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현실로 즉시 옮기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희망사항이다. 노력 없이는 꿈꾸는 바를 이룰 수 없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꿈은 수면의학적인 의미의 꿈이 아니고 우리의 소망하는 바를 말한다. 그렇다면 의학에서 말하는 꿈은 어떠한가. 매일 밤 우리는 많은 꿈을 꾼다. 어른이 잠자는 시간의 20~25%는 꿈꾸는 잠인 ‘렘 수면’이 차지한다. 렘 수면이란 ‘안구를 급속하게 움직인다’는 영어 표현의 머리 문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매일 꿈을 꾼다는데 왜 기억이 나지 않는걸까. 꿈을 기억하는 데에는 개인차가 많다. 같은 사람이라도 자극적인 내용의 꿈, 예를 들면 악몽은 아침에 일어나서도 잊어버리지 않는다. 내용이 너무 무질서한 소위 ‘개꿈’은 기억하기 어렵다. 또한 의식이나 양심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의 꿈도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버지에 대한 엄청난 분노가 표현된 꿈이라면 우리와 같은 동방예의지국 민족에게는 차라리 잊어버리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꿈을 꾸는 잠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우선, 뇌파 활동이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 모양을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 마치 무엇을 보는 것처럼 눈알을 활발하게 움직인다. 셋째, 온 몸에서 힘쓰는 근육, 즉 몸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들은 마비상태가 된다. 따라서 꿈을 꾸고 아침에 일어나 기억을 할 수는 있지만 잠을 자는 동안에 꿈을 꾸면서 그 내용을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다.꿈을 실시간으로 행동에 옮긴다면? 아마 인구 억제책으로 그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매일 밤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할 것이다. 꿈의 내용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 꿈, 번지 점프하는 꿈,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치는 꿈,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싸우는 꿈, 월드컵 대표로 나가 헤딩 슛하는 꿈 등은 특별한 사람만이 꾸는 꿈이 아니다. 따라서 꿈을 형형색색으로 꾸더라도 우리 몸은 보호가 되도록 하는 것이 꿈꾸는 도중에 힘쓰는 근육이 풀리는 현상이다. 이는 극히 정상이다.그런데 드물게 꿈을 실시간에 행동으로 옮기는 수면장애가 있다. 이름을 ‘렘 수면 행동장애’라고 한다. 이 병을 앓는 사람은 꿈 내용을 그대로 실천한다. 그 결과 본인이 다치거나 옆에서 자는 배우자가 다친다. 드물게는 죽을 수도 있다. 수면의학이 발전하기 전 서양 환자들의 사진을 보면 취침하면서 가죽 혁대나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침대에 묶어 놓기도 했다. 그야말로 밤이 두려운 사람들인 것이다.진단은? 야간 수면을 수면다원검사로 찍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근육이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지를 그려서 보여주는 근전도 상을 통해 보면 분명 꿈 속임에도 불구하고 다리 근육들이 마치 금방이라도 결승점을 향해 달려나갈 것처럼 흥분해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치료는 가능한가? 취침 전에 먹는 약 한 알이 쓸데없이 흥분하려는 근육들을 잠재워 버린다.올해가 수면의 구조를 발견해 수면과 수면장애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기초를 닦은 지 50주년, 그리고 꿈꾸는 잠을 발견한지 49주년에 해당된다. 렘 수면 행동장애의 진단과 치료야말로 그 동안 수면의학이 인류의 건강에 공헌해 온 바를 명쾌하게 제시하는 아주 좋은 예이다. (02) 760-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