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동대문 공동브랜드 'ndN' 설립 … 구매전용 카드 도입, 조합원에 자금 지원
빨강 파랑 노랑. 강렬한 원색 의류로 세계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베네통. 이 업체처럼 출범 이후 논쟁을 불러일으킨 업체도 드물다. 파격적인 광고와 과감한 가격파괴. 수천개 이탈리아 중소업체의 공동브랜드라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짜여진 이탈리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된 데는 조합이나 공동출자기업 형태의 조직이 밑거름이 됐다. 종업원 10~20명의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 판매 수출 브랜드관리까지 하려면 힘들다. 분업화 협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이 바로 조합이나 공동출자기업이다. 그중 한 예가 베네통인 셈이다.서울 동대문과 남대문 의류상가도 베네통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과 중소의류업체들이 공동브랜드를 사용키로 했다는 점도 흡사하다. 「남대문 동대문 네트워크」의 영문이니셜을 딴 「ndN」이 바로 그것. 공동브랜드의 아이디어도 베네통에서 따왔다.◆ 이탈리아 ‘베네통’서 아이디어 얻어동대문과 남대문은 이제 재래시장이 아닌, 패션의 중심지로 변하고 있다. 테헤란로가 정보통신과 인터넷 벤처기업의 중심지라면 동대문과 남대문은 의류벤처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동대문과 남대문의 중소의류업체를 경영하는 기업인 20여명이 공동출자해 만든 업체가 한국의류진흥센터(회장 박근규·55)다.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이 센터는 동대문과 남대문 의류업체 지원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무역상이 몰려오고 있는 동대문과 남대문을 명실상부한 패션중심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뜻에서 출범했다. 한국의류판매업협동조합과 서울중부의류판매업협동조합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문을 연 것은 작년 11월초. 아직 몇달 되지 않았지만 사업의욕에 넘쳐 있다.이 센터의 주된 사업목적은 크게 세가지. 첫째, 기획 생산 환경을 조성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창출하는 것. 둘째, 강력한 파워브랜드를 바탕으로 수출과 매출을 확대하는 것. 셋째, 자금과 재고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생산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공동브랜드와 마케팅서비스 △원부자재 구매와 전시실 운영 △유통 및 판매지원 △자금지원 △세무 회계서비스 △정보자료센터 운영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인 센터의 지하 1층은 디자인실. 캐드(컴퓨터지원설계)와 패턴캐드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자동재단기를 비롯한 첨단설비를 구비해 디자인에서 샘플제작까지 4시간 안에 완료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1층과 2층은 원부자재 전시공간과 정보자료실로 꾸몄다. 조합원들이 시장동향 등 제품개발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서비스 공간이다.센터는 중소의류업체들이 마음껏 제품을 디자인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모든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구매전용카드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동대문이나 남대문에 입주해 있는 의류업체는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의욕과 디자인능력을 갖춘 30대 중반 이하의 젊은이들이 몰려오다 보니 자금축적이 제대로 돼있지 못하다. 벤처자금이 몰리는 테헤란로와는 달리 동대문이나 남대문은 의류관련 벤처기업이 수두룩한데 정작 벤처자금의 수혜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리대금을 쓰는 경우가 많고 자칫 고생만하고 남는게 없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도입하게 된 것이 바로 구매전용카드. 국민카드와 제휴해 조합원에게 카드를 발급해준다. 이 카드는 한도가 3천만원인 원부자재 구매전용카드와 1천만원인 일반전용카드로 나뉜다. 신용으로 원부자재를 사고 물건을 만들어 판뒤 갚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재래시장 패션중심지 탈바꿈 주도동대문이나 남대문은 빠르면 2~3일 안에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낸다. 따라서 한달 정도의 자금융통은 이들로서는 사막의 샘물과 같은 것이다.또 하나의 역점사업은 공동브랜드. ndN는 남대문과 동대문상인들의 유기적인 결합을 의미한다. 그동안 이들 지역에는 각각의 공동브랜드가 있었으나 양지역이 함께 만든 브랜드는 처음이다.박근규 회장은 센터설립의 산파역을 맡았고 초대 회장으로 이를 이끌고 있다.대구상고를 나와 섬유업체인 신라 신라패션 신라공예 신라레포츠 등 4개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협동조합운동 신봉자.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한국의류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를 결성해 회장직을 맡고 있고 작년 8월에는 남대문 동대문의 의류업체를 규합해 서울중부의류판매협동조합도 출범시켰다. 이 조합이 바로 한국의류진흥센터를 출범시키는 모체가 됐다.『이탈리아를 몇번 방문하면서 한국의 의류업체도 이탈리아를 철저히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지요.』그는 중소의류업체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서는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또 한 업체가 모든 일을 해서는 아무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철저한 분업화와 협업화를 해야 시간과 인력낭비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동대문과 남대문의 중소의류업체 경영자들은 새벽 3~4시까지 일을 합니다. 바이어와 지방손님을 받아야 하니까요. 새벽에 서너시간 눈을 붙이고 또다시 일을 합니다. 디자인하고 원단을 사서 제품을 만드는 등 초인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노력한 만큼 충분한 열매를 딸 수 있도록 적극 뒷바라지할 작정입니다.』그의 마음속에는 모래알을 결집시켜 세계적인 건축물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것 같았다.(02)2236~2114©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