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가치주 가격차 해소 전망 … 금리상승시 성장주 조정폭 커

지난해 11월, 12월 두달 동안 급격히 진행된 주가 양극화 현상이 연초 들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소외됐던 가치주들을 새롭게 평가하는 시장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새해들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전세계 증시가 큰폭의 동반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전세계 증시의 주가상승을 견인했던 정보통신관련주의 하락폭은 두드러졌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말 60만원을 넘어섰던 데이콤은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반대로 그 동안 낙폭이 컸던 금융, 제지, 의약업종 등은 저가메리트가 부각되면서 매수세가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이같은 조짐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관련주들이 상승추세를 이탈하고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전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할때 이들 종목의 향후 성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추가하락시마다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도 무리가 없다는판단이다. 그러나 이들 종목의 상승이 비성장주의 하락으로 연결될것이라는 양극화 논리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 전망이다.무엇보다 시가총액대비 정보통신관련주의 비중이 부담스러울 정도로높아졌다. 정보통신 4인방(SK텔레콤 한국통신 데이콤 LG정보통신)이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월말 15%선에서 12월말에는31%선까지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통신사업부문 등을 반영하면 이들종목이 거래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하고 있다.선진국과 비교할 때에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물론 이것은 국내 산업구조가 선진국형으로 개편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통신관련주를 위주로 한 극심한 주가 양극화가 더 이상 진행되기는 부담스럽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보통신관련주가 상대적으로 금리민감도가 크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들 종목은 현재보다는 미래 수익가치에 의해 주가가 형성되기때문에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간이길기 때문에 금리변화에 보다 큰 폭으로 반응한다.◆ 성장주 저가 매수전략 유효실제로 미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인상 소식에 나스닥지수가 다우지수보다 하락폭이 컸다. 나스닥의 정보통신 인터넷기업들이 금리상승에더 크게 충격을 받는다는 증거다. 국내에서도 금리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성장주보다는 가치주로 투자자금이 몰릴 수 있다.투신권의 수급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도 주가양극화 해소를 가능케 해 준다. 대우채권 환매에 발목이 잡힌 투신권의 매수여력은 제한적이었다. 한정된 실탄을 정보통신 인터넷 등 시장인기주에 집중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주가 양극화를 야기했다.최근 주가 양극화는 가치주와 성장주에 대한 논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치주와 성장주를 가늠하는 잣대로는 PER(주가수익배율) PBR(주가순자산배율) 등이 널리 사용된다. 증시전문가들은 PER·PBR 등이 낮을수록 가치주로 분류한다. 반대로 이들 비율이 높을수록 성장주로 간주한다.미래성장성을 중시하는 성장주와 안정된 현금창출능력 등을 중시하는 가치주에 대한 논쟁은 미국증시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다소 인위적인 분류라는 비난도 제기됐지만 대형 연기금의 펀드매니저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연기금 가입자들에게 운용철학과 운용성과를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분석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이같은 필요에 따라 가치주 투자와 성장주 투자의 비교우위를 보여주는 연구가 상당히 진척됐다.◆ 통신주·비통신주 이분법 구도 해소 전망미국증시에서 가치주와 성장주는 1980년대까지 엇비슷한 비율로 상승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양자간의 상승률에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졌다.1998년에는 IMF의 후유증으로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이 부각됐다. 결과적으로 가치주가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본격적으로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간 1999년 중반 이후에는 성장주의 상승률이 더 높아졌다.과거 추세를 보면 경기 호황기에 성장주가 지수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가치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지난 6개월 동안 성장주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 양극화가 본격화된 1999년 11월부터 2000년 1월초까지 성장주 지수는 30.1% 상승한 반면 가치주 지수는 오히려 7.3% 하락했다. 일부 가치주 종목들은 최고 50%까지 하락했다.이러한 주가 양극화는 미국처럼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상승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즉 미국에서는 성장주보다 못했지만 가치주도 꾸준히 올랐다. 그렇지만 국내 증시에서는 다른 양상을보였다. 성장주는 상승한 반면 가치주는 기업실적이 향상됐음에도불구하고 급격히 하락했다. 기업의 기본요인(Fundamental Factor)이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종목의 상승이 다른 종목의 하락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것은 증시내부의 자금이 급속히 이동하면서 발생한 결과다.지난해 증시자금은 거래소 시장의 성장주와 코스닥시장으로 집중됐다. 올해에도 코스닥시장으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지난해와 동일한 현상은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과매도(Oversold)상태에 있는 가치주의 경영실적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앞으로통신주와 비통신주라는 이분법적인 구도가 지속되기 보다는 두 종목군간 가격갭을 줄이는 시도가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현 주가수준에서 과매도된 가치주들에 대한 매수는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