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배당상품, 5월 만기 도래·주식운용 경험 부족 주요인 투자손실 발생

‘하필 단위형 펀드 만기 돌아올 때 주식시장이 빠져가지고…’ 은행 신탁운용자들의 푸념이다. 은행상품도 원금을 까먹는 시대가 시작됐다.지난 4월12일부터 만기가 돌아왔던 각 은행의 단위형신탁 1호는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펀드 운용자들이 조기에 수익률을 달성하고 주식을 처분,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화은행의 스마트 성장 1호가 기준가 1천2백49.46원으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을 비롯, 하나은행 기쁨나무 1호가 기준가1천2백24.87원, 신한은행 성장 1호가 기준가1천1백82.02원 등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그러나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5월부터 만기가 돌아온 3, 4호 펀드들은 상황이 달랐다. 5월3일 청산한 산업은행 ‘산은성장펀드 4호’의 기준가격은 9백86.33원을 기록했다. 기준가격은 원금 1천원을 기준으로 한 수익률 지표로, 이 펀드에 1천만원을 맡긴 고객은 약 14만원의 원금을 손해본 셈이다. 5월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한빛은행의 ‘천포인트 플러스 신탁 2호’의 경우 5월18일 현재 기준가가 9백61.01원에 불과하다.‘은행은 저위험 저수익의 대명사’라고 생각하고 거래해온 고객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은행 신탁부 직원들은 “요즘 주업무가 고객 항의 전화받는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한 시중은행 신탁 담당자는 “은행 고객들은 자산관리 성향이 보수적이고 10, 20년씩 거래해온 장기 고객들이 많아 여파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단위 금전 신탁에서 손실입은 고객의 돈을 재유치, 지점장 전결로 정기예금에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등 고객달래기 고육책을 쓰고 있다.이처럼 단위형 금전신탁 수익률이 엉망으로 나온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최근의 주가 폭락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 은행의 주식운용자는 “2호 이후엔 목표수익률을 맞추지 못해 만기까지 무리하게 운용하다 수익률을 더욱 떨어뜨리고 말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단위금전신탁은 은행에서 처음으로 판매한 ‘주식형 펀드’다. 주식운용 경험도 부족하고 인력도 모자란다. 하나은행의 경우 28개, 한빛은행 23개 펀드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20개 가량의 펀드를 운용하는데 주식 운용자는 한두명인 경우가 많다. 일부 펀드의 운용을 전문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업무는 과중하다.그러나 운용자들도 할 말이 많다. “개인이 지난해 5월부터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고 생각하면 최소 10∼20%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지수대비 벤치마킹하면 단위신탁의 수익률은 나쁘지 않은 셈이다. 리스크관리 차원에서는 성공”이라는 주장이다. 시중은행 한 신탁담당자는 “고객들도 실적배당상품임을 알지만 막연하게 은행이니까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투자판단은 고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우대금리주기 등 고객달래기 고육책이같은 맥락에서 평화은행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평화은행은 만기를 10일 앞둔 단위금전신탁이 원금을 까먹을 지경에 이르자 코스닥 종목에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지난 2일 이 펀드의 기준가는 9백46.61원으로 원금이 5.44% 손실난 상태였다. 12일 청산된 스마트2호의 기준가는 1천41.68원. 37억원 규모의 펀드중 10억원을 코스닥에 집중투자, 열흘만에 40%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써 평화은행은 고객에게 손실을 안겨주는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그러나 많은 신탁 관계자들은 “불과 10일 동안 이같은 수익을 올린 것을 보면, 소형주 한 종목에 ‘몰빵’ 투자한 것이 분명하다. 고객의 재산을 가지고 도박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극히 위험한 발상이며, 유통물량이 적은 한 종목을 집중 공격한 것으로 보이므로 기관투자가로서 정당한 투자를 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