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금 카드·팝쇼광고 도입 등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저돌적 추진력으로 승부

날씨가 제법 추웠던 지난해 12월 21일. 하루종일 바쁘게 뛰고 날이 저물어 사무실로돌아온 유석호(32) 타운뉴스 사장은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면서 그제서야 조간신문을 펴 들었다.「손정의 사장 오늘 방한」이라는 내용이대서특필돼 있었다. 한국의 인터넷 벤처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내용도 실려 있었다. 순간 기사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내가 하는 사업이 바로 인터넷 벤처기업 아닌가. 또 손정의씨와 손을 잡는다면…. 그때 그의 머리 속을 전광석화처럼 스치는게 있었다. 어떻게해서든지 손사장에게 우리 회사의 존재를 알리자. 그러려면신문에 광고를 내는게 가장 좋다. 손사장께 편지를 쓰고 이를 신문에 전면광고로내자. 내일 출국하니 방법은 내일 아침신문에 내는 것뿐이었다. 그때 시각이 오후6시. 즉각 홍보팀 비상회의를 소집했다.모든 신문사에 전화했다. 대부분 내일 아침신문 전면광고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2개 신문만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다만 저녁 8시까지 원고를 보내줘야한다는 전제를 달고.◆ 손사장 방한 때 ‘깜짝 홍보’로 회사알려2시간밖에 없었다. 내용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언제 필름작업해서 신문사까지 보낸단 말인가. 더구나 타운뉴스의 사무실은강남구 도곡동. 신문사는 광화문에 있었고필름작업은 충무로에서 해야 한다.사내 맥킨토시컴퓨터로 급하게 문안을 작성하는 동안 퀵서비스를 불렀다. 차량 한대에 직원을 탑승시켜 동시에 출발시켰다.충무로에서 필름작업을 마치고 신문사에도착한 시간은 8시반. 가까스로 마지막판인쇄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다음날 아침. 신라호텔에서 손사장의 강연회 및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신문 광고내용을 보여주고 소개를 해야 했다. 어렵게 광고를 냈는데 안 읽으면 도루묵아닌가. 강연회에는 초청받은 자만 참석할 수있었다. 강연회와 기자회견 사이의 어수선한 틈새시간을 활용키로 했다.최길윤 이사와 정향덕 홍보팀장을 출발시켰다. 정팀장이 주최측의 시선을 끄는 사이 최이사가 손사장 앞으로 돌진했다. 순간 손사장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이사는 신문광고를펴놓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타운뉴스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과 함께. 마침옆에 있던 통역이 일본말로 통역하기 시작했다. 손사장은 돌출적인 행동에 오히려감탄하며 껄껄 웃었다. 아직 손사장으로부터 투자여부에 대한 공식 답변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타운뉴스로서는 대성공이었다. 자사의 존재를 충분히 각인시켰기 때문에.유석호 사장은 머리가 비상하면서도 행동이 기민하다. 007영화의 제임스본드처럼.순간적으로 판단하고 바람처럼 행동한다.동년배의 누구보다도 활동반경이 넓다. 수원대 유전공학과를 나와 로스앤젤레스의사우스 베일러 대학에서 수학한 뒤 26세이던 94년에 웨이브엑스라는 테니스라켓 업체를 차렸다. 선수에 버금갈 정도로 테니스실력이 출중했던 그는 물결형 라켓을 발명해 국내외 특허를 얻어 대히트를 치기도했다. 중국에 볼링공 공장도 만들었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위기를 맞았다. 원화가치가 폭락한 것. 해외공장에 외상으로 발주한 라켓의 수입대금이 폭등했고 설상가상으로 국내 유통업체들은 주문을 모두 취소했다. 이에 캐나다업체에 웨이브엑스를 넘긴뒤(일부 지분은 보유) 미국과 캐나다에 머물던 그는 인터넷과 나스닥에 대해공부하게 된다.이때 인터넷의 사업성에 눈을 뜬다. 동네마다 소식을 제각각 전하는 사이트를 보고무릎을 친뒤 귀국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2월부터 준비해 6월에 창업했다. 타운뉴스는 중국집 통닭집 피자집 등 음식점을 비롯해 쇼핑센터 음반가게 등 동네의 상점을소개하는 사이트. 단지 나열하는게 아니라가장 맛있는 집,싼 집,주자창이 넓은 집등을 알려준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지역뉴스와 이벤트 경매 구매 물가소식과 직거래도 담당한다.전국을 4백여개로 나눴는데 이미 2백여명의 에이전트를 구축한 상태다.◆ 높은 프리미엄으로 대규모 투자 유치창업후 이 회사는 몇가지 진기록을 세웠다.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솔창업투자가 액면가 5백원짜리 주식을 20배수인1만원에 투자한 것. SD벤처캐피탈은60배수인 3만원에 투자했다. 지난해 12월29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1백20배수인주당 6만원에 공모했는데 2시간만에 모집이 끝났다.폭발적인 인기의 바탕에는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저돌적인 추진력이 자리잡고 있다.세계 최초의 인터넷 잠재의식 광고기법인팝쇼(POPSHO)가 그중 하나. 팝쇼는 순간적으로 인터넷화면에 광고가 나왔다 사라지는 기법이다. 매우 짧은 순간이라 무의식속에 남게 되지만 반복을 통해 머리에내용이 각인되는 특수광고기법이다. 캐나다의 노스필드는 팝쇼의 사업성을 보고 거액로열티를 제시해왔다. 북미지역에서 팝쇼를 독점 판매 배포하는 대신 1백80만달러의 계약금을 내겠다는 것. 그리고 연간최소 2천5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이중 타운뉴스에 80%를 보내겠다는 제안이다. 타운뉴스는 이를 신중히 검토한 후 계약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타운뉴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순금카드」를 준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내기도 했다. 이 골드카드는 전국 가맹점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직거래직수입 공동구매와 각종 이벤트에 참가할수 있는 다용도카드. 행사 실시 하루만에1만여명의 신규가입자를 모집했다.유사장의 꿈은 원대하다. 한국을 시발점으로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각국의 에이전트를 통해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어갈 계획이다. 타운뉴스를 코스닥에 상장시켜 가치를 최대화한뒤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시킨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젊은 사업가이면서 이웃돕기에도 관심이 많아 작년말에는 밀알선교회에 5천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02)2190-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