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소비 미흡 악재 … 엔화강세 국내 수출엔 숨통

갑작스런 오부치 게이조의 와병으로 새로운 모리 내각이 출범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 모리 체제를 신속히 출범시킨 것은 그만큼 현재 일본이 갖고 있는 대내외 현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대내적으로는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됨에 따라 예산안을 확정시켜야 한다. 동시에 우스산 화산사건, 구제역 파동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도 수북이 쌓여 있다. 대외적으로는 오부치 총리가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G8 정상회담도 코앞에 닥쳐 있다.현재 신임 모리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5월 조기 총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모리 수상은 당초 계획대로 7월 G8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에 중의원을 해산시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도다.어찌됐든간에 신임 모리 내각도 전임 오부치 내각이 추진했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 오부치가 전력해온 일본경제를 회복시키는 과제가 역시 모리 내각의 최대과제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최근에 일본경제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서는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다. 지난해 1/4 분기에도 성장률이 2%대에 달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3/4 분기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회복세도 반짝 경기로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유동성·부채 함정 벗어나야 경제 회복앞으로 일본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나는 민간소비 측면으로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서 벗어나야 한다. 참고로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기여도는 66%에 달한다. 다른 하나는 공공부문으로 부채함정(debt trap)에서 벗어나야 한다.문제는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세계 예측기관들은 금년에 일본경제 성장률은 1% 내외로 지난해의 0.8%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과거 회복기에 기록했던 평균성장률인 3∼4%에 비해서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경제여건은 부진한데 금년 들어 엔화 가치는 의외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금년 3월 이후부터 국제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난 한달 동안 엔화 가치는 미 달러화에 대해 7.3%, 유로화에 대해서는 8.3% 상승했다.최근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일본측 요인보다는 미국이나 유럽측요인이 많아 일본으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무엇보다 미국증시의 거품우려와 이에 따라 주가움직임이 불안해짐에 따라 국제투자자들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와 멕시코, 브라질과 같은 중남미 시장을 선호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경상수지적자가 최대현안이 되고 있는 미국으로서도 달러화 약세를 방치하고 있다.유럽연합(EU)도 경제여건은 괜찮으나 구조개혁이 지연되고 있고 유럽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러시를 이루면서 유럽내 자금이 이탈되고 있다. 지난해 M&A자금을 포함한 직접투자수지는 1천4백72억유로의 유출초과를 기록했다. 금년 1월에는 포트폴리오 수지도 1백75억유로의 적자로 반전됐다.일본측 요인으로는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해외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의 엔화 송금이 늘어난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이번 회계연도에 있어서는 주가관리 차원에서 과거 어느 해보다 엔화 송금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특히 이달 들어 엔화가 급등한 것은 단관(短觀)지수 발표를 계기로 일본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데다 타이거펀드의 파산선언으로 앞으로 청산과정에서 엔화 매입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관심이 되고 있는 최근의 엔화 현상이 95년초처럼 달러당 1백엔 밑으로 상승하면서 초강세 국면으로 반전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반면 유로화에 대한 엔화 강세국면은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일단 4월 들어서는 일본기업들의 엔화 송금이 끝난다. 3월 한달 동안 엔화 강세국면을 요인별로 분석해 보면 역시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일본기업들의 엔화 송금이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일본경제의 회복세도 가시화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여전히 미흡하고 엔고에 따른 디플레 효과까지 겹칠 경우 이제 막 고개를 들고 있는 경기회복의 싹이 잘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초에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됐으나 엔화 가치가 1백10엔 이하로 강세를 보이자 3/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엔화 가치, 달러당 1백∼1백10엔 전망미국의 주가는 과거와 달리 자산인플레 성격이 적은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조정국면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우려되는 대폭락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경상수지적자문제도 미국의 국채시장이 대체시장으로 빠르게 부각되고 있어 미국내 자금의 이탈 가능성은 적은 상태다.앞으로 타이거펀드가 청산절차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청산규모가 60억 달러에 불과해 엔화 매입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적다. 다만 유럽은 단기간에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가 어렵고 M&A와 관련된 제도적인 여건도 개선되기가 어려워 유럽기업들의 탈유로랜드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앞으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백∼1백10엔, 유로당 90∼1백5엔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최근의 엔화 강세는 원화 강세국면의 우리 경제에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는 외화수요 요인도 만만치 않아 추가적인 원화 가치의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4월초 국내기업들의 수입결제물량에다 10억달러 정도의 외채조기상환용 외화수요, 환율안정 차원에서 정부가 1조원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요인이 해소될 경우 원화 가치의 추가적인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97년10월 원/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이후 엔화 가치가 10% 상승되면 원화 가치는 6% 상승됐다.앞으로 엔화 가치가 1백10엔 이하의 강세국면이 지속될 경우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국내 수출업체들에 숨통을 터줄 가능성이 있다. 계량적으로 여타 통화가치가 일정하다면 엔화 가치가 1% 상승되면 경상수지는 약 10억달러 정도 개선효과가 있다.문제는 원화 가치의 움직임이다. 금년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2.7%, 엔화에 대해 7.2%(3월에는 1.1% 하락), 유로화에 대해서는 8.8%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특히 국내 수출업체들이 금년 들어 비교적 괜찮은 대외환경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환율이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 우리의 최대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가치가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원화 가치를 국내수출업체들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운용해야 엔화 강세라는 호기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