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해 말고 마음 편히 갖도록 ... 수면제 복용은 더욱 금물

잠의 중요성은 잠을 설쳐본 사람만이 안다. 잠을 자야 재충전이 되고 다음날 제대로 몸과 마음이 움직이고 머리가 돌아간다. 한두 번 잠을 설치는 정도야 감당할 수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불면 증상이 생기면 거의 미칠 지경이 된다. 실제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직접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불면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크게 잡아 보아도 스트레스, 코골이 및 수면 무호흡증, 다리 차는 병, 다리 저린 병, 우울증, 약물, 호흡기 질환, 통증 등으로 간단하지가 않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치료가 된다.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병력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으로 잠을 찍어 보는 검사를 할 수 있다. 소위 수면다원 검사가 그것이다. 수면다원 검사는 뇌파검사같이 한 가지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생리학적 검사의 종합판으로 교향악단 연주에 비유할 수 있다.불면증 치료의 최대 적은 환자 자신의 눈물겨운 노력이다. 잠은 우리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달아나 버리는 성질이 있다. 그러나 불면의 고통에 사로잡힌 환자는 초조, 불안하기 때문에 잠을 청하는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노력, 긴장, 불면, 좌절, 초긴장, 불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밤새 지속되는 것이다.시계는 불면증 환자의 천적이다. 한밤중에 깨어 시간을 보는 행위는 뇌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환자를 패배감과 불안에 젖게 한다. 지금까지의 수면 시간과 앞으로 잘 수 있는 시간을 아무리 계산해 보았자 그대로 될 턱이 없다. 스스로 수면을 연구하는 환자는 절대로 불면증을 고칠 수 없다.열나면 해열제 먹는 식으로 불면 증상에 수면제를 남용하다가는 큰코다친다. 수면제는 자연 수면을 보장해 줄 수 없다. 대부분의 수면, 진정제는 깊은 잠을 쫓아내는 이상한 역할을 한다. 습관성, 내성(약효가 줄어듦) 외에도 오래 쓰면 잠자는 중에 각성 뇌파라는 불청객이 수시로 찾아와 비몽사몽이 된다.불면증은 쉽게 고치는 병이다. 원인을 알면 해법이 보인다. 해법을 따르면 쉽게 낫지만 순박한 환자와 달리 제 나름대로 생각이 많은 환자들은 치유에 시간이 걸린다. 전문의의 처방을 잘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똑똑함도 불면증 치료에는 도움이 안 된다.불면증을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시각은 너무 협소하다. 불면증은 교통사고, 산업재해, 가족간의 갈등, 직장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전철을 운전하는 사람이 운전 중에 지난밤의 불면증 때문에 졸음에 빠진다면 대형 사고는 불을 보듯 뻔하다.불면증은 국가 경쟁력을 좀 먹는다. 미국은 이미 국립수면연구원을 설립해서 수면건강 증진과 수면장애 치료에 따른 국가 경쟁력 제고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적인 안목에서 불면증 진단과 치료에 관한 계몽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02)760-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