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줄면서 임대가 껑충, 사무실 임대업 대호황 … 강북지역·오피스텔 덩달아 인기

요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빈 사무실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거의 모든 빌딩이 가득 차 공실률(사무실이 비어있는 비율)이 제로에 육박하기 때문.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사무실 대란이 일어났다’고 표현한다.이런 현상은 ‘벤처 열풍’이 뚜렷해진 지난해 12월부터 본격화되었다. 테헤란로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빈 사무실을 구하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매물이 턱없이 모자라 전형적인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동 일대 사무실을 취급하는 동아공인 이동완 중개사는 “1개월 이상 대기중인 수요자가 10여명이 넘고 빌딩 주인들은 임대가를 하루가 다르게 높여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부르는 게 값’이라도 그나마 없어서 못들어간다는 것이다.(주)임대정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남지역 사무실의 임대가는 3월6일 현재 평당 평균 4백1만원이다. 1년전과 비교하면 35%이상 오른 값. 특히 테헤란로변에서 사무실을 얻지 못한 벤처기업들이 논현동, 대치동, 도곡동 등 주변 지역으로 발길을 돌려 강남지역 전체 임대료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3개월 전에 6.18%였던 공실률도 요즘들어 1.21%로 낮아졌다. 이는 사실상 ‘빈 사무실이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98년 IMF 한파로 빌딩마다 ‘임대’ 현수막을 내걸었던 점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갓 입주했거나 입주를 시작할 예정인 강남지역 신축 빌딩은 요즘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중고 빌딩의 두배 이상 임대가를 책정해도 수요가 밀려있기 때문이다. 2월26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2호선 선릉역 주변의 아남타워는 2~7층 사무실이 평당 7백만원에 임대되고 있다. 그나마 90% 이상 임대가 끝난 상태다.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삼성동 LG트윈텔도 평당 임대가가 6백만원을 호가한다.8월에 입주를 시작하는 삼성동 아셈(ASEM)타워의 경우 39개층 2만2천2백여평을 최근 두달만에 1백% 임대했다. 7개층을 사용할 유니텔을 비롯, 외국계 컨설팅사, 정보통신 관련사 등 20개 업체가 가계약을 맺은 상태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으로 운영되는 아셈타워는 1개층 6백평의 임대료만 한달에 5천1백만원이다. 건물주인 코엑스(COEX) 마케팅팀의 전동석 과장은 “임대 개시후 중소규모 벤처기업의 문의가 줄을 이었지만 최소 1개층을 임대하기 때문에 굵직한 회사들에 사무실이 돌아갔다”고 밝혔다.◆ 오피스텔 임대가 낮아 수요자 호감서울 강북지역도 임대가 상승 기류에서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청 주변, 을지로 일대는 지난해 평당 3백70만원 선이던 임대가가 4백59만원 선까지 올랐다. 종로지역도 평당 4백31만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16%가량 오른 상태다. 그나마 두 지역은 공실률이 6~8%대로 다소 여유있는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급격한 공실률 하락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안으로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가 덩달아 늘고 있다. 오피스텔 전문 중개업소 부동산월드2000의 우윤기 부장은 “직원 수 10명 안팎의 벤처기업들이 강남지역의 30~50평 규모 오피스빌딩을 집중적으로 원하고 있지만 매물이 거의 없어 오피스텔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장기간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던 강남구 도곡동의 대림아크로텔은 1월 중순이후 분양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평당 7백60만~8백만원 선인 적지 않은 분양가에도 60평 안팎의 중대형 물량이 속속 분양되고 있는 상태다. 두세 채를 분양받아 벽을 헐어내고 사용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분양을 대행하는 (주)리얼리치의 이창수 사장은 “사무실 전용 빌딩과 달리 오피스텔은 밤늦게까지 일할 수 있고 숙식을 함께 해결할 수 있어 인기”라며 “투자자본 유치 등으로 현금 유동성이 높아진 벤처기업들이 임대 대신 오피스텔을 직접 분양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내년 4월 입주할 예정인 2호선 역삼역 옆의 현대벤처텔 역시 분양개시 1주일만에 1백여 오피스텔을 거의 팔아 치웠다. 98년 5월 최초 분양 당시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물량을 3월4일부터 재분양한 현대산업개발은 ‘주변 임대가 수준으로 분양을 받으라’는 광고로 순식간에 수요자를 끌어 들였다.임대수요자 입장에서는 오피스텔의 임대가가 일반 사무실보다 낮다는 점에서 호감을 가질 만하다. 아남타워의 경우 사무실 층의 임대가가 평당 7백만원 선인 반면 오피스텔은 평당 3백30만원 선이다. 적지않은 사무실 전용 빌딩이 업무시간외 근무가 여의치 않지만 오피스텔은 방해받을 일이 없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사례 연구 / ‘오피스넷’ 임대정보 원스톱 서비스전화 한통으로 사무실 구하기 끝‘오피스넷을 통하면 원하는 사무실이 보인다’.수많은 빌딩의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회사가 있다. 96년6월부터 인터넷으로 ‘오피스넷(www.office-lease.com)’이라는 사무실 임대정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주)임대정보. 직원이라고 해봐야 신승래 사장(46)을 포함해 다섯명이 전부지만 하는 일은 방대하기만 하다.서울지역 2만여 빌딩의 사무실 규모, 임대료 등 기본적인 정보에서 천장높이, 엘리베이터 크기, 주차시간까지 40가지에 이르는 항목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원하는 사무실의 위치와 평수를 기입하면 해당 결과가 일목요연하게 제공된다. 빌딩명, 연락처 등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싶으면 회원으로 가입해 마음에 드는 사무실을 구할 때까지 정보를 제공받으면 된다. 가입비는 3만원. 별도 수수료는 없다. 회원이 원할 경우엔 직원이 동행해 계약 체결까지 도와준다.신사장은 원래 컴퓨터 부품 정보지 를 발행하고 유머전문 사이트 미소메일(www.misomail.co.kr)을 운영하는 사업가다. 본인 스스로가 사무실을 자주 옮겨다니면서 임대 정보의 필요성을 절감,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목적은 빌딩 주인과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꼭 필요한 정보제공사’가 되는 것. 돈 버는 것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다만 빌딩 정보의 가치만은 인정받고 싶어한다.“경기가 좋아지니 예전에 울상이던 건물주들이 정보 수집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임대정보 사이트가 아니라도 수요자가 줄을 섰다는 것이죠. 소비자에겐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건물주에게는 이익을 가져다주는 우리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합니다.” (02) 704-9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