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ㆍ내실경영 집중, 해외서도 신뢰..세계 1백대 은행 진입 야심
국민은행은 의외로 역사가 길지 않다. 국내 최고(最古) 은행이 1백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에 비하면 37년이라는 세월은 그리 두터워 보이지 않는다. 설립 연도(63년)만 놓고 보면 이제 막 청년기를 벗어난 느낌이다.하지만 국민은행이 국내 금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총직원 1만1천9백명, 전국 점포수 5백84개, 거래고객 1천3백80만명, 총수신 61조3천9백억원, 총자산 86조5천억원을 기록해 명실공히 국내 최대 은행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거래고객이 1천4백만명에 근접해 있다는 것은 국민 세사람 가운데 한사람 꼴로 국민은행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로 우리들의 생활 속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그렇다면 이런 국민은행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고객의 욕구에 최대한 부응하는 신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전력을 다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지난 80년 국내은행 가운데 최초로 신용카드를 도입한 것을 비롯해 국민종합통장 개발, 83년 전영업점 온라인업무 개시, 폰뱅킹과 홈뱅킹 서비스 가동 등은 그 대표적인 것이며 올해 들어서는 인터넷 뱅킹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자회사 과감히 정리… 부실화 차단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내실위주 경영도 국민은행의 체질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5년 국책은행 가운데 최초로 민영화된 이후 건전성을 저해하는 리스크를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춰 리스크관리 본부장제를 도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리스크관리 전담부서에 대해서는 은행장도 간섭하지 않는 등 최대한 독립성을 부여해 외부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했다.또 외형보다는 수익성과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내실경영을 펼쳐 은행의 안전성을 크게 높인 점도 평가받을만하다. 민영화를 기점으로 실적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둬 97년 1천44억원, 98년 7백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도 이런 노력에서 나온 결과물로 판단된다.일반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자회사의 무분별한 난립은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90년대 이후 외형 경쟁을 벌이며 문어발식으로 자회사를 늘린 결과 은행 하나에 10여개 안팎의 자회사가 붙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이들 자회사 가운데 상당수가 부실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부실의 정도를 파악해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모은행에 불똥이 튈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이런 점에서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국민은행의 조치는 상당히 획기적이다. 자회사가 모은행의 발목을 잡을 조짐을 보이자 즉각적으로 환부를 도려내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자회사 운영기준을 은행업무와의 보완효과 및 시너지효과 창출, 높은 수익 기여도로 정하고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자회사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하나하나 정리해나가고 있는 것이다.이미 국민금고 매각 작업에 착수했으며 대구·전남·부산국민금고는 은행과 합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정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장은증권과 장은경제연구소, 국민렌탈 등에 대해서는 청산 절차를 밟고 있고, 부국금고와 국민창업투자는 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에 따라 계약을 진행중에 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전체 자회사의 약 절반 가량을 정리하게 돼 은행의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최고은행을 지향하는 국민은행의 위상은 해외에서도 탄탄하다. 지난 10월 미국의 경제전문 월간지인 글로벌 파이낸스지에 의해 「한국의 최우수은행」으로 선정됐고, 메릴린치가 최근 조사 발표한 「아시아 베스트 7대 소비자금융기관」에도 한국 금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들어갔다. 그동안의 경영성과를 해외에서도 적극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에는 미국계 투자전문은행인 골드만삭스로부터 5억달러를 유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다.최근 국민은행 내부는 아주 발빠른 변화의 기류를 타고 있다. 기존 여신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도입한 신여신업무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다 앞으로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파생상품 개발을 위해 호주의 투자전문은행인 맥쿼리은행과 손잡고 상품개발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은행측은 국내 최고의 서비스채널 및 소매금융기법에다 장기신용은행이 보유해온 기업 및 채권부문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세계적인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소매금융부문에 경영력 70% 투입그렇다고 소매금융 중심의 포지셔닝을 포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국민은행은 앞으로도 이 부분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대기업 금융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한 사업을 선택해 역량을 집중시킬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 소매금융에 전체 경영에너지의 70%를 투입한다는 것이 은행의 복안이다.국민은행은 현재 가계금융, 중소기업금융, 신용카드 부문을 핵심사업으로 삼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만큼은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확신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에는 어떨까. 일단 앞서 말한 3가지 분야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역량을 집중시킬 방침이고, 여기에다 주택금융 서비스를 추가로 넣을 계획이다.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주택금융을 택한 셈이다.국민은행은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리딩뱅크(Super Leading Bank)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2001년까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12%, 불건전 여신비율 2.5%를 달성하여 세계 1백대 은행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