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만 7만세대 예정 … 시공사 선정 직전이 투자 시점, 입주시 수익 체크도 필수

1980년을 전후해 서울지역에는 아파트 건축 붐이 일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 지어진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자는 ‘재건축 붐’이 다시 일고 있다.5개 저밀도지구 아파트 5만1백52세대가 6만3천여세대로 재건축되는 것을 비롯, 서울에서만 7만세대에 이르는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다시 태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80년대 아파트 공급 붐이 ‘주택 보급’ 차원이었다면, 최근의 재건축 붐은 ‘부가 수익’과 ‘삶의 질 향상’을 화두로 삼는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은 10조원대로 추산되는 재건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대당 1억원이 넘는 무이자 이주비를 지급하는 등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수요자 입장에서도 재건축 아파트는 장점이 많은 투자 대상이다. 대부분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은 교통·주거환경이 탁월하고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갖가지 옵션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시세 상승 가능성 역시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높게 매겨진다. 무엇보다 서울에는 아파트를 지을만한 땅이 고갈되었다는 점이 재건축 아파트로 관심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시공사 선정 앞둔 아파트아파트 재건축은 주민동의-안전진단-조합설립-사업승인-이주-분양-입주 등 30단계에 이르는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논의부터 입주까지 5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조합원 지분을 매입하려는 수요자는 투자 시점을 잘 잡아야 한다. ‘곧 된다’는 말만 믿고 덥석 샀다가 기약없이 기회비용을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가장 안정적인 투자 시점 중 하나가 시공사를 선정하기 직전이다.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것은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의미와 통한다. 또 조합이 설립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향후 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계기로 작용한다.시세 역시 시공사 선정후 가파르게 오르는 경우가 많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이화공인 윤조웅 중개사는 “시공사가 선정되면 구체적인 개발 계획과 조합원의 추가 부담 액수가 구체화되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늘어난다”고 말했다.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는 LG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무이자 이주비를 평형별로 8천만~1억2천만원까지 지급하고 시가 1천6백만원짜리 평면TV와 냉장고, 가스오븐렌지 등을 무상제공한다는 조건으로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을 가볍게 물리쳤다. 이번 LG건설의 파격적인 제안으로 재건축 시공사 수주전은 더욱 ‘점입가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한편 개포동 주공1단지는 3월18일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대우건설 등 컨소시엄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공2단지는 5월경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6천6백가구의 노른자위 대단지로 이름난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는 3월12일 시공사를 선정한다. 현재로서는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5개 저밀도지구 가운데 사업진행이 가장 빠른 서울 강서구 화곡지구는 4월 중순경 조합설립 총회를 통해 이미 선정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등을 시공사로 확정할 계획이다.또 서초구 반포지구 주공2단지는 5월, 3단지는 4월경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LG건설 대림산업 등 내로라 하는 건설사들이 모두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저밀도지구 중 하나인 강동구 암사동 시영 1단지는 5월 말, 2단지는 3월18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다. 대형 건설사외에도 쌍용건설,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이 가세해 총 8개 업체가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투자수익 얼마나 되나재건축이 추진되는 아파트는 그 기대만큼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다. 개포동 주공4단지 13평형의 경우 시공사 선정을 계기로 1천5백만원이 뛰어 최고 2억5백만원에 시세가 매겨져 있다. 이 아파트를 지금 매입해 2005년 45평형에 입주한다고 가정하면 얼마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결론부터 말하면 투자수익이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매입비용과 추가부담금, 금융비용까지 합한 총투자비가 5억6천5백만원인데 반해 인근 개포우성아파트 45평형의 평균시세는 6억원 선이다. 단순 산술로는 3천5백만원 선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새 아파트 프리미엄에 대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수익이 더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암사·명일지구의 강동시영 1차 15평형을 1억6천7백만원에 매입해 43평형에 입주할 경우를 살펴보자. 인근 암사동 삼성아파트 분양권 시세를 감안하면 향후 3천만원 선의 시세차익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분양가가 더 높아지고 사업기간이 길어지면 이만큼의 수익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무이자 이주비가 늘어나고 사업기간이 단축된다면 수익은 더 커지는 셈이다.결국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사업기간 동안의 금융비용과 인근 아파트 시세를 감안, 냉정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전문지 <부동산뱅크 designtimesp=19580>의 서명종씨는 “재건축을 추진중인 대단지 아파트를 놓고 실제 내부수익률(IRR)을 따져보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 시공사가 제시하는 지분 평가액이 하향 조정되거나 건축비가 늘어나는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