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납기 원가 문제로 고민하는 회사가 있다. 사업부장부터 대리에 이르기까지 입만 열면 품질 문제를 얘기한다. 설계가 늦어지고 질이 떨어져 파일럿 제품을 만드는데 애를 먹는다. 업체 수준이 낮아 부품 품질도 엉망이다. 작업 표준이 제각각이라서 불량률이 높다. 그러나 제각각의 불만은 많지만 『얼마냐(how much?)』고 물으면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으면서 막연히 그럴 것이다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을 증명할 데이터를 만들지 않았다.따라서 무엇이 얼마만큼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알 방법이 없다. 어느 부품이, 어느 업체가, 설계의 어떤 부분이 얼마나 문제인지 알아야 해결방법이 나오는데 데이터없이 말로만 떠들어대니 개선이 안된다.작업중에 운동화를 꾸겨신는 사람이 많았다. 운동화 끈을 조이고 일을 해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판에 슬리퍼처럼 꾸겨신고 어슬렁거리니 그 공장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하지만 3백명이 넘는 인원이다보니 잔소리도 한두번이지 쉽게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작업반장 10여명에게 여러번 당부를 했지만 그 역시 효과가 없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지, 얘길 해도 듣질 않는건지 나아지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사람을 시켜 직장별로 운동화 꾸겨신은 현황을 조사시켰다. 직장별로 「총 몇 명에 꾸겨신은 사람 몇명, 몇 퍼센트….」 대강 그런 식이었다. 매일 작업이 끝난 후 그 데이터를 공개했고 특히 상태가 안 좋은 직장을 대상으로 이유를 묻고 대책을 요구했다. 며칠이 지난 후 운동화 꾸겨신는 사람은 공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세상에는 측정 가능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물건을 몇개 사고 팔고, 사람이 얼마나 지나다니고, 거주인구는 얼마이고 등은 쉽게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물건이 좋고 나쁘고, 사람이 좋고 나쁘고, 품질이 어떻고 등은 측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측정이 어렵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려울수록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예를 들어 한 사람에 대한 리더십을 측정하는 프로파일 프로그램은 상당한 효과가 있다. 이 교육을 받기 전에 상사 동료 부하로부터 그 사람에 대한 평가시트를 나누어주고 작성하게 한 후 이를 분석하여 교육 중간에 알려주면 많은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이때까지 막연히 자신이 생각했던 자기 모습과 부하나 동료들이 생각하는 자기 모습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요즘 QFD(Quality Function Deployment) 라는 기법으로 선진국 기업들은 자사의 상품 경쟁력을 크게 올리고 있다. 이 기법은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하는 막연한 이야기나 피드백을 엔지니어링화하는 기법이다. 즉 실천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실천할 수 있게끔 수치화시켜 주는 기법인 것이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을 데이터로 수치화하는 것, 또 지금껏 측정하기 어려웠던 것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 모든 일을 추진함에 있어 데이터를 가지고 진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경쟁력의 원천이 아닐까 한다. 「측정할 수 있으면 개선된다」. 이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