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의 체계적 위험 반영 … 기관투자가, 금리위험 대응수단 활용

최근 은행권의 원화표시 후순위채권이 발행되기 무섭게 매진되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이 주된 수요층으로 이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를 앞두고 분리과세 혜택을 겨냥해서 매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 채권유통시장이 활성화되면 거액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일반투자자들도 채권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채권투자자들의 최대관심은 매입시점이후 유통수익률의 동향이다. 금리변화에 따라 채권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본지 220호 금리와 채권가격 참조) 물론 만기때까지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유통수익률의 변화는 중요치 않다. 매입 당시의 표면금리만큼 이자를 받으면 된다. 그렇지만 대다수 채권투자자들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얻길 원한다.그러므로 이들은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락)하면 채권가격은 얼마나 하락(상승)할 것인가에 관심을 나타낸다. 이것을 측정하는 단위가 채권의 듀레이션(Duration)이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수정 듀레이션이라고 한다. 60여년 전에 개발된 맥컬리 듀레이션(Macaulay Duration)을 다소 변형한 것으로 금리와 채권가격의 역관계를 보여준다.이것은 채권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관투자가들은 듀레이션의 조정을 통해 금리위험에 대응한다. 금리움직임을 예측한 후 듀레이션을 줄이거나 늘려서 채권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도모한다. 이를 면역전략이라고 한다. 듀레이션을 줄이기 위해서는 잔존만기가 긴 장기채의 비중을 줄이고 단기채를 늘린다. 또 표면금리가 긴 채권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국채 금리선물을 이용하기도 한다.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듀레이션을 이용한 면역전략능력이 다소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채권전문가들은 투신권의 금리평가손이 현실화될 경우 대우채 사태와는 비교도 안되는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신사의 편입채권 듀레이션을 1.7년으로 가정할 경우 3대 투신사는 금리가 1% 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2천억원 이상의 평가손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저금리 때 채권을 대량으로 편입한 투신사일수록 손실이 크다.듀레이션은 또한 채권시장의 체계적 위험을 반영한다. 듀레이션은 금리변화에 따른 채권가격 등락폭을 보여주고 금리변화는 특정 기업의 부도위험이 아니라 거시경제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개별 종목의 주가등락을 보여주는 베타계수와 유사하다.이같은 듀레이션의 근간이 되는 맥컬리 듀레이션은 한마디로 채권에서 발생하는 총현금흐름(이자+원금)의 현재가치 1원이 상환되는데 걸리는 평균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채권투자자가 보유채권을 매입한 자금을 현재가치로 완전히 상환받는데 걸리는 시간이라는 의미다. 이것은 단순한 채권의 만기와 구별된다.(그림 참조)그림에서 나타나듯 만기는 원금과 이자를 지급받는 시간을 보여준다. 1년에 한번 이자를 지급받는가, 2년에 한번 이자를 지급받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채권투자자가 표면금리와 원금을 완전히 지급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할 뿐이다. 그렇지만 듀레이션에서 표면금리의 지급횟수는 매우 중요하다. 지급횟수가 많을수록 투자자가 원금을 보다 빨리 회수할 수 있다. 그만큼 듀레이션이 짧아진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