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60%까지 할인판매 … ‘절약·패션 동시에’ 실속파 청소년·주부 몰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내로라하는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가 절반 값이라면? 물론 품질, 디자인, 로고 모두 정품 그대로다.“쇼윈도 앞에서 고개를 갸웃하던 10대들이 가게 안에 들어와 가격표를 슬쩍 보고는 자기들끼리 웃곤 합니다. 일반 대리점보다 훨씬 가벼운 가격이 뜻밖이라는 거죠. 비록 이월상품이나 재고라 해도 갖고 싶던 브랜드의 신발을 싼 가격에 살 수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나 봐요.”한 켤레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유명 브랜드의 신발을 40~60%나 할인하다니, 웬만한 서민들은 귀가 번쩍 뜨일 일이다.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청소년은 물론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던 부모들까지 ‘즐겁게’ 만드는 가게. 김연숙 사장(37)이 운영하는 ‘슈즈라인’은 신발을 사고도 돈을 번듯한 만족감이 드는 곳이다.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에서 주택가로 이어지는 이면도로에 자리잡은 이곳은 지난 3월 초 개업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로 꼽히는 지역 특성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해 개업 직후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싸야 팔린다’는 강남지역과 달리 실속형 소비층이 두텁기 때문이다.슈즈라인에서 파는 신발은 유명 신발제조업체에서 나온 이월상품이나 재고 물량이다. 신상품이 아니라는 것 외엔 일반 대리점에 진열된 상품과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거품이 걷힌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이득’이라는 반응이다.이번이 네번째 창업인 김연숙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 장사꾼. 스무살에 결혼하면서부터 8년 동안 덧버선, 옷을 직접 만들어 팔았고 장한평 중고자동차매매시장에서 6년간 매점을 운영했다. 돈을 모아 차린 작은 식당에서도 제법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고된 일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중고차상가에서 매점을 운영할 땐 하루에 라면을 3백개씩 끓여냈어요. 식당을 할 때는 ‘음식솜씨 좋다’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몸이 어찌나 고된지요. 안정적이고 노동강도가 덜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식당을 처분하고 4개월 동안 쉬면서 차근차근 새로운 사업을 준비했다. 신문·잡지의 창업정보란을 샅샅이 훑고 스크랩도 열심히 했다. 몇 군데 프랜차이즈업체를 방문해 사업설명도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슈즈라인 광고를 접했다. 뿌리를 내려 살고 있는 답십리동에 잘 어울리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깔끔한 판매업이라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 이미 개설된 매장을 둘러보고 나름대로 시장조사를 해보고 나서 창업을 결심했다.슈즈라인의 외관은 여느 스포츠용품 대리점과 별 차이가 없다.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에 유명 브랜드 로고, 스포츠스타 브로마이드를 장식해 ‘품격’을 강조했다. 절대 ‘싸구려’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기분좋은 쇼핑을 돕기 위해서다.주요 고객은 10대 청소년과 인근 지물포, 중고차 매매시장의 젊은 일꾼들, 그리고 알뜰한 주부층이다. 특히 저녁 퇴근시간과 일요일에 고객이 가장 많다.“한달 정도 지나니까 고객들 성향이 파악되더군요. 할인을 해도 단가가 높은 고급 브랜드는 인기가 덜한 편입니다. 잘 팔리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가 나눠지니 그에 따라 주문량을 조절할 수 있지요. 반품도 자유로워서 그만큼 스트레스가 덜합니다.”신상품 주문은 사흘에 한번 꼴로 낸다. 인기상품을 파악, 넉넉하게 준비하고 브랜드별 구색도 빠짐없이 갖추려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소형주택 알뜰 구매층에 어필김사장은 입지 선택이 탁월했다는 평을 듣는다. 인근 재래시장에 작은 신발가게 두 군데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영업권인 답십리, 장한평, 용답동에서 유일한 신발전문점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엔 유명 브랜드 대리점도 전무해 시장 장악력이 뛰어나다.하루 평균 매출액은 50만원 안팎. 가장 많이 팔리는 운동화 한 켤레 가격이 보통 2만5천~3만5천원이다. 월 평균 1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이 가운데 3백50만원이 순수익으로 남는다.창업비용은 총 6천5백만원 가량 들어갔다. 10평짜리 점포 보증금으로 2천5백만원이 들어갔고 초도물품비 3천만원, 인테리어 및 시설비용 1천만원이 소요됐다. 혼자서도 거뜬히 꾸릴 수 있어 인건비는 따로 들지 않는다. ‘예전보다 몸이 편해진 반면 수익은 훨씬 높아져 대만족’이라는 게 김사장의 소감이다.신발할인점은 한푼이라도 아끼고자 하는 알뜰 구매층에게 어필하는 업종이다. 유명 브랜드에 이끌리는 신세대와 가격에 민감한 주부들이 많이 사는 서민 주거지가 최적 입지. 20평 안팎의 아파트 밀집지와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에 자리잡는 것이 유리하다. 서울의 경우 노원, 도봉, 강북, 강서, 은평구 등지를 권할 만하다. 다른 동적인 업종보다 육체노동과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어서 주부 부업으로도 적당하다.선진국에서 신발할인점은 이미 중요한 유통업태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미국 인디애나주 에반스빌에 본사를 둔 ‘슈카니벌(Shoe Carnival)’사의 경우 큰 폭의 가격할인과 오락적 요소를 결합해 1백30여개 가맹점을 둘 만큼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도 저가격과 패션을 동시에 추구하는 신발할인점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02)41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