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 바이오벤처 메카 … 대학 연구소·지자체도 속속 가담

크레아젠 연구원들이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21세기가 바이오 테크놀러지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때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열기가 뜨겁다. ‘녹색 금맥’을 캐는 바이오산업 대열에 우리나라라고 해서 뒤처질 수 없어서다.그렇지만 국내 바이오 산업연구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정부나 지자체가 바이오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대덕연구단지등 관련 연구기관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연구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국내 바이오산업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메카는 대덕연구단지. 이곳에는 각 기업의 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첨단 연구센터들이 밀집해 있다. 바이오산업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KAIST내 신기술창업지원단, 에너지환경연구센터, 의과학연구센터와 생명공학연구소 등 4개 센터에는 현재 40여개의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 가운데 생명공학연구소 출신들은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최근 바이오벤처를 창업, 바이오산업 붐 조성 산파역으로 뛰고 있다◆ 연구소가 창업 독려생명공학연구소 출신들이 적극적으로 벤처 창업에 나설 수 있는 요인은 연구소가 창업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성해 연구소장은 “사무실보다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연구원을 우대할 생각”이라며 “연구원의 벤처기업 겸직범위를 대폭 허용하겠다”고 말했다.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생물산업 벤처창업 지원센터를 설립해 유망한 벤처기업들을 키워내고 있다. 실례로 바이오리더스라는 업체는 효소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엔바이오엔지니어링은 미생물을 흡착시킬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이 센터내에는 혼합백신을 제조하는 벡텍 등 15개 알짜 벤처 기업들이 입주한 상태다.또 다른 바이오벤처의 산실로 KAIST에서 지원하는 신기술창업지원단이 꼽힌다. 이곳은 비교적 이른 지난 92년부터 사업을 시작, 많은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곳 업체들은 KAIST와 한국통신 대덕연구원(첨단기술사업화센터) 건물에 나누어 들어가 있다. 첨단기술화사업센터엔 크레아젠이 에이즈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빠르면 오는 8월 1차 실험결과가 나와 상용화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또 아리라는 거머리를 이용해 의료용 신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등 10여개 업체들이 바이오산업의 황금을 캐고 있다.KAIST내에는 제노텍이 신생물 소재를, 펩트론이 의약소재 개발과 단백질 연구에 주력하는 등 15개 업체들이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다.최근 부상하고 있는 또 다른 바이오벤처 센터로는 이전에 한일그룹 연구원으로 사용되었던 한효과학기술원이 있다. 이곳은 미생물 생명공학기술을 개발하는 (주)인바이오넷이 최근 인수해 벤처기업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인바이오넷 구본탁 사장은 “벤처기업들이 연대하면 필요한 기자재나 연구 결과를 공유할 수 있어 추가 자본이 상당히 줄어들어 산업화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연대에 동참하는 벤처기업들은 현재까지 7군데. 앞으로 연대를 원하는 벤처기업들은 언제든지 한효과학기술원의 문을 노크할 수 있다.이처럼 대전시가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차세대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자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서둘러 바이오 벤처센터를 설립하고 기업들을 유치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춘천시. 3천평 규모의 벤처센터와 30여개의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놓은 이 센터는 지난 98년 산업자원부에서 개발 장비를 지원받아 지난해 11월에 설립되었다.현재 단백질칩을 개발하는 바디텍, 오염처리제를 개발하는 다일생명공학 등 14개 업체들이 입주한 상태. 지난 15일엔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8개 벤처업체가 시제품을 전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성을 알리고 있다.춘천시청 생물산업지원과의 전동경씨는 “공간 지원뿐 아니라 마케팅 자금 장비 지원 등 입주 업체들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이에 자극받아 최근 경상남도 도청은 생명공학 연구개발과 실용화, 산업화를 지원하는 산·학·연 기술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진주와 김해에 각각 생명공학 창업과 육성을 돕는 지원센터를 건립키로 했다고 밝혔다.경남도청은 바이오 밸리의 중심지로 진주시 문산읍 소문리 농업기술센터내에 건평 5백70평 규모의‘생물소재 기술혁신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이 센터에는 내년부터 2002년까지 1백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인큐베이터 등을 설치한다.국내 각 대학들도 바이오 벤처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성균관대학의 경우 교내 창업보육센터에 5개의 바이오 벤처 기업을 유치했다. 지질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고 있는 인터코즘바이오텍, 신약개발업체인 이매진, 성대 약대 교수가 창업한 성균바이오텍 등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성대는 이들의 연구를 독려하기 위해 실험실 제공은 물론, 특허법률사무소를 통해 법률지원을 하고 경영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사무실 보증금도 받지 않는다. 대신 입주 업체가 코스닥에 등록할 경우 지분의 3%를 학교에 기부하는 조건이 있다.배재대학교는 바이오 의약 연구센터를 건립, 수명을 연장시키는 단백질을 개발하는 엘피스 바이오텍 등 업체들이 입주해 있고, 서울대학교의 경우 유전공학연구소와 의과대학에서 활발하게 생명공학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뷰 / 구본탁 인바이오넷 사장“바이오테크 실험공원 만들터”7개의 바이오 벤처들이 한 곳에 모였다. 장소는 대덕연구단지내 한효과학기술원, 목적은 벤처기업간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인바이오넷 구본탁 사장이다. 창업한지 4년째 접어들고 있는 인바이오넷은 올 매출액 78억원을 목표로 하는 중견 벤처기업. 최근 구사장은 한효과학기술원을 인수해 이곳에 입주한 벤처기업과 수평적인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벤처기업간 연대는 국내에선 처음 시도하는 것인데.한마디로 ‘벤처 실험의 놀이터’(Bio Business Park)를 만들 계획이다. 바이오테크놀러지와 환경공학이 만나고, 생물농업기술이 생물의약산업과 어울리면 다양한 기술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다. 테크놀러지의 퓨전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벤처기업의 네트워크가 갖는 장점은.기술력 있는 벤처기업들이 자본력이 취약해 오래 버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한효에 입주한 벤처기업간엔 연구결과와 기자재를 공유할 수 있어 투자비를 절약할 수 있고, 마케팅과 경영노하우도 공조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이게 장점이다.▶ 입주하는데 조건이 있는가.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뚜렷한 사업성이 있는 벤처기업이면 된다. 현재 인바이오넷, 제노텍, 제노포커스, 엔비텍, 스몰소프트, 툴젠 그리고 로커스 등 7개 업체가 입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