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아침, 교보증권 본사 시무식장엔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취임 8개월째 접어든 조승현 사장의 「새천년 다짐」때문이었다.『교보증권의 주가가 연초대비 20%이상 오르지 않으면 자진 사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분기별 경영실적 공개, 주주 고배당 정책, 스톡옵션제 도입 등 평소 고민해왔던 경영방침들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임원진과도 상의하지 않은 일이라 모두들 놀랐나 봅니다.』조사장은 「새천년 주주에 대한 결의」 여섯가지를 직접 작성, 이날 시무식장에서 전격 발표했다. 주주와 고객, 임직원에게 새천년의 첫 약속을 하고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였다.특히 자사 주가를 최고경영자 자신의 진퇴 여부와 직결시킨 것은 지금껏 전무한 「사건」이라 금방 화제가 됐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대신증권, 동원증권 등 증권업계에만 23년 동안 몸담은 그였기에 여의도 증권가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경영자는 주가로 평가받습니다. 어떠한 핑계도 달 수 없어요. 시황이 어떻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는 책임을 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연초대비 20% 상승」이라는 조건은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그 수준조차 달성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물러나야지요.』조사장이 이렇게 결의하게 된 데는 남다른 속사정이 있다. 교보증권 주식은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에 등록했다. 당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물량은 무려 6백만주에 달했다. 물량이 많은 탓에 청약률이 낮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지만 뜻밖에 77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로인해 교보증권은 코스닥시장에서 「상당 기간 동안 상한가를 낼 종목」으로 기대를 모았다.하지만 상한가 기록은 3일만에 끝나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기관 투자가들이 대거 매물을 내놓았고 일반 투자자들도 「팔자」행렬에 동참했다. 급기야 공모가 9천원에 크게 못미치는 6천30원으로 2000년 첫 장을 시작해야 했다.그동안 값이 워낙 떨어진 탓에 주가가 20% 상승한다 하더라도 7천2백원 정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조사장의 「20% 상승 달성」공언은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이다.『교보그룹은 투명한 경영으로 이름난 기업입니다. 교보증권 역시 마찬가지지요. 그동안 인력구성이나 경영면에서 대형 증권사보다 뒤떨어졌던 게 사실이지만, 미래 가치와 기업 가치로 본다면 「우량」임에 틀림없습니다.』조사장은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핵심 인력을 키우고 기존 직원들을 재교육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꼭 필요한 인재는 직접 나서서 스카웃할 각오도 돼 있다. 「인력 인프라가 곧 경쟁력」이라는 믿음이 굳건하다.『고객 투자 수익률이 높으면 주주와 직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갑니다. 약정고에 신경을 쏟기 보다 「가장 좋은 증권사」만들기에 주력할 겁니다. 올 한해 교보증권의 행보를 눈여겨 보십시오.』새천년을 결연한 다짐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조사장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