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원화환율은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하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말 달러당 1천1백40원 수준으로 떨어졌던 원화환율은 올해 2월중 한때 1천1백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정책당국의 시장개입에 의해 다시 1천1백20원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원화환율의 하락압력이 가시지 않고 있다.올해 1월중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절상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대규모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으로 달러화 공급초과 현상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10월 순유입 추세로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2월 중순까지 국내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국내에 들여온 자금은 모두 65억달러를 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초 대우 문제가 해결되면서 원화절상 기대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도 원화의 절상 추세를 지속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특히 역외시장에서 비인도 선물환(NDF) 프리미엄이 국내외 금리차를 밑돌 정도로 낮아진 것에서 보듯이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향후 원화절상 기대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원화절상 기대는 외국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환차익을 노리고 국내 주식들을 대거 매수하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향후에도 외환수급상 달러화 공급초과 현상이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1월중 무역적자는 연초에 수출보다는 수입이 활발하다는 계절적 특성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어서 그 동안의 흑자기조가 깨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기회복에 따른 수입 증대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2, 3월중에는 다시 흑자 추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사태만 발생되지 않는다면 국내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공급우위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문제는 엔화의 향방이다. 지난해 12월 달러당 1백엔선을 위협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던 엔화는 2월 들어 달러당 1백10엔선에 근접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경제가 과열우려를 낳을 정도로 여전히 호황국면이 유지되고 있는데다 미국 금리가 일본 금리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 재차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 추세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로 장기화된다면 점차 외국인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미국 증시가 불안한 데다 엔화 약세마저 겹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은 순유출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이는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전반적으로 국내 주식에 대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일별로는 미국 증시 상황에 따라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데서도 확인된다.하지만 일본 경제가 미약하나마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고 일본 주가의 상승 추세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엔화가 큰 폭으로 추가 약세를 보이지는 않을 듯하다. 이 경우 국내 경제의 성장세도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엔화가 큰 폭의 강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적정환율 면에서도 원화가 소폭 추가 절상될 여지는 있다. 엔화가 달러당 1백9엔 수준일 때 원화환율의 적정수준은 달러당 1천90∼1천1백원 범위 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달러당 1천1백20원대인 현재의 원화환율이 1천1백원을 전후한 수준까지 절상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