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자금을 아직까지 유치하지 못한 벤처기업은 간판을 내려라.』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농담이 흔히 오고 간다. 벤처 투자와 관련된 투자와 벤처펀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벤처캐피털은 물론이고 대기업, 은행권에서도 펀드를 조성해 벤처투자에 열심이다. 벤처펀드 규모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로 커지고 있다. 이는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상승으로 벤처기업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벤처투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벤처펀드는 일종의 투자조합으로 정부나 금융기관 대기업 등이 출자금을 모아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된 투자금이다.1월말 현재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벤처펀드는 1백59개로 1조1천1백72억원의 자금이 운용중이다. 1월 한달에만 10개 투자조합에 4백51억원이 조성됐을 정도다. 이 수치는 창투사 중심의 벤처펀드이므로 민간기업 벤처펀드까지 합치면 그 수치와 금액은 늘어난다.◆ 벤처펀드 조성, 융자지원에서 투자로특히 정통부, 중소기업청 등 공공기관이 벤처펀드 조성에 더 적극적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벤처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에 지원토록 하고 있다. 정통부 예를 보더라도 지난해에만 5백억원의 정책자금으로 민간과 함께 총 1천8백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했을 정도다.정부의 벤처펀드 조성은 벤처기업 지원이 융자에서 투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음을 뜻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벤처창업팀의 김수현 부장은 『융자는 기업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지만 지분 투자는 자산의 증가다. 또 공공기관 투자는 경영권과는 상관없는 우호지분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형태』라면서『공공기관에서 투자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대외적으로도 홍보면에서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코스닥 시장 활황으로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수익성이 좋아지자 대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벤처캐피털을 설립하고 있다. 그 가운데 삼성이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은 삼성벤처투자사를 설립해 총 금액 2천6백억원 규모의 5개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현대도 현대기술투자사를 설립, 2백5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용중이다. SK도 SK상사 등 4개 계열사가 사내 벤처펀드를 조성하거나 벤처캐피털 회사에 지분을 참여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투자하는 업종은 전자 정보통신 인터넷 디지털 생명공학 등 미래 핵심산업이 주종이다. 대기업의 벤처투자는 투자에 따른 자본 이익과 신사업 창출 등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계산이 깔려 있다.은행권의 벤처투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융자를 통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벤처투자팀을 조직해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수익을 올리는데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자금 운용에 있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은행이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모습 가운데 하나다. 이런 현상들이 코스닥 시장의 활황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둘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은행이 첨단 업종인 벤처기업에 대한 분석이나 분석기법이 아직 취약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보완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벤처펀드도 전문화 추세벤처펀드의 성격도 전문화되는 추세다. 정보통신 관련 첨단산업 위주에서 생명공학, 영상, 게임, 엔터테인먼트, 유통 등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벤처캐피털 회사도 나름대로 전문 업종을 정해 놓고 투자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결성된 43개 벤처펀드 가운데 18개가 전문 벤처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벤처펀드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 대상을 전문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벤처펀드 출자는 그 성격에 따라 개인과 기관이 참여할 수 있거나 기관만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대다수 벤처캐피털에서 운용하는 벤처펀드는 기관투자가를 통해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벤처기업 투자는 성공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 그러나 처음 설립된 회사, 그것도 벤처기업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만큼 고위험도 뒤따르기 마련이다.벤처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도 코스닥 시장이 활황을 보인 올해 들어서다. 중기청이 지난 10월말까지 해산한 28개 벤처펀드를 대상으로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연평균 수익률이 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벤처투자가 만만치 않고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결국 벤처펀드는 이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사의 노하우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이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이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싶다면 엔젤클럽을 이용해 투자대상 기업을 추천받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개인들의 투자클럽인 엔젤은 소액이지만 기업 발전을 토대로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 대부분 엔젤들은 단순투자보다는 경영 기술자문 등에 관심을 보이는 개인투자자들이 많다. 성공확률이 낮지만 기업공개와 무상증자를 통해 한번 성공하면 주식투자보다 「대박」이 보장된 것이 엔젤의 매력이다.벤처캐피털사에서 벤처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대부분 비슷하다. 지원 조건과 제출서류 사업성 검토 등은 각 회사마다 자체 기준에 따른다. 벤처캐피털사가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기준은 독창적인 아이디어, 경쟁력있는 기술 그리고 조직 구성원의 맨파워를 꼽는다. 그 외 투자를 결정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의 기업을 보는 시각 즉, 오랜 경험에서 쌓은 노하우가 판단 기준이 된다.한국종합기술금융(KTB)의 강택수 이사는 『A급 기술과 B급 경영진, A급 경영진과 B급 기술을 보유한 기업중에서 어느 한곳을 고르라면 A급 경영진에 B급 기술을 가진 기업을 선택한다. 기업은 사람이 움직이는 조직이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경영진의 자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벤처와 같은 소규모 기업은 의사결정권이 거의 경영진 특히 CEO 개인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업 성패는 경영진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벤처기업은 한 국가의 장래 경제를 지탱하는 힘이며 주체다. IMF로 기울어진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버팀목 역할도 벤처기업이 했다. 벤처기업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경제환경이 얼마나 성숙돼 있느냐가 국력을 가늠하는 잣대다.벤처기업 입장에서는 벤처펀드가 양적인 면에서는 성숙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활용이다. 적당한 시기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TG벤처의 유제인 과장은 『벤처펀드의 적절한 투자 타이밍은 벤처기업과 투자회사 모두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일』임을 강조한다. 벤처펀드 엔젤투자 등 벤처투자의 성공은 벤처기업의 성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