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자금 절대 부족 ‘골머리’ … 벤처 등 컨소시엄 구성 ‘중기 B2B’ 지원 나서

“B2B 안하면 정말 죽습니까?”(자동차 부품업체 A사장) “글쎄, 하긴 해야 하는데 뭐부터 시작하죠?”(식품업체 B사장)기업간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B2B에 대해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들이 갖고 있는 고민은 대개 이 수준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연일 전자상거래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고 여기저기서 B2B 사이트를 구축한다고 난리를 피우지만 중소기업들엔 아직 ‘딴세상’ 얘기다. “당장 내일 영업이 급한 마당에” 전자상거래는 여간 귀찮지 않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쯤으로 비춰지고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정보화팀 정일훈부장은 “중소기업주들이 마인드가 없는데 되겠습니까. PC도 나눠주고 네트워크도 만들어주면 모를까, 중앙회가 추진한다고 적극적으로 따라올 중소기업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을 보다못한 중소기업청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5월12일 중기청이 전국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들을 모아놓고 중소기업끼리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중기청은 참석자들에게 화학 기계 전기전자 섬유 금속 생활용품 등 6개 분야로 나눠 정보화협의회 구성방침을 전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산업별로 전자상거래 홈페이지를 만들어 같은 업종의 기업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물품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중기청의 방안.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밑그림은 이해가 됐는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논의하지는 못했다. 그냥 현황 정도를 묻고 답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수만개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을 산업별로 분류하고 단위 기업들을 찾아가 이해관계를 조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게다가 전자상거래를 한다고 당장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니어서 설득의 한계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누구라도 손쉽게 전자상거래를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기다리지 않으면 참여자들을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B2B 생각 굴뚝같지만 여건 안맞아 ‘주춤’그러나 어떤 형태든 일단 중소기업 B2B 시장이 오픈되면 중소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수익성 규모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10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한 ‘B2B 포럼’에서 소프트뱅크엔플랫폼의 마상준 사장은 “중소기업의 매출액중 30%를 전자상거래로 전환하고 이중 수수료를 2%만 책정하더라도 이 시장은 연간 1천1백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수익을 참여사들이 나눠 갖는다면 온라인영업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게다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조직이 비대하지 않고 산업 노하우와 적당한 오프라인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B2B등 e-비즈니스를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국내는 아직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지만 해외에선 성공한 중소기업의 B2B 포털사이트를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중국 광조우에 기반을 두고 중소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구축한 알리바바닷컴(www.alibaba.com)은 전자 섬유 화학 등 27개의 산업별 사이트를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을 연결시켰다. 알리바바닷컴의 조셉 타이(Joseph C.Tsai) 부사장은 “중소기업들을 모아놓으면 하나의 대기업보다 훨씬 크고 거래 회수가 많아 수수료 수입이 많다”고 말했다.또 이 업체는 중국내 기반을 토대로 해외에 퍼져 있는 화교시장까지 타깃으로 정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하게 해외에 진출하기 보다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다져놓은 뒤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시사해준다.그러나 당면한 문제는 중소기업간 전자상거래 시장을 구축할 인원과 시스템을 누가 지원하고 주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 지난 5월25일 중소기업청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IBM 및 10개 벤처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소기업의 전자상거래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중소기업들의 B2B사업참여는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들은 공동출자 형식으로 ‘2BZONE(가칭)’을 설립하기로 합의하고 자금과 전문인력이 부족해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화를 추진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비즈니스에 필요한 각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일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벤처기업은 핸디소프트 터보테크 넥스텔 비트컴퓨터 iBGEN KTB네트워크 소프트뱅크엔플랫폼 한국디지탈라인 액세스정보통신 모자이언 등 10개사.분야별로는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e-비즈니스 캠페인과 정책자금·교육 등을, 중앙회가 중소기업 유치와 B2B 모델개발을, 핸디소프트 터보테크 넥스텔 한국디지탈라인 비트컴퓨터 등은 기반기술 및 요소기술을 맡아 각각 지원한다. 또 iBGEN 소프트뱅크엔플랫폼 액세스정보통신 등은 B2B 컨설팅을, 모자이언은 무선통신 포털서비스, KTB 네트워크는 정보화 분야를 맡기로 했다.국내 처음으로 중소기업 전자상거래 지원을 위한 컨소시엄인 의미도 있지만 이젠 본격적으로 중소기업의 참여를 끌어내는 공개장을 만들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터뷰 / 마상준 소프트뱅크엔플랫폼 사장“중기 마인드가 B2B에 더 유리”소프트뱅크엔플랫폼은 컨설팅업체로선 처음으로 중소기업들을 묶는 B2B 시장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맥킨지나 BCG 등 거대 컨설팅사들이 대기업 고객을 타깃으로 영업한다면 이들이 놓치고 있는 틈새를 파고들었다. 맥킨지 매니저로 근무하다 이 회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중소기업 B2B 시장의 청사진을 만들어 내고 있는 마상준 사장을 만나 보았다.▶ 중소기업 B2B에 타깃을 맞춘 이유는.삼성이나 LG 등 거대기업들은 독자적인 전자상거래 왕국을 건설하고 있지만 정작 B2B의 혜택을 보지 못할 수 있다. 여러 기업들이 참여해서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하지만 거대기업은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효과가 적다. 또 벤처기업들은 연대하는데는 자신 있지만 오프라인 기반이 없어 B2B시장의 주도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적정한 오프라인 기반에 기업간 연대할 수 있는 마인드가 있어 유리하다. B2B는 중소기업이 주도해야 한다.▶ 중소기업주들은 B2B를 머리속에선 공감하지만 실제 실천에 어려움이 많다.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해서 그렇다. 또 신용이 취약해 결제방식에 상당히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보가 공개되는 전자상거래에서 세원 노출도 중소기업주들의 참여를 막고 있는 요인이다.▶ 그리고 있는 밑그림은 어떤 것인가.우선 한국통신, 데이콤처럼 기간망 사업자와 전자결제를 위한 은행,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나 상공회의소 같은 공조직 그리고 컨설팅 업체가 주축이 돼 지주회사를 세운다. 이 밑에 전국의 중소기업들이 산업별로 묶여 또 하나의 지주회사를 만든다. 여기엔 해외수출업체나 관련 벤처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시스템을 지원하는 회사에 전국의 중소기업들이 산업별로 모여 전자상거래를 시작하는 것이다.▶ 시스템뿐 아니라 중소기업들간 이해관계 조절도 쉽지 않을텐데.사실 이들에게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전자상거래를 통해 매출이익을 높여가는 것이 근본적인 매력은 아니다. 자본시장의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지주회사에 지분을 출자해서 배당을 받거나 주가 차익을 얻을 수 있어야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에 B2B는 기회인가 위기인가.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섰던 중소기업들엔 위협이 될 것이다. B2B란 대리점 등 중간유통단계를 없애는 것인데 지금까지 장사를 잘 했던 기업들은 수많은 대리점을 갖춘 곳이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대리점을 없애라고 하면 아마 선뜻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에 밀려 시장에서 3~4위했던 기업은 대리점이 없이도 장사할 수 있으니 이들에겐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