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RB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가 큰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들어 세번째로 연방기금금리를 0.5% 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이번에 금리인상 국면에 접어든 지난해 6월말 이후 여섯차례에 걸쳐 금리가 1.75% 포인트나 인상됐다.물론 이번처럼 금리인상폭을 한꺼번에 0.5% 포인트 인상한 것은 95년2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그린스펀 의장이 궁극적으로 의도하고 있는 미국경제의 연착륙(soft landing) 달성을 위한 강력한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일단 이번에 금리를 0.5% 포인트 올렸다 하더라도 미국 증시나 세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사전에 충분히 예고됐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과거의 경우 금리인상폭을 크게 가져갈 경우 사전보다는 사후에 서서히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이 관례다.문제는 이번에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80년대 후반처럼 국제고금리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유럽금리는 불가피하게 올려야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수준보다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유럽통합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개도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도 자국내 유입된 외국자금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미국경제나 증시의 여건을 감안하면 금년내에 남아 있는 연준회의에서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해야 할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 개도국, 극심한 돈가뭄 겪을 수도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고금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세계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번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빨리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지역간 혹은 투자수단간의 자금이전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도국들은 극심한 돈가뭄 현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처럼 기금투자가 보편화된 시대에 있어서는 국제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개도국에 투자한 돈을 우선적으로 회수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투자수단에 있어서는 주식보다는 채권이 매력적인 투자수단으로 부각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세계 각국간의 재정여건을 감안할 때 올해에 2천억달러 정도의 재정흑자가 예상되는 미국의 채권시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이는 국제고금리 추세에 맞춰 자금이 이전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국채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준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국면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때문에 달러화 강세가 진행되는 속도는 95년4월 역플라자 합의 이후 시기에 비해서는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국제간 자금의 성격도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6월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후 퀀텀펀드와 타이거펀드와 같은 대형펀드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고금리 시대가 도래될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앞으로 자금흐름은 최근에 지식산업으로 급속히 개편되는 실물경제의 여건을 반영하면서 ‘제3의 자금’이라 불리는 젤리형 자금(jelly money)이 자리매김하는 시대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세계금융산업의 재편과 세계 증시의 통합화 작업도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고금리에 따라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투자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펀드매니저에 의존하는 투자기법보다는 시스템 투자기법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세계경제나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차원에서 국제간 공조(共助)체제가 재차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도국들의 이익을 배려하는 문제를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갈등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