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5억$ 신규투자 기대 … 독자 금융안전망 구축 시급

최근 들어 우리 경제 입장에서 중대한 두가지 국제금융현안이 있다. 하나는 <파이낸셜 타임즈 designtimesp=19754>지가 개편해 9월부터 선보일 FTSE 지수에 우리가 편입됨에 따라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최근 들어 논의가 재개되고 있는 아시아 통화기금(AMF)이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현재 세계 증시에서 글로벌 투자의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 지수로는 모건스탠리 인덱스 지수(MSCI), 스탠더드&푸어스 100 지수,앞으로 ING 베어링사가 제공하는 신흥시장 자료를 토대로 이번에 글로벌 성격을 보강한 FTSE 지수 정도다.오는 9월부터 선보일 FTSE 지수는 세계 증시를 선진시장국, 선발신흥시장국, 신흥시장국으로 그룹화하여 이들 시장의 주식을 각각 95%, 3.2%, 1.8%로 고려해 산출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MSCI나 S&P 100 지수에 비해서는 개도국 주식에 대한 고려비중이 여전히 낮은 상태다.◆ 세계증시 통합 작업 본격화최근 들어 각종 주가와 관련된 지수가 글로벌 성격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세계 증시의 통합화 작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한눈에 세계 증시를 파악할 수 있는 지수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갈수록 이러한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에 우리나라가 FTSE 지수에 편입하게 된 것은 우리 증시 규모가 이제는 세계 10위권 내에 속하는 데다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됨에 따라 각종 펀드들이 글로벌 투자시 한국을 반드시 고려할 정도로 자본시장이 많이 발전된 것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현재 세계 증시에서 FTSE 지수를 근거로 투자하는 자금은 대부분 유럽계 펀드자금으로 약 8백억∼1천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에 FTSE 지수의 산출비율대로 유럽계 펀드들이 투자비율을 가지고 간다고 하면 한국을 비롯한 선발신흥시장국에는 25∼30억달러 정도의 신규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이 가운데 선발신흥시장국의 증시규모나 국제금융공사(IFC) 등이 내놓은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을 감안할 때 FTSE 지수편입에 따라 국내 증시에 기대해 볼 수 있는 신규투자자금은 약 2∼5억달러로 추정된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을 적용할 경우 우리 돈으로 2천2백억∼5천5백억원에 해당된다.이에 따라 최근에 모건 스탠리사를 비롯한 미국계 금융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축소하는 것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모건 스탠리는 한국에 대한 투자비율을 기존의 16.4%에서 14.4%로 낮춘 바 있다.전통적으로 FTSE 지수는 정보·통신업종 및 블루칩과 같은 대형주를 중시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유럽계 펀드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주식을 편입하게 될 경우 이와 관련된 업종들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현재 예상해 볼 수 있는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와 SK 텔레콤이 가장 유망해 보인다. 동시에 한국전력 포항제철과 같은 업종들도 앞으로 유럽계 펀드들이 포트폴리오 강구시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반면 유럽계 자금들은 투자시 기업수익을 중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계 자금과 달리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코스닥 종목이나 제3 시장의 종목에 대한 투자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동시에 유럽계 자금들은 대체로 단기성 위주의 미국계 자금과 달리 중장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앞으로 유럽계 자금이 유입될 경우 국내 증시의 수요기반 확충과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과거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도 우리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었던 것이 바로 유럽계 자금이다. 최근 들어서는 유럽이 아시아 중시정책을 재추진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국내 증시가 계속해서 투자메리트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경우 의외로 국내 증시에 자금이 많이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유념해야 할 것은 이번에 우리나라가 FTSE 지수 편입을 계기로 유럽계 자금이 유입된다 하더라도 오는 8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과거 유럽계 펀드들의 투자자금 운용실태를 감안할 때 국내 주식에 대한 보유비중은 시간을 갖고 늘려갈 것으로 예상돼 단기간에 커다란 효과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최근 들어 아시아통화기금(AMF)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본래 AMF는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당시 일본이 주도해 추진됐다. 물론 예상됐던 일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위상훼손을 우려한 선진국의 반발과 중국의 유보적인 태도로 독립적인 상설기구로 출범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그 후 한동안 논의가 진전되지 않다가 지난해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던 동남아와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AMF 설립논의가 재개됐고 최근 들어서는 일본과 동남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AMF를 설립하려는 것은 아시아 지역 내의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특히 일본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시아 국가와의 높은 경제관계를 감안할 때 궁극적으로는 일본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의도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현재 아시아 국가간에는 논의초기와 달리 AMF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 금융위기국에 대한 IMF의 처방이 부작용이 많았고 최근의 세계 경제질서가 지나치게 선진국 위주로 형성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들어서는 AMF 설립의 최대장애요인이었던 중국도 자국내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우호적인 태도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일부터 태국에서 열렸던 아시아 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이 논의가 다시 진전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문제는 앞으로 AMF 논의가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여건을 감안해 볼 때 IMF 방식대로 역내 국가들의 출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역시 일본의 주도적인 역할이 기대되는데 최근 들어 일본내에서도 AMF 재원마련에 기반이 될 ‘신 미야자와 플랜’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AMF설립 난제 … 외화유동성 확보돼야AMF 설립을 위한 재원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전단계로 역내 중앙은행간의 자금운용방안으로 통화스와프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이 구상은 상당부분 진전되고 있다. 앞으로 이 제도의 운용성과와 재원확보 정도에 따라 보다 발전적 형태의 아시아 지원기금(Asian Support Fund), 아시아 통화기금(Asian Monetary Fund)으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앞으로 AMF 설립이 구체화될 경우 아시아 지역내에서 단일통화(Asian Single Currency)의 도입이 가능하느냐 여부다. 최근의 움직임으로 볼 때 21세기에 세계경제질서는 북미, 유럽, 동아시아간의 3대 광역경제권과 3극 통화체제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일통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현재 아시아 단일통화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일본의 엔화, 중국 위안화,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의 원화 정도다. 만약 세 통화중 하나를 단일통화로 도입할 경우 통화가치의 안정적 확보문제와 경제주권 훼손에 따라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여타 국가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시키느냐는 것이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다른 방안으로 유로화처럼 아시아 지역내 새로운 단일통화를 창출한다 하더라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 국가간의 경제력 격차를 어떻게 수렴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그만큼 아시아 국가간의 경제력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마스트리히트 구상대로 일정한 단계를 밟아 간다 하더라도 단일통화가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아시아 공동차원에서 금융안전망을 구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이번에 FTSE 지수 편입을 계기로 국내 증시도 개방화가 더욱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독자적인 금융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시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