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대형 연기금 투자 적합 … 국내시장 검증 지켜봐야

「천재가 아닙니다, 바보도 아닙니다.」SK투자신탁운용(이하 SK투신)이 대표상품으로 판매하는 「SK-악사로젠버그 펀드」(이하 로젠버그펀드)의 특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광고문구다. 펀드매니저가 업종비율이나 종목선택권을 갖고 있는 전통적인 포트폴리오 운용방식을 은연중에 비판하고 있다. 아무리 천재적인 펀드매니저라도 매년 시장 초과수익률을 올리는 경우는 극히드물다고 지적한다. 펀드매니저가 인간이기 때문에 시장흐름을 잘못읽거나 종목선정을 잘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투신은 펀드매니저의 자의성을 줄이는 대안으로 시스템 펀드인 로젠버그펀드를 제시한다.◆ 펀드매니저 역할, 시스템이 수행이 펀드는 바 로젠버그(Barr Rosenberg) 전버클리대 교수가 창안한투자시스템으로 운용한다. 시스템을 이용해 투자종목의 내재가치 분석, 미래수익 예측, 매매타이밍 결정, 투자성과 분석, 리스크 관리등을 결정한다. 펀드매니저의 역할을 시스템이 대신하는 셈이다.로젠버그 교수는 지난 1975년 바라모델(BARRA MODEL)을 개발해서 자산운용업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펀드매니저가 올린 초과수익률을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에 대한보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체계적 위험은 분산투자로 제거할 수없고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이다. 그는 비체계적 위험을다시 특정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위험과 이들 기업이 속한 업종과전체 기업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위험으로 나눴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면 금리 유가인상 발표에 개별기업의 주가가 달리 반응하는 것은 개별기업의 위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이같은 이론을 통해 주가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시장베타)만을 중시하는 기존의 주류투자론인 자본자산가격결정이론(CAPM) 영역을 확장했다는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또 이것을 컴퓨터 시스템으로구현시킨 것이 바라모델이다. 전세계 자산운용업체들이 인덱스펀드의 운용에 활용하고 있다.SK투신은 바라모델을 한단계 발전시킨 것이 바로 로젠버그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바라모델은 단순히 시장수익률을 따라가는데 그쳤다고 지적한다. 소극적인 펀드운용 모델로만 사용됐다는 비판이다. 반면 로젠버그 시스템은 내재가치 분석, 기업실적추정, 리스크관리,매매타이밍 결정 등 포트폴리오 운용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같은 적극적인 운용으로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수있다고 강조한다.운용과정은 크게 종목선정과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대별된다. 먼저저평가 종목을 선정하기 위해 재무구조와 영업실적 등을 분석한다.과거실적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치까지 고려한다. 여기다 주가 거래량 등 시장정보도 반영한다. 이들 정보를 토대로 예상투자수익률이큰 종목순대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 시가총액비율이나 시장테마주냐 아니냐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철저히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순서대로 선정한다. 그런 다음 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를 고려해서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이 과정에서 펀드매니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펀드매니저는 단지 로젠버그 시스템이 제시하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구성하고 내재가치에 도달하면 매매하면 된다. 이같은 역할 때문에악사-로젠버그측에서는 펀드매니저 대신 포트폴리오 엔지니어라는용어를 사용한다. 주식운용팀이 아닌 영업추진팀 소속의 김승길 차장이 로젠버그 펀드를 관리하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종합주가지수 대비 8% 초과수익률 목표현재 로젠버그 펀드는 50여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종합주가지수(KOSPI)+8%」를 목표로 운용된다. 기존 인덱스펀드와 다른 점이바로 8% 초과수익률 부분이다. 로젠버그 펀드는 40여개 종목으로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면서 나머지 종목에서 초과수익률을 노린다.1월13일 현재 기준 가격은 8백85.99원. 설정 당시 기준 가격을 밑돌고 있다. 김승길 차장은 『인덱스 펀드라서 설정 당시 1000포인트였던 주가지수가 940포인트대로 내려왔기 때문에 기준가격이 하락했다』면서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기준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이 펀드는 SK증권 동원증권 삼성증권 등에서 판매한다. 투자금액에제한은 없다. 90일 이내에 환매하면 이익금의 70%를 수수료로 내야한다. SK투신은 현재 악사-로젠버그 싱가포르 현지법인의 청 랴오(Cheng Liao)로부터 운용자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 김승길 포트폴리오 엔지니어“펀드매니저 판단 오류 최대한 줄였다”『주가지수 수익률과 비교해서 운용성과를 평가받는 연기금이나 1년이상 장기 투자할 수 있는 개인들에게 적합한 펀드라고 생각합니다.』SK투신의 김승길 차장의 설명이다. 「천재」 펀드매니저가 시장수익률을 몇 배 상회하는 것도 「바보」펀드매니저가 원금을 까먹는 경우도 모두 꺼리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강조한다.특히 펀드매니저의 장기적인 운용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국내시장에서 더욱 유리하다고 주장한다.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는 완전히 다르다. 미국 증시를 토대로 개발된 로젠버그 시스템이 국내 증시에서도 유효하다고 보는가.미국 증시에서 로젠버그 시스템은 대형 연기금 운용자들에게 유효성을 인정받고 있다. 로젠버그 시스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코닥 겔로그 등 기업연금과 하버드대학의 발전기금등이 주요고객이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로젠버그 시스템을신뢰한다. 단지 명성만이 아니다. 실증분석을 통해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로젠버그 시스템을 통해 과거 7년의 운용성과를 모의 실험해 봤다. 그 결과 주가지수 상승률을 1백27% 초과했다. 이들의 주장을 우리는 믿는다.내재가치가 뛰어난 종목이 반드시 주가가 높은 것은 아니다. 시장의인기나 수급상황 등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로젠버그 시스템은이것을 반영하기 곤란하다.투자자들의 비이성적인 행위나 세계증시의 동조화로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것을 반영하지못해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보다 펀드매니저의 오류가 가져오는 손실이 더 크다고 본다. 또 우리는 시장의 효율성을 믿는다. 수급이나시장인기 요인때문에 일시적으로 적정가치를 벗어나더라도 주가는반드시 제자리를 찾아간다는게 우리의 철학이다. 로젠버그 시스템에는 이같은 확신이 담겨있다.로젠버그 교수가 개발한 「바라모델」과 「로젠버그 시스템」의 차이는 무엇인가.바라모델은 주가지수를 단순히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소극적인펀드운용에 필요한 기법이다. 로젠버그 시스템은 펀드매니저의 역할을 시스템이 대신하기 때문에 바라모델보다는 적극적인 운용모델이다. 저평가 여부나 향후 성장성 판단 등 펀드매니저들이 하는 업무를 시스템이 대신해 준다. 그리고 펀드매니저가 인간이기 때문에범하는 오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이것이 로젠버그 시스템의 최대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