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현대 등 기술 아웃소싱 붐 … 기초 생명과학 분야 소외 우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외면할 기업이 어디 있을까. 최근 바이오산업이 ‘돈이 되는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LG그룹 SK그룹 현대그룹 등 대기업과 종근당 녹십자 등 의약관련 기업들이 잇달아 자사의 바이오부문 연구개발(R&D) 투자확대와 더불어 바이오벤처 발굴 및 집중투자에 나서고 있다.현재 국내 대기업중 가장 적극적인 투자의욕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LG그룹이다. LG는 LG화학을 통해 올해안에 1천억원 안팎의 ‘바이오펀드’를 조성, 10여개의 국내외 바이오 벤처기업 및 바이오벤처의 산실인 대학연구소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이와 함께 2005년까지 5천억원을 신물질 개발사업에 투입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의약품사업부 농화학사업부 등으로 나누어져 있던 관련 사업부를 올해초 생명과학사업본부로 통합했다.◆ SK, 유망벤처기업 1백개 선정 투자 계획LG화학은 이미 미국 생명과학 벤처기업인 TBC사와 지난 96년부터 총 5백만달러 규모의 지분투자 및 R&D투자를 골자로 하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으며, 최근 일부 주식매각으로 약 1백억원의 이익금을 실현했다. LG는 여기서 나온 이익금을 바이오펀드 투자재원으로 다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SK그룹의 바이오산업 투자열기도 만만치 않다. 최근 그룹주력 업체로 떠오른 SK(주)는 지난 2월에 이미 인터넷과 생명공학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를 위해 올해안에 이들 부문 유망벤처기업 1백개를 선정, 업체당 각각 10억원씩 모두 1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K는 이같은 사업계획 발표직후 정보통신 분야와 바이오사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캐피털팀을 조직하고, 정보통신분야 5개 업체와 애트나진텍 제노마인 제노포커스 코바이오텍 등 바이오분야 6개 업체를 이미 유망투자기업으로 선정했다.현대그룹쪽에선 바이오산업 분야와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현대중공업이 2002년까지 3천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 이중 30%를 바이오 관련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로 하고 최근 관련 기술컨설팅 사업부를 e-비즈니스 팀과 함께 서울로 이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현대기술투자는 이미 지난 2월 50억원 규모의 ‘현대 바이오텍펀드 1호’ 결성총회를 갖고 DNA칩 게놈프로젝트 진단시약 등 바이오관련 첨단기술 보유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펀드에는 한솔케미언스 밸런스투자자문 터보테크 현대기업금융 리바트 등이 출자했다.한솔케미언스(옛 한솔화학)의 경우, 최근 디지털바이오텍 지분 5%와 켐바이오넥스 지분 19%를 각각 획득하는 등 바이오벤처 투자를 늘리고 있다.조미료 전문기업인 대상(주)도 세계적인 생명과학 기업을 지향한다. 최근 경기도 이천 중앙연구소에서 고두모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생명과학위원회를 개최하고, 향후 3년 동안 2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등 생명과학분야 사업추진계획을 확정했다. 대상은 우선 1백50억원 규모의 바이오전문펀드에 한미열린기술투자와 공동출자를 추진중이며, 생명공학전문 벤처기업인 바이오리더스사(대표 성문희박사)에 상당한 지분투자를 통해 전략적 제휴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다.이밖에 △제일제당이 2002년까지 2천억원의 투자재원을 마련,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고 △한화석유화학이 대덕 중앙연구소에 생명공학연구센터를 개설, 올해안에 5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주)두산이 바이오산업 연구개발에 3년 동안 7백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대기업의 바이오산업 투자열기가 급속도로 달아오르고 있다.◆ 종근당·녹십자 등도 투자열기 ‘후끈’제약업체들도 바이오 투자에 적극적이다.종근당은 30억원의 바이오벤처 투자기금을 마련하고, 최근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의 선두기업인 IDR에 지분참여 방식으로 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와함께 차세대 면역억제제와 환경호르몬 진단시약, 혈당측정, 가상병원 등 6개 업체와도 투자협상을 진행중이다.녹십자는 바이오벤처 투자에 일찍 눈뜬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코스닥에 등록한 마크로젠(6.3%)에 이미 97년부터 투자한 것을 비롯해 바이로메드(11%), 아이디진(15.2%), 제넥신(10%) 등 유전공학관련 주요 바이오 벤처기업 지분을 상당부분 확보하고 있다.또 올해초에는 독일증시에 상장된 다국적 생명공학기업 라인바이오텍에 백신사업부를 넘기면서 이 회사 지분 20%를 넘겨받기도 했다.이밖에 △동아제약이 바이로메드(10.2%), 제넥신(9.58%), 프로젠(24.58%) 등에 동아창투와 공동으로 지분투자를 하고 있고 △대웅제약이 이화여대 뇌질환 치료관련 연구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미약품(이매진) △동화약품(제넥신) 등 제약업체들의 바이오의약산업 투자열기도 거세다.대기업 및 제약관련 기업의 이같은 바이오벤처 투자열기에 대해 종근당 박철용상무는 “개별기업이 다양한 바이오 분야를 모두 연구하기 힘든데다 기술의 아웃소싱 차원에서 바이오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국내 기업의 바이오산업 투자는 기본적으로 ‘돈이 되는 사업에 투자한다’는 기업의 생리상 단기간에 현금화 가능성이 높은 일부 벤처기업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대신 장기적인 연구 및 투자가 필요한 기초 생명과학 분야는 등한시될 우려가 있는 데다, 연구분야 또한 인류전체의 복지보다는 일부 ‘가진 자’를 위한 연구개발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