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인텔·GE·GM 등 주식투자 횡재 … 기업 본질 왜곡, 비판론 대두

「배보다 큰 배꼽, 영업 이익보다많은 영업외 이익.」 요즘 월가의분석가들 사이에 돌고 있는 얘기다. 미국 기업들의 경상 이익 가운데 상당한 부분이 영업외 수입에서비롯되고 있음을 빗댄 표현이다.영업외 수입의 사전적인 정의는 「회사의 활동에서 생기는 수익 중정규 영업에 기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테면 이자 수입 및 할인료나 배당금 수입을 비롯해 유가증권이자, 유가증권 매각 수익, 유가증권 평가 수익, 매입 할인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유가증권 운영과관련된 수입이다. 많은 기업들이업종 성격에 따라 자회사를 두거나하청 등의 거래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지분을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직접 투자(direct investment)라고한다. 그런 투자의 결과로 배당금수입을 비롯해 유가증권 매각 및평가 수익 등이 발생한다.그러나 이런 직접 투자가 유가증권운영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않는다.기업들이 그에 못지 않게 공을 들이는 것으로 포트폴리오 투자(portfolio investment)가 있다. 직접투자가 일정한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비해 포트폴리오투자는 투자 수익만을 노리고 각종유가증권에 투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증권시장이활황을 보이는 시기에 보다 활기를띤다.최근 미국 기업들이 「배보다 큰배꼽」처럼 영업 이익을 능가하는영업외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도왕성한 포트폴리오 투자 덕분이다.일부 기업들의 경우에는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챙기는 수입이 본업에서의 이익을 훨씬 능가하는 사례가속출하고 있다.최근 지난 4/4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한 「소프트웨어 업계의 제왕」마이크로 소프트(MS)사의 경우가단적인 예다. 이 회사는 지난 4/4분기 중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7억7천3백만달러의 이익을 실현했다고 발표했다. MS는 그 덕분에 이기간 중 기록한 경상이익 증가분(전년동기 대비)의 3분의 2를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챙겼다. 이쯤되면『천하의 마이크로 소프트가 본업은 제쳐두고 증권 놀음에만 열을올렸다는 얘기냐』는 의문이 나올만도 하다. 연유야 어찌됐건 MS의4/4분기 경상 이익은 월가의 분석가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가들은MS의 주당 순익이 42센트를 기록할것으로 내다봤으나 막상 뚜껑을 연결과는 이보다 5센트 높은 47센트였다. 예상 밖의 호재를 내놓은 MS가 주가 급등이라는 「전리품」까지 챙긴 것은 물론이다.세계 반도체 시장의 패자(覇者)로군림하고 있는 인텔사도 MS에 못지않은 「횡재」를 누렸다. 이 회사는 지난 4/4분기 중 포트폴리오 목적으로 투자한 주식 일부를 매각해3억2천7백만달러의 이익을 실현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경상이익의절반을 넘는 금액이었다. 덕분에인텔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뛰어넘는 이익을 냈고, 그 결과는큰 폭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인텔이 지난 4/4분기 실적을 발표한 1월14일 하루동안 이 회사의 주가는 13%나 치솟았다.◆ 주식 투자 이익, 자본금 능가하기도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거액의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MS나 인텔과 같은 첨단 기업들 뿐 아니라 제너럴일렉트릭(GE), 제너럴 모터스(GM),델타항공 같은 「재래 기업」들도주식 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미국 증시의 장기 활황을 타고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앞다퉈 포트폴리오 투자에 나서고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델타항공은최근 사이버 항공 티켓 판매업체인프라이스 라인 닷컴(Priceline.com) 주식 중 일부를 처분해 5억9천6백만달러의 세전 수익을 냈다고 발표했다.이처럼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금융기관들이 외면할리 없다. 체이스 맨해턴 그룹의 자회사인 체이스 캐피털 파트너즈사는 지난 4/4분기 중 코발트 네트워크, 디지털 아일랜드 등 주식을 보유중인 일부 벤처 기업들이주식을 공개한 덕분에 13억1천만달러의 포트폴리오 부문 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2억4천4백만달러)에비해 다섯배 이상 뛰어오른 규모다. 웰스파고 은행도 벤처 투자 부문에 힘입어 지난 4/4분기 중 비(非)이자 수입이 전년 동기대비 33%나 증가했다.기업들의 이런 포트폴리오 투자 열풍은 월가에 「기업 수익의 정체성(正體性) 및 적정 주가」에 대한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S나인텔, 델타항공 등의 예에서 보듯일부 기업들의 순익 중 상당 부분이 포트폴리오 투자와 같은 비본질적인 기업 활동에서 나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순익이크게 늘어났다』는 외양만 보고 이들 기업의 주식 매입에 나서 주가를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몇몇 기업들은 특정 기간 중 영업수지가 신통치 않았을 경우 보유주식의 일부를 매각해 일정한 영업외 수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사례가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는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의 실적을 위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회사의 주가를 상향 왜곡시키는 것으로 이어져, 미국 증시의 거품을 부풀리는데 일조하는 셈이 된다는 지적이다.물론 기업들은 이런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반론을 펴고 있다. 아무리 포트폴리오 투자라고 해도 회사의 업종이나 비즈니스와 연관된 주식에 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경영 전략상 필요한 투자 활동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해당 업종과관계없는 투자에 열을 올리는 기업들도 많다. 컴팩이 그런 경우다.이 회사의 마이클 카펠라스 사장은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기술 비즈니스의 향후 풍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주식에 직접 투자해 볼 필요가 있다』며 종목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형주식 투자를 합리화하기도 했다.미국 기업들의 총 포트폴리오 투자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최근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월가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일부 기업들의 경우는 포트폴리오운영금액이 웬만한 기업의 자본금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거액이다.◆ 주식 매각 ‘실적 부진’ 만회기업 다수이들의 투자 대상은 기성 대기업에서부터 갓 출범한 벤처 소기업에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예컨대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AT&T, 콤캐스트,넥스텔 등 정보통신 분야 대기업들의 주식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투자의 주된 과녁은 아무래도 벤처 신기업들이다. 벤처 기업은 부품 등 특정 분야에 특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직적 계열 관계를 확보하기에 적절할 뿐아니라, 성장성도 높아 향후 큰 폭의 투자 수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전미 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지난해 MS, 인텔, 컴팩 등 기성대기업들이 벤처 기업들에 투자한돈이 전체 벤처 자금(약 4백30억달러)의 16.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의 7.5%(총 벤처 자금 2백억달러중 비중)에 비해 크게늘어난 규모다.왕성한 벤처 투자는 의외의 큰 수익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리스회사인 콤디스코사는 13년전부터신생 기업들에 장비를 리스해주는대가로 일정 금액은 현금 대신 주식을 지급받는 전략을 택했다. 이런 식으로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있는 기업이 4백30여개사에 달한다. 콤디스코사가 보유한 이들 주식의 시장 가치는 총 20억달러에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회사는 지난 4/4분기에 이 중 일부를 매각한 덕분에 분기 순익이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뉴스가 전해지면서 콤디스코사의 주가는 크게 치솟았다.컴팩도 보유하고 있는 벤처 주식덕분에 예상치 못한 재미를 봤다.지난해 경쟁업체였던 디지틀 이퀴프먼트(DEC)사를 90억달러에 사들였는데, DEC를 매입하면서 딸려 들어온 인터넷 검색 엔진 자회사 알타 비스타의 주가가 폭등하는 바람에 시세차익만으로도 90억달러 가까운 수입이 발생했다는 것이다.이처럼 벤처 주식 등에 대한 미국기업들의 포트폴리오 투자 열풍은갖가지 화제를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본업이 아닌 포트폴리오 투자에 순익의 상당 부분을의존하는 현상은 적지 않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즘과 같은 증시 활황이 언제까지나지속될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증시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기형상태는 언제가 됐건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월가 사람들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