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만화 실패 딛고 온라인 만화시대 ‘만개’ … 웹진·포털사이트 등 유료화 ‘관심’

국내 만화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출판만화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는 다양한 실험이 한창이다. 여기에는 애니메이션 제작물량에서 세계 3위이지만 95% 이상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에 머물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국내 만화업계의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인식부족으로 성과가 미흡하다는 현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만화시대 꿈틀첫번째 시도는 CD만화. 지난 1996년부터 기존 출판 만화를 CD에 담는 작업이 한창 진행됐다. 인기작가인 이현세 이재학 등의 다양한 작품들이 CD로 재탄생한 것이다. 보통 한 장의 CD엔 7천2백여 페이지 분량의 만화가 수록됐다. 기존 만화에 색채를 입혀 컬러화하고 성우들의 목소리, 배경음악 등을 추가한 제품도 출시됐다. 그러나 작가와의 고료문제 유통망 부족 등의 난관에 봉착하며 CD만화는 활성화되지 못했다.만화업계가 다음으로 모색한 것은 온라인 만화. PC통신과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기존 CD만화들이 온라인망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만화 웹진, 만화전문 포털사이트 등의 오픈도 줄을 이었다. 특히 온라인 만화에 대한 열기는 지난해 문화산업육성책이 발표되면서 점점 더해지고 있다. 극장용 만화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과 TV용 만화를 석권하고 있는 일본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대안으로 온라인 만화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만화전문 인터넷사이트는 20여개. 각종 만화 잡지, 동호회, 개인 홈페이지 등을 합친다면 2백여개가 넘는다. PC통신과 PC통신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만화사이트도 10여개나 생겨났다. 포르노 사이트 이외에 유료화에 성공하지 못한 인터넷에서 또 다른 형태의 유료화를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유료 만화사이트 대부분은 보통 하루 1천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24시간 내에는 몇번을 접속해도 이용료가 추가되지 않는다. 자신이 가입한 PC통신의 ID를 이용, 결제 방법도 간단하다.◆ 온라인 만화, 국제경쟁력 ‘충분’온라인 만화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분야다. 그만큼 우리업계가 활동할 범위가 넓다는 얘기다.지난해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한 PC방과 초고속 통신망 보급 등으로 온라인 만화를 위한 기본 인프라는 오히려 일본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다. 현재 2백여업체 2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화산업 종사자들을 활용한다면 온라인 만화에서만큼은 세계 선두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부천 카툰네트워크의 권용훈 팀장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극장 TV용 만화에 비해 온라인 만화는 제작비가 훨씬 저렴하다”며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넷의 특성과 우리만화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이미지를 잘 결합시킨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걸림돌이 많다.우선 미국과 일본에 크게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는 기획 및 마케팅 능력이 거론된다. 기존 출판만화를 디지털화하는 형태의 시스템으론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평가다. 즉 기존 출판만화와는 차별화되면서 인터넷이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린 작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멀티미디어 동영상은 물론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콘텐츠 구성이 필수적이다.또 아직까지 시험단계에 있는 유료화 성공여부도 큰 관심거리다. 네티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접속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만화의 경우, 캐릭터 광고 등 파생산업으로 버는 수입이 만화자체 수입의 수십배에 달한다. 온라인 만화에서도 이 법칙은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 무선 통신 등과 결합하면 그 규모는 상상하기 힘들다. 인터넷 비즈니스 관계자들의 관심이 온라인 만화에 몰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터뷰 / 김계환 (주)엔웍스 사장온라인 만화로 ‘e-비즈’ 돌풍 예고“전세계를 대상으로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하청생산대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겠습니다.”지난 2월1일 ‘클럽 와우(www.clubwow.com)’를 오픈한 엔웍스 김계환 사장은 온라인 만화를 통해 국내 만화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클럽와우는 단순 스캔방식의 기존 인터넷 만화와는 달리 배경음악과 동영상이 가미된 첨단 3차원 멀티미디어 만화를 제공한다. 최신 웹 애니메이션 기술인 ‘플래시’를 이용해 기존 온라인 만화의 가장 큰 난제였던 속도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3D애니메이션의 16분의 1 수준으로 압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속도가 떨어지거나 다운될 염려가 없이 다양한 멀티미디어 효과를 표현할 수 있다. 고속통신망 가입자는 물론 일반 모뎀 사용자도 이용에 불편하지 않다. 아직 시범서비스 중임에도 사이트 개설 3주만에 가입 회원수 1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3월1일 정식사이트로 오픈, 유료 회원제 사이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유료화 성공여부는 사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와 기발한 광고 기법을 준비중이기 때문에 성공을 확신합니다. 클럽와우의 성공은 국내 만화산업뿐만아니라 인터넷 비즈니스에도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입니다.”클럽와우에는 오랫동안 OEM 방식으로 노하우를 쌓아온 2백여명의 디자이너 사운드 디렉터 시나리오 작가 프로그래머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인기를 누리고 있는 기성 만화가의 작품은 물론 역량있는 신인들의 창작만화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신인 아마추어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인터넷 전문 만화가’를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디지털 애니메이션은 극장 TV 애니메이션 보다 훨씬 저렴한 제작비로도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습니다. 참신한 기획과 마케팅 능력만 확보한다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것도 꿈만은 아닙니다.” 연내 ‘디지털 애니메이션 아카데미’를 설립 운영할 계획이라며 김사장이 밝힌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