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증자·공모주 청약 등 부담 … 외국인 매매 동향따라 출렁출렁

2월의 코스닥시장은 사상 최고치 돌파시도가 거듭되며 거래소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추월하는 코스닥 독주시대가 펼쳐졌다. 국내 증시 사상 처음으로 코스닥이 국내 제1의 주식시장으로 떠오른 한달이었다. 특히 일반투자자 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모두 거래소를 버리고 코스닥으로 몰려들면서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벤처열풍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다.코스닥시장은 현재 작년에 이어 3번째 상승국면이 전개되고 있지만, 2월의 시장에는 커다란 질적 변화가 있었다. 99년 상반기와 10월 급등시 매수의 주체였던 일반인 대신에 외국인이 시장의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하였고, 나스닥 동조화 현상이 한층 심화되었다는 두 가지 변화이다.2월 한달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1백99억원과 4천5백5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일반인은 7천4백69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2월의 코스닥시장은 한마디로 외국인과 기관이 이끄는 쌍끌이 장세였다고 말할 수 있다. 1월18일부터의 외국인 순매수가 시장붕괴를 막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기관은 2월9일부터, 일반인은 2월28일부터 순매수로 전환해 외국인 따라잡기에 나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외국인이 코스닥시장 열풍에 불을 지폈고 여기에 기관이 적극적으로 가세한 셈이다.자연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크게 안정시켰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닥시장에 본격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전체적으로 아주 견고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뉴스가 전해지면 투매현상이 일어났던 코스닥시장이었지만 2월 이후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크게 떨어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를 떠받친다.여기에다 나스닥 움직임이 유럽, 일본 등 전세계 IT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공동화 현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코스닥시장의 미국 증시 동조화 움직임도 재부각되는 모습이었다.나스닥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관계수는 작년 9~10월 0.40에서 11~12월 0.16으로 떨어졌다가 올들어 1~2월에는 0.47을 기록, 나스닥시장 영향력이 증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1월초 폭락하던 코스닥지수가 다시 상승곡선을 긋기 시작한 것도 지칠줄 모르는 나스닥의 상승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요즘 들어 국내 코스닥 투자자들 사이에 나스닥 엿보기 붐이 다시 이는 것도 이런 현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이와 함께 5번에 걸친 270선 돌파시도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260 ~ 270p에 거래가 밀집되어 있다는 점도 2월의 코스닥시장에서 눈여겨 봐야 할 중요한 변수다. 본격적인 지수 상승세가 전개된 1월18일 이후 거래량의 32%인 15억1천만주가 260p대 이상에 밀집되어 있다.◆ 미국 증시 동조화 재부각3월의 코스닥시장의 움직임은 외국인 및 기관화장세 진행과 나스닥동조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수관련주의 증자물량 부담이 지수상승을 제한하는 모습이 예상된다. 사실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 1월 이후 많은 기업들이 유상 또는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특히 대형주 가운데 상당수가 1백% 무상증자 등 대규모의 증자를 단행, 눈길을 끌었다.예컨대 시가총액 4위의 인터넷 황제주 새롬기술과 13위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무상증자 물량만도 각각 2조5천억원과 1조1천억원에 이른다. 또 터보테크, 제이씨현시스템 등도 상당한 폭의 유무상증자를 실시했다. 코스닥증권시장 집계 결과 3월 한달 동안에만 7조4천억원이 넘는 증자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엄청난 양의 유무상증자가 코스닥 지수상승을 제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3월로 예정되어 있는 제3시장이라는 큰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 아직 제3시장이 언제 개장할지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단기적으로는 코스닥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장의 특성상 코스닥시장과 제3시장은 닮은 점이 적지 않아 서로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다.여기에다 제3시장 신청종목이 2백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코스닥 지수 상승폭이 제한되면 제3시장이 코스닥시장의 대안시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제3시장 개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코스닥시장에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코스닥시장과 함께 쌍끌이 형식으로 벤처기업 붐을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유무상증자 물량과 함께 3백개가 넘는 기업의 공모주 청약 역시 4월부터 줄줄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공모주 공고가 본격화되는 시점부터 코스닥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주가는 뭐니 뭐니 해도 수급상태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만큼 공급물량이 넘치면 아무래도 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이밖에 지수를 한단계 끌어올리는데 필수적인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도 코스닥시장의 중기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코스닥시장으로 들어올 자금줄이 지금 단계로서는 불투명해 보이기 때문에 지수가 무작정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일반인 신규자금의 척도인 고객예탁금이 9조원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의 경우 2월 하순부터 지수관련주를 매도하면서 중형주 매수에 치중하는 등 역시 지수상승에는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 모두 언제까지 코스닥종목을 매수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전망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위에서 예를 든 여러 가지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따져볼 때 3월 코스닥시장 전망은 매물부담이 포진해 있는 270p대와 각종 이동평균선이 밀집해 있는 240p대를 지지선으로 한 박스권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다만 외국인이 계속해서 순매수를 지속할 경우 270p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만약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설 경우 240p의 지지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래 저래 외국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모습이 3월에도 계속해서 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