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가치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 유행주엔 관심적어

「밸류1호」(이채원 펀드매니저)는 펀드명에서 나타나듯 가치주(value stock)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철저히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종합주가지수(이하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도 주가지수선물매도나 주식편입비율을 줄여 대응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주가하락은 있을 수 있지만 저평가된 기업가치는 적정가격을 찾아간다는 시장효율성에 대한 강한 믿음 때문이다.이채원 동원BNP투신운용 주식운용부장은 『아무리 뛰어난 펀드매니저라도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매번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서 적정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만이 시장초과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운용철학을 피력한다. 이부장은 「주가가 오를 것같다」는 「감」만으로는 투자하지 않는다. 시장흐름을 9번 정확히 예측해서 성공적으로 투자하더라도 한번 실패하면 어렵게 쌓아올린 성과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세계증권시장은 보여줬다는게 이부장의 지론이다. 특히 파생상품이나 자산배분을 통한 운용전략은 시장흐름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요구하고 있어 「한번의 실패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신 그는 『안정된 수익구조와 자산가치의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가치주가 저평가될 때 투자해서 기다린다』고 운용스타일을 규정한다.지난 1년간 주식편입비율을 보면 이부장의 가치투자 철학이 그대로 펀드운용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밸류1호」는 8월말 이후 주식에 80% 이상 투자하고 있다. 대우사태 후유증으로 주가가 8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때도 80% 이상 유지했다. 당시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이 주식편입비율을 절반수준으로 낮춰 대응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부장은 대우그룹사태가 증시에 큰 악재지만 회복추세를 타고 있던 한국경제 전체 흐름을 변경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확신했다.이부장은 PER(주가수익배율)나 PBR(시장가치대 장부가치배율) 등을 통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한다. 기업이 벌어들일 미래현금흐름을 결정하는 수익성이나 자산가치를 중시한다. 11월27일 현재 보유종목을 보면 업종이나 시장대비 저PBR 종목이 대거 들어 있다.(표3 참조) 한전 고려제강 롯데칠성 신도리코 등 전통적으로 현금흐름이 양호하고 순자산가치가 큰 종목들이다. 이들 10개 상위종목이 전체 주식의 56.76%를 차지한다.이부장은 저평가종목들을 장기 보유하는 전략으로 시장위험에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밸류1호」의 샤프지수는 0.467, 베타계수 0.409, 펀드가 부담한 총위험중에서 시장위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0.430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샤프지수 0.202를 상회하는 우수한 성적이다. 총위험중에서 시장위험이 43%를 차지하고 있어 효율적으로 분산투자를 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간접투자의 장점중 하나인 개별기업투자의 위험을 성공적으로 분산했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또한 베타계수에서도 나타난다. 베타계수 0.409는 주가지수가 10% 하락할 때 4.09% 정도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주가지수가 10% 상승할 때 4.09% 상승한다는 것을 나타낸다.이부장은 최근 정보통신주의 급등으로 가치투자원칙에 대한 안팎의 비난에 대처하느라고 고심중이다. 11월 들어 정보통신주의 강세로 이들 종목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펀드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밑도는 비애를 맛보았다. 주가지수가 13.88%로 급등했지만 밸류1호는 0.38%라는 저조한 성과를 올렸다. 그렇지만 이부장은 『극단적으로 정보통신주 인터넷관련주들에 대한 정확한 기업가치를 분석할 때까지 한 종목도 사들이지 않을 수 있다』며 자신의 가치투자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재산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적정 수준의 주가판단도 없이 투자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부장은 특히 투자자들에게 『시장의 패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가치투자를 확신하고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인터뷰 / 성장주보다는 가치주 위주로 투자이채원 동원투신 주식운용부장은 요즘 심기가 편치 않다. 11월 들어 전세계 증시를 강타하고 있는 성장주(growth stock)열풍에서 철저히 소외됐기 때문이다. 엄격한 기업분석을 통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 적정가격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 그로서는 미래 성장가능성만 강조하는 이들 종목을 과감히 편입할 수 없었다. 이들 종목이 주가를 견인하면서 수익률 게임에서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이부장의 운용철학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였다. 매출액이나 주당순이익 등의 성장추세를 확인하지도 않고 투자할 수 없었다고 밝힌다. 실제로 그는 이들 종목의 주가는 상당부분 거품이라고 보고 있다.그는 상반기 매출 1백40억원, 순익이 7억9천만원인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이 1조5천억원이 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가치투자가들이 선호하는 분석기법인 「토빈의 Q」를 원용할 경우 1조5천억원을 자산가치가 불명확한 기업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부장은 시가총액 1조5천억원으로 연평균 20%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밝힌다. 그는 새롬기술이 시장에서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확고한 입지를 굳힌 후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물론 이부장도 나스닥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에서 정보통신 인터넷 관련주들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 자신도 이들 종목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렇지만 패러다임이 새롭게 변하더라도 전통적인 가치주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다.이부장은 벤자민 그래함, 피터 린치 , 워렌 버펫 등 미국증시의 신화적인 펀드매니저들이 결국 성장주보다는 가치주 위주로 성공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위로받고 있다고 최근 심정을 드러낸다.약력: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1988년 동원증권 입사. 국제부 역외펀드 운용. 1996년 동원투신운용 입사. 현재 주식운용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