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장 유럽서도 인기 '최고' ... 세계적 전문업체 성장 부푼 꿈

넥타이의 기원은 17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루이 16세는 터키와의 힘겨운 전쟁에서 승리한 크로아티아 군인들을 축하하기 위해 궁전으로 이들을 초청했다. 초대받은 장교들은 호사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왕의 호감을 살 수 있도록 밝은 색 실크 손수건을 목에 걸쳤다. 이게 넥타이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천에 매료된 왕은 이를 왕실 기장으로 삼았고 왕실군대인 크라바트 군을 창설하기도 했다. 이때가 1660년대. 넥타이는 영국 미국 일본을 거쳐 개화기에 한국에 상륙했다.비록 늦게 넥타이라는 새로운 문물에 접했지만 이제 한국은 넥타이를 제법 잘 만드는 나라중 하나가 됐다. 원자재인 실크의 질이 좋고 디자인과 봉제기술이 뛰어나기 때문. 국내의 대표적인 넥타이 업체중 하나가 지엠인터내셔날(대표 윤종현·47)이다.세계적인 브랜드인 프랑스의 레노마, 영국의 아쿠아스큐텀, 이탈리아의 란체티가 한국내 파트너로 선정한 업체가 바로 지엠인터내셔날이다. 이 회사는 일본 대만 홍콩 미주지역은 물론 넥타이의 본고장인 유럽지역에도 수출하고 있다. 수출단가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간 수출액은 1백만달러에 이른다.◆ 20년전 혼자서 50만원으로 창업뿐만 아니라 고급 외국브랜드와 자체 브랜드인 지엠젠틀맨 포체 등으로 국내 백화점에서 판매도 하고 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중소기업이 백화점을 통해 물건을 팔려면 사정을 해야 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백화점을 선별해 거래한다. 자사 제품을 원하는 백화점은 수없이 많지만 아무 백화점에나 납품하지 않는다. 그만큼 품질과 브랜드에 자신이 있기 때문.서울 봉천동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종업원은 1백20명. 한해동안 파는 액수는 수출을 포함해 1백30억원에 이른다.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회사 안에는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여성디자이너 8명이 끊임없이 새로운 패션을 창조한다.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넥타이는 만들기 무섭게 팔려 나간다.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있어서다. 세계 일류화 상품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고급 넥타이로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있지만 윤사장의 창업이 고급스럽게 시작된 것은 아니다.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원단업체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하던 윤씨는 넥타이 유통을 하던 사람을 눈여겨 보게 된다. 넥타이 유통은 큰 자본없이 시작할 수 있다고 판단해 뛰어들었다.이때가 1979년. 상호는 지엠사. 개업장소는 서울 평창동 자기 집. 직원도 없는 1인회사였다. 자본금은 50만원. 이 돈을 생산업체에 맡기고 물건을 떼어다 호텔내 토산품점을 통해 팔았다. 윤사장이 공급하는 넥타이는 관광객 특히 일본인들에게 대인기였다. 하루에 보통 1백장을 팔았다. 그러면 5만원이 떨어졌다. 원단업체에 종사할 때 한달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 어떤 날은 2백장을 팔 때도 있었다.이같이 인기를 끈 것은 일본 관광객이 손으로 만든 홀치기 제품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 홀치기는 기모노를 만드는 기법. 이 제품을 몸에 두르면 총알도 못 뚫는다는 민간신앙이 있어 선호했다. 게다가 한국산 넥타이는 값도 싸 몇장만 사가면 여행경비를 뽑는다는 심리도 작용했다.직접 생산하자니 자본이 많이 들었다. 궁리끝에 교도소와 접촉해 재소자를 활용한 넥타이 생산을 시작했다. 또 이들 제품으로 대일수출에 나섰다.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홀치기 기법의 넥타이를 선호한다는 것을 간파한 한 일본인이 특허 등록한 것. 이에따라 대일수출이 어려움을 맞았다.내수로 눈을 돌린 그는 제일모직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뒤 삼성물산 트래드클럽 LG패션 등과 거래를 트고 내수시장에 파고 들었다. 백화점에도 진출해 이제는 국내 정상급 제품으로 발돋움했다.『넥타이는 겉으로 보면 단순한 것 같지만 결코 간단한 제품이 아닙니다. 소재 디자인 컬러 감촉 느낌의 5박자가 살아야 제대로된 제품이지요.』◆ 상품 아닌 예술품으로 생산넥타이를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예술품의 경지에서 다루고 있다. 대다수 넥타이업체들이 소재 디자인 컬러 등 3요소만 따지지만 그는 감촉과 느낌을 매우 중시한다. 양복과 와이셔츠에 맞춰 맬 때 감촉과 느낌이 살아야 멋이 풍겨난다는 것. 감촉은 터치다. 매끈매끈하거나 까끌까끌한 정도를 의미한다. 느낌은 두툼하다거나 얇은 것 중후한 것 등을 의미한다. 이들이 조화를 이뤄야 그 사람의 분위기와 품위가 살아난다고.넥타이는 브랜드에 따라 독특한 느낌을 갖고 있다. 란체티는 이탈리아 자연에 흠뻑 젖은 듯한 색감이 난다. 아규아스큐텀은 영국의 트래디셔널한 분위기, 레노마는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유브랜드인 지엠젠틀맨은 파격적인 패턴과 색상으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이미지를, 포체는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를 이용한 첨단 감각의 제품이라는 특징을 각각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 하나의 제품을 만들 때 이같은 느낌과 분위기를 최대한 살릴 수 있게 정성을 쏟고 있다.그의 꿈은 단순하다. 넥타이 전문업체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것. 본 고장의 멋쟁이들로부터 선택받는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선진시장을 대대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그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재삼 깨닫고 중앙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만학의 길을 걷고 있다. (02)871-4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