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설비투자는 98년에 무려 38.5%나 급격히 감소했다. 대기업의 과잉·중복투자가 외환위기 주요 원인들 중의 하나로 인식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99년 1/4분기를 기점으로 높은 증가세로 반전했다. 내수확대와 수출호조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99년 3/4분기에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48.0%나 증가해 실질국내총생산이 12.3% 성장하는데 4.1%포인트나 기여했다. 99년에 들어와 설비투자가 이처럼 회복된 것은 저금리정책 기조가 효과를 거두고 국내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99년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운송장비투자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운송장비투자는 3/4분기에 설비투자증가에 대한 기여도가 17.9%포인트에 달하는 등 96.5%나 급격히 증가한 반면 기계류투자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증가했다. 그러나 외환위기이전인 97년 1/4분기부터 3/4분기까지의 투자액을 1백으로 해 99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볼 경우, 기계류투자는 78.4%, 운송장비투자도 74.5%의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설비투자 증가는 안정적인 투자의 증가이기보다는 기술적인 반등으로 풀이된다.2000년 설비투자결정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물가안정이 중요할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의향을 갖고 있더라도 저리의 장기자금을 확보해야만 활발한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임금상승이나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 저금리기조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물가안정은 2000년 설비투자에 매우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둘째, 외국인 직접투자는 국내 설비투자에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외국투자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는 2000년 투자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셋째, 2000년 내수와 수출은 99년에 비해 증가율이 다소 둔화될 것이지만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는 99년 소득에 비해 소비가 초과하는 현상을 보여왔고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따라서 2000년에는 그 증가율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경제의 안정적인 시장을 제공하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수출은 엔화강세나 유럽공동체 일본 동남아시아의 경기회복이 수출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화절상, 위안화절하, 임금상승압박, 미국경제 둔화 등이 수출악재로 작용할 조짐이다. 따라서 2000년에는 99년에 비해 수출 증가율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2000년 1/4분기에 예상되는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30% 정도이다. 그러나 2000년 전체로 볼 때는 15.1% 증가로 다소 둔화될 조짐이다. 기술적인 반등요인이 소진되고 물가상승압박에 따른 금리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