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는 성장성, 채권자는 안정성 중시 … 코스닥기업 신용등급선 낙제될수도

‘삼성전자(A1) SK텔레콤(A1) 한글과컴퓨터(B+)’3월2일 현재 3개 회사가 국내 3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최상위 등급인 A1등급이다. A1등급이란 채권자에게 약속한 날자에 약속한 금액을 지급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다. 국내외 요인으로 상환능력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두 업체의 상환능력과 상환안정성은 국내에서는 최상위 수준이다.코스닥시장의 대표적 기업인 한글과컴퓨터는 이들보다 한단계 낮은 신용등급을 받았다. B등급은 만기일에 약속한 금액을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외부환경이 변화하면 상환능력은 떨어질 수 있다. 즉 한글과컴퓨터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보다는 상환능력의 안정성이 뒤떨어진다는 얘기다.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은 대체로 자본시장의 평가와 일치한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국내 최고기업답게 최고의 부채 상환능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재무안정성이 뛰어나다. 이 두 업체는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각각 시가총액 1위(삼성전자)와 주가1위(SK텔레콤)를 기록하고 있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서 모두 최상위 평가를 얻고 있는 셈이다.◆ 주주·채권자 기업가치 해석 달라한글과컴퓨터는 이 두 업체와는 달리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평가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글과컴퓨터의 3월2일 종가는 4만8백원(액면가 5백원)이다. 액면가 5천원으로 환산하면 40만8천원이다. 단순히 주가로 평가하면 같은 날 삼성전자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신용등급은 B+에 머물고 있다.이처럼 신용등급과 주가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신용등급은 낮아도 주가가 높은 기업들이 많다. 대체로 코스닥등록 기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코스닥등록 기업들이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를 발행하면 적어도 90% 이상은 투자부적격 등급(BB등급이하)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신용평가기관의 대체적인 견해다.이같은 차이는 기업가치를 해석하는 주주와 채권자의 견해차이를 반영한다. 주주는 특정 기업에 투자할 때 해당기업이 벌어들일 미래현금 흐름을 중시하면서도 이것 못지 않게 성장성을 강조한다. 당장의 순이익보다 앞으로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는가에 관심을 둔다. 즉 주주는 배당성향이 높은 안정된 기업도 선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주가상승 여력이 충분한 기업도 선호한다. 회사설립 후 한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코스닥등록 기업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은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반면 채권자들은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을 훨씬 더 중시한다. 채권자들은 아무리 성장성이 뛰어나도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떨어지는 기업에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만기일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은 부도처리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채권자의 입장인 것이다. 이것은 주가가 아무리 상승해도 채권자가 받는 이자는 확정돼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신용등급은 주식투자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 증권업계의 연구에 따르면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주가상승에 별로 기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향조정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의 매출액 순이익 현금흐름 등 펀더멘탈한 측면을 반영하는 신용등급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증권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상향조정될 때보다는 하향조정될 때 주식보유 유무를 신중히 판단하라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