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오줌보로 만든 공을 차던 아이들.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TV앞에옹기종기 모여앉아 김일 선수의 박치기에 열광하던 마을사람들. 몇년전 모 방송국의 <그때를 아십니까 designtimesp=19434>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40대 이후 중장년층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며 잠시나마 과거의 추억속에 빠졌었다.이젠 중장년층들은 TV를 통하지 않고서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됐다. 지나간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타임캡슐」이 우리주변에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개관한 개인 박물관 「그때를아십니까」가 바로 그 「타임캡슐」이다.박물관 「그때를 아십니까」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 중산마을의 아담한 5층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이색 박물관을 설립한 주인공은 한국경제신문 서울지역 가판책임자인채창운(54)씨.『우리가 사용하던 물건의 소중함을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젊은시절부터 수집생활을 하며 과거의소중함을 전해줄 수 있는 공간을제손으로 만드는 꿈을 키우며 열심히 모았습니다.』그는 앞으로 「그때를 아십니까」를 중장년층에는 어렵고 가난했던그 시절의 향수를, 젊은층에는 과거생활상과 전통문화의 소중함을일깨우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박물관 「그때를 아십니까」의 70여평 공간에는 채씨가 30년 동안수집한 약 4천5백여점의 소장품들이 깔끔하게 전시돼 있다. 전화기가 4백50대, 세계 각국의 문화가고스란히 담겨 있는 술병이 2천여개에 이른다. 라디오와 TV도 각각3백50대와 1백50대에 달한다.채씨가 수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것은 1960년대 후반 돌을 수집하면서 부터였다. 그저 예쁜 돌이 좋아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집에열을 올렸다. 이렇게 해서 그가 수집한 수석은 현재 1천여점에 이른다.◆ 남대문·동대문 시장에 수시 행차 수집수석수집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자 그는 수집대상을 전화기 라디오TV 등 일상생활용품쪽으로 넓혀갔다. 직장근무가 끝나면 곧바로 남대문, 동대문시장으로 달려가 닥치는 대로 사 모았다. 이런 과정을통해 박물관 진열품이 마련됐다.지금이야 번듯하게 박물관에 진열돼 있지만 박물관 설립전에는 수집품 보관에 애를 먹었다. 서울시 성북동에 살적엔 6개의 방중 5개를수집품이 차지하는 바람에 대학교에 다니던 차남을 학교근처에서 자취시켜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수집품은 습기가 천적인 탓에여름철 장마가 시작되면 온가족이선풍기를 틀어놓고 밤을 세워가며「습기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회사생활로 얻는 수입은 일정합니다. 그 돈으로 수집을 하려니 자연히 절제하고 아껴쓰는 생활을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술 마실 돈이있으면 청계천으로 달려가 한점이라도 더 찾아서 모았습니다.』그런 절제된 생활습관이 몸에 밴탓인지 그는 지금도 대중교통으로출퇴근을 하고 그 흔한 핸드폰 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요즘 그의 수집생활은 연예인 및정치인 사인받기로 이어지고 있다.그가 수집대상을 사인으로 바꿔야했던 데에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다. 청계천 8가 「도깨비시장」에더 이상 수집할 물건이 없어서다.이제 그는 직장근무가 끝나면 방송국으로 달려가야 한다. 사인을 놓고 중고생들과 몸싸움을 벌이기 위해서…. (0344)977-6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