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적은 PC사업 ‘황금알’ 만들어 … 코스닥 등록후 매출 급증

“분사요? 이제 그만 얘기합시다. 앞날을 얘기하자구요”분사 배경에 대해 묻자 최병진 현대멀티캡 사장(49·아래 사진)은 고개부터 절래 절래 흔들었다. 분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대멀티캡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현대멀티캡은 분사기업의 전형으로 인식됐다는 것을 입증한다.현대멀티캡은 IMF 구제금융으로 인한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던 98년7월 현대전자 PC사업부가 독립해 세워졌다.“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현대전자가 PC사업을 하지 않겠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분사에 대해 앞날이 걱정되긴 했지만…. 오히려 분사하길 잘 한 것 같아요.”(김정렬 마케팅부 부장)현대멀티캡은 탄생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대기업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사례였고, 종업원지주회사로 출발했기 때문. 초기 자본금은 임직원들의 퇴직금(40.1%), 현대전자(19.9%)와 대리점(40%) 출자 등 총 16억7천8백만원이었다.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분사는 했으나 생존여부는 극히 불투명했다. 그러나 분사 1년7개월이 지난 지금 현대 멀티캡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매출이 급성장한 것은 물론 코스닥에도 당당하게 등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분사 6개월만에 3백10억원 매출에 19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에는 매출 1천4백29억원에 경상이익 77억원을 올렸다. 98년에 비해 무려 4배 정도의 기록적인 성장을 한 셈이다.“올해 매출 목표를 4천5백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수요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목표 달성은 문제 없습니다.”(최사장)◆ 종합 정보통신업체로 변신중이런 승승장구 덕분에 너도나도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99년말 자본금은 총 32억6천7백만원으로 늘어났고, 인력 또한 분사 당시 95명에서 1백51명으로 불어났다.“올 상반기 결산 때 주주들에게 중간배당을 할 것입니다. 일반 배당률보다 높은 25%를 생각하고 있습니다.”(최사장)현대멀티캡의 성공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관련업계에서는 벤처형 기업의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 마케팅이라고 분석한다. 마진이 없어 삼성, 삼보 등이 빠진 인터넷 PC사업에 적극 뛰어든 것도 주효했다. 특히 인터넷 PC 납품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노트북을 생산할 수 있어 인터넷 노트북 공급 물량 전체를 납품하는 행운도 따랐다.현대멀티캡은 올해부터 PC사업 이외 인터넷 등 부가가치 사업으로 눈을 돌려 종합 정보통신업체로 변신중이다. 지난 3월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벤처기업인 텔레프리,(주)씨네로닷컴등 5개 인터넷 회사들과 제휴관계를 맺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또 하나 현대멀티캡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사이버 아파트. 초고속통신망부터 TV를 통한 인터넷까지 아파트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부가하는 사업이다.현대멀티캡은 오는 7월 완공되는 자체 사옥에서 신제품 등 월 6만5천대의 PC를 생산, 보다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최사장은 현대멀티캡의 성공 요인에 대해 “역설적으로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사업 계획도 제대로 세울 수 없던 분사초기의 어려움이 기업 경쟁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