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아이디어·선수경영으로 승승장구 … 출점 기업 2천개, 월 매출 1억엔 껑충

96년부터 본격화된 인터넷붐을 타고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인터넷쇼핑몰. 라쿠텐（樂天）은 인터넷쇼핑몰 가운데 소비자용 전자상거래（EC）분야를 평정했다. 99년12월기에 6억엔의 매출에 2억5천만엔의 경상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매출대비 경상이익률이 40％에 이른다. 엄청난 수익이다.97년5월에 13개 점포로 출발한 ‘라쿠텐 이치바（樂天市場）’의 참가（출점）기업수는 2천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출점요금 광고수입 수수료수입 등을 합친매출이 월 1억엔을 넘어서고 있다. 2000년말에는 출점기업수가 5천개에 이를 전망이다. 연말에는 출점료만으로도 월 2억5천만엔이상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쇼핑몰 전체의 취급액은 월 평균 15~20％（전월대비）씩 늘어나고 있다. 취급상품은 고급브랜드제품으로부터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15만점을 넘어서고 있다. 상점가의 경우 내방객수에 해당하는 억세스 건수가 월 8천5백만건에 이른다. 지난해 12월의 취급액은 연말판매전까지 겹치면서 50％ 가까이나 급증했다.라쿠텐은 세계 정상급의 대형쇼핑몰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브랜드힘에다 인터넷쇼핑몰중 최대규모의 점포 고객을 결합, 일본판 인터넷비즈니스의 모델을 정립했다. “모방당하는 것은 무섭지 않다. 똑같은 물건이 나오는 순간 우리는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다.”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 浩史·34）사장의 표정은 자신만만하다.라쿠텐시장의 성공비결은 ‘아이디어’와 ‘선수필승（先手必勝）’의 두가지로 요약된다. 라쿠텐시장이라는 이름은 전국시대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개설한 ‘라쿠이치 라쿠자（樂市樂座）’에서 따왔다. 라쿠이치 라쿠자는 일정한 금액을 세금으로 낸 사람에게 출점을 허용하는 것. 돈만 내면 누구라도 출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값싼 요금체계 고객기업 확보 ‘파격’라쿠텐시장은 월5만엔이라는 값싼 요금체계를 무기로 고객기업을 확보해나갔다. 창업당시인 97년의 대기업 인터넷쇼핑몰의 출점요금인 월 30만∼1백만엔에 비해 한마디로 파격적이었다.상품교체나 매출분석도 출점기업이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활용, 소비자가 사이트에서 신상품을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PC와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점포도 소비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점포를 내고 있는 상점은 단순히 손님을 기다리면서 물건을 파는 것만이 아니다. 스스로 경매를 주재할 수도 있다. 1엔부터 입찰할 수 있는 1엔경매（옥션）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주머니（福袋）’도 있다. 프리마켓에 참가할 경우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으로 돌연 바뀌면서 거래의 묘미를 맛볼 수도 있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성의 이벤트를 잇따라 실시하면서 억세스건수를 크게 늘렸다. 열람페이지 수는 현재 월간 7천만 페이지를 넘어서고 있다.미키타니 사장의 진면목은 선수를 계속 치는 실천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경영자로 성공하려면 정보를 수집하는 것 뿐만 아니다. 정보를 잘 소화시켜 비즈니스컨셉을 고안한 다음 입안된 계획을 빠른 시일안에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라이벌들이 자사의 수법을 참고, 출점요금을 인하하고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쿠텐은 신사업을 계속적으로 전개, 전진할 뿐이다.그 사례는 수두룩하다. 창업 때는 출점기업으로부터 징수하는 출점요금에만 의존했다. 그러나 98년2월부터는 출점기업을 대상으로 한 광고비즈니스를 개시했다. 요금은 대형 포털기업에 비해 반액 이하로 설정했다. 전자몰광고의 잠재수요를 발굴해 나갔다.99년9월부터는 라쿠텐프리마켓으로 부터 수수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경매형식으로 유저간에 물건을 매매하는 프리마켓에는 팔릴 물건이 9천가지나 나왔다. 지난 1월에는 약 5천점이 출품됐다. 낙찰률은 85~90％에 이른다. 한점당 출품료（1백엔）와 낙찰시 수수료（매매대금의 5％）가 새로운 수입원으로 자리잡고 있다.미키타니 사장은 “일본의 인터넷비즈니스는 미국을 뒤따라왔기 때문에 미국의 경험 실패를 거울삼아 합리적인 비즈니스 몰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EC분야 거대브랜드인 아마존이 직접 판매주체가 되기위해 거액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결국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간 경매로 급성장하고 있는 e-베이는 매매에 직접 관계하지 않는 ‘노터치형’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그러나 사업영역은 경매에 한정돼 있다. 라쿠텐은 이들 미국회사의 중간형태로 미국에서도 없는 독자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전개하고 있다.그는 히토쓰바시대학을 졸업한 다음 니혼고교（日本興業）은행에 들어갔다. 은행원으로 미국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 유학했다. MBA(경영학 석사)를 따고 귀국한지 2년만에 은행을 그만뒀다. 비즈니스스쿨 동료의 3분의 1이 창업을 하는데 자극을 받았다.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한신대지진. 고베출신인 그는 수백명의 주검이 있는 영안실에서 마음속으로 결심을 했다. “인생이란 이대로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해야 할 것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 후회한다. 실패해서 후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는게 낫다”고 결심했다. 그리고는 사표를 던졌다.도쿄시내 히로오에있는 맨션에 친구와 함께 M&A컨설팅회사 크림존그룹을 채렸다. 그때（96년4월20일） 혼죠 신노스케（28）가 찾아왔다. 게이오대 졸업을 앞두고 니혼고교은행 취업을 준비하던중 선배로부터 미키타니선배의 얘기를 듣고 찾아온 것이다. 혼죠는 “왜 고교은행을 그만뒀느냐”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은행이 산업을 부흥시키기에는 너무 낡았다. 지금부터는 중소기업과 벤처가 새로운 경제와 사회의 프레임을 형성할 것”이라는게 미키타니의 응답이었다. 혼죠는 바로 그날 취직준비를 마감했다. 다음날 미키타니 사무실을 찾아와 일을 돕기 시작했다.◆ ‘세계 기업가 10걸’에 선정되기도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미키타니는 라쿠텐의 사장으로, 혼죠는 부사장으로 자리잡았다. 그들이 3년전에 설립한 인터넷쇼핑몰 라쿠텐시장은 일본의 전자상거래를 리드하는 지명도·구입률 넘버원기업으로 성장했다.라쿠텐시장에 대한 관심은 미국에서도 대단하다. 미키타니 사장은 하이테크 비즈니스 잡지인 <렛 헤링 designtimesp=19633>으로 부터 지난해 세계의 기업가 10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됐다. 지난 2월7일자 비즈니스위크는 그를 ‘일본전자상거래의 왕’으로 평가했다.라쿠텐은 4월에 장외시장에 공개할 예정이다. 조달자금을 활용, 구매이력을 바탕으로 한 소비자의 기호에 적합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브랜드력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도 적극화할 예정이다. 라쿠텐시장이라는 전자몰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최근에는 출점자들에 대한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출점자들에 정기적으로 ‘론（RON）’이라는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 성공의 비결과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라쿠텐대학도 개설했다. 지난해 초반 11명이던 종업원을 80명 이상으로 늘렸다.미키타니 사장은 포지티브싱킹（적극적 사고）주의자다. 코스트삭감이라는 네거티브사고를 거부한다. 돈을 벌고 마케팅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팔리기 때문에 몰리고 몰리기 때문에 팔린다’고 굳게 믿고 있다.미키타니 사장은 인터넷기업의 경영을 요트레이스에 곧잘 비유한다. “캡틴이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와 풍향을 판단, 네비게이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적확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인터넷비즈니스가 전국시대를 맞고있다. 라쿠이치 라쿠자의 번영을 라쿠텐이 재현시킬 수 있을까. 미키타니 사장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