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연세대학교 과학관에서 열린 바이오벤처포럼. 유망 바이오벤처를 소개하고 투자자들과 연결시키기 위해 한국바이오벤처기업협의회에서 주최한 행사다. 유망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거나 제휴를 맺으려는 3백여명이 좁은 강의실을 가득 메워 최근의 바이오벤처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제대로 된 바이오벤처를 찾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는 베스트투자자문(주) 황승규대표는 “한창 정보통신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붐이 일었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바이오벤처투자에 대한 문의가 많다”는 말로 바이오벤처붐을 설명했다.●바이오산업, 바이오벤처 ‘봐~요’최근의 이같은 바이오벤처붐은 바이오산업이 가진 빠른 성장성, 고수익, 환경친화적 산업, 전문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사람이나 기업만이 진출할 수 있는 진입장벽, 무제한적인 활용가능성 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성장성의 경우 바이오강국인 미국을 보면 바이오벤처들의 연평균 성장률은 20∼30%로 어느 분야보다 성장세가 빠르다. 미국의 조사기관인 DRI는 2000년대 바이오산업이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업체들의 연평균 성장률 약 10%의 2배 이상이다.바이오산업의 성장은 ‘빅뱅’수준으로 팽창하는 시장규모로도 가늠할 수 있다. 세계 바이오 시장규모는 90년 44억달러에서 97년 3백13억달러로 연평균 32%씩 고속성장을 해왔다. 올해 시장규모만도 5백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문희 전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은 지난 3월 한 세미나에서 국내 바이오시장의 규모가 2000년3월 1조1천억원에서, 2003년 2조5천억원, 2008년 6조3천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부가가치산업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가진 점도 바이오산업의 특징이다. 항암제 인터페론 1g의 가격은 금의 3백57배, 2백56메가D램의 14배에 이른다. 이런 성장성과 수익성으로 “바이오벤처의 펀딩시 IT벤처보다 가격이 훨씬 세다”는 게 대신경제연구소 정명진 연구원의 말이다. 무궁무진한 응용분야를 갖고 있다는 것도 바이오산업의 큰 장점. 한가지 기술을 개발하면 식품 자원 환경 농업 의약 해양 엔지니어링 등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다. “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게놈프로젝트의 경우 유전자 해석이 완료되면 신약타깃이 1만개로 확대될 정도로 파급효과가 크다”는게 SK증권 리서치센터 하태기차장의 말이다. 그만큼 바이오벤처들이 진입할 틈새시장이 생긴다는 뜻이다.이처럼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은 정부차원에서 바이오산업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바이오산업 발원지인 미국은 92년부터 임상허가 기간단축과 특허보호를 강화해 바이오벤처의 창업과 육성을 장려해왔으며, 최근에는 IT 마이크로 등과 함께 21세기 3대 과학기술의 하나로 바이오기술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바이오기술의 산업화를 위한‘헬릭스계획’을 수립해 진행중이며, 올들어서는 신사업창출을 위한 민관공동 밀레니엄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 90억달러의 시장규모를 2010년까지 2천2백50억달러로 키우고, 바이오관련기업도 1천개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왜 하필 바이오 벤처인가이처럼 바이오산업이 21세기 성장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덩달아 바이오벤처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테크의 상업화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전문적인 연구경력과 산업화기술을 동시에 보유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 정명준 한국바이오벤처기업협의회장(쎌바이오텍 대표)의 말이다. 그만큼 연구자의 경력과 기술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보다는 전문연구진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바이오벤처들이 기술개발이나 습득, 이전 등에 있어 유리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매년 1만여명의 바이오관련 학석사인력이 배출되고 있어 바이오벤처가 최적의 산업이라는 것이 정회장의 설명이다.바이오강국인 미국의 경우도 2천여개로 추산되는 바이오벤처기업들이 바이오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적혈구증진제 당뇨병치료제 간염예방약 간경화치료제 등 세계 10대 바이오의약품은 모두 암젠 제네텍 바이오젠 등 벤처기업이 출시한 제품들이다. 이라이 겐이치, 구로사와 기요시 등 일본 바이오분야의 석학 4명도 <황금의 DNA나선 designtimesp=19785>이라는 공저에서 “미국 바이오산업의 원동력은 벤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바이오벤처는 노다지?그러나 이러한 바이오벤처붐의 한편으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먼저 바이오벤처가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리스크도 크다는 것이다. 예로 생물의약기술의 경우 제품화까지 치료제는 10년 이상, 진단제는 5년 내외가 소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바이오리서치 이재근사장은 “바이오벤처는 평생 연구해온 과제를 상품화하는 것으로 이를 토대로 수익기반을 만들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과정의 선순환이 되면 다행이지만 늦춰지거나 실패하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수한 연구능력을 가진 많은 연구원들이 벤처창업을 꺼리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수 연구진들의 창업은 물론 상업화를 이룰 때까지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투자자도 오랜 기간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사장의 말이다.바이오벤처와 대기업, 연구소 등 긴밀한 산·학·연 공조체제도 중요하다. 미국의 바이오벤처들도 대부분 대기업, 연구소, 대학 등과의 제휴를 통한 기술개발과 상업화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제품화 마케팅 펀딩 등 기술이외의 요소는 대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바이오벤처들이 크게 늘고 있다. 투자손실의 15%까지 보전해주는 90억원짜리 바이오벤처펀드를 조성중인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의 이정조사장은 “첨단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는 기술을 상품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곳과의 제휴를 통하거나, 기술을 팔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상업화를 추진해야 바이오테크의 사업화가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