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6년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정으로 유망중소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하면서 벤처투자의 길을 연 창투사들의 발걸음은 요즘 다른 어느 곳보다 분주하다. 최근 벤처투자에 따른 고수익을 기대하고 급격히 증가한 창투사들간의 경쟁이 치열한데다, 기대만큼의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되는 유망벤처기업을 발굴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월18일 현재 90개 창투사가 설립돼 벤처투자를 하거나 추진중이다. 벤처펀드의 수도 급증해 1월말 현재 모두 1백59개에 1조1천1백72억원에 이르는 벤처펀드가 결성됐다.(표 참조) 지난해말 이후 한달 새에 10개 펀드 4백51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결성중인 조합을 포함하면 21개 1천3백61억원으로 규모는 더욱 크게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펀드수와 금액면에서 각각 5배씩 증가한 수치다.이처럼 창투사들이 늘고 벤처펀드가 증가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점은 자금규모가 커졌다는 점.『예전에는 벤처펀드의 규모가 20억∼50억원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대기업 보험 은행 등이 참여하면서 규모가 1백억원은 기본』이라는 것이 중기청 벤처진흥과 김성섭사무관의 말이다. 인터넷 영상멀티미디어 등 정보통신이나 바이오 등 특정분야에만 집중하는 테마형 펀드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최근에 두드러진 모습이다. 올해 결성된 21개 펀드 가운데 7개가 이런 테마형 펀드들이다.◆ 특정분야 집중 우려 목소리도이들은 대부분 조합원이 투자심사에 참여하는 등 투자심사의 전문성을 높인 것들이다. 현대기술투자 무한기술투자 지오창투 새턴창투 등이 테마형 펀드를 조성한 대표적인 창투사들이다.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다시 벤처펀드의 투자자로 나서는 것도 벤처투자의 새로운 한 흐름이다. 메디슨 세원텔레콤 한글과 컴퓨터 터보테크 비트컴퓨터 로커스 코리아링크 등과 같은 벤처기업들이 현재 창투사들의 벤처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예다.한편 이처럼 벤처펀드가 급증하는데 반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거품론」까지 나올 정도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내용은 펀드운용대상기업이 지나치게 특정분야에 집중된다는 점. 코미트창투의 성훈경이사는 『수익성이 크다는 기대 때문에 대부분의 창투사들이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에 집중하지만 마땅히 투자할만한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액면가 5천원짜리 주식에 10∼20배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허다하다는게 성이사의 덧붙인 설명이다.대부분의 창투사들이 창업초기단계의 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의 폭이 크다는 이유로 창업 초기단계의 기업으로만 몰리는 경향이 강하며, 일단 투자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하면 빠지는 일도 잦다』는게 인터베스트의 우충희부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