 달려 있다고 본다. 올해에만 세번에 걸친 유상증자로 주당순이익(EPS)을 희석시켜 주주들의 원성을 얻었다. 특히 지난 10월의 유무상증자는 대우사태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경영실패의 책임을 주주들에게 전가시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삼성증권측은 이점을 최고경영진이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만큼 앞으로 적어도 주주들에게 「은행금리+α」이상의 수익은 돌려주겠다고 밝힌다. 유무상증자와 배당 등을 주주입장에서 실시하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