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피를 토하고, 항문으로 자장 같은 까만 대변이 나오는 것은 식도나 위, 십이지장 등 상부 위장관에서 출혈이 있다는 뜻이다.위장관 출혈은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응급한 상황으로 신속히 치료하고 원인을 없애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오늘날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40년 전에 비해 심한 위장관 출혈에 의한 사망률은 10%로 달라진 것이 없다.위장관에서 피가 나와 입으로 토할 때는 피가 위 안에서 산과 반응해 시커먼 핏덩어리, 또는 커피 찌꺼기처럼 되어 나온다. 출혈이 빠르고 심하면 새빨간 피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노인이나 의식이 좋지 못한 사람이 토혈을 하면 사망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핏덩어리가 폐로 들어가 질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환자가 누운 상태에서 토혈을 하면 반드시 머리를 한쪽으로 돌려 질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이같은 상부 위장관 출혈의 원인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도정맥류, 위궤양, 급성 출혈성 위염, 위암 등의 순으로 원인이 되고 서양에서는 위궤양, 급성 출혈성 위염, 식도정맥류 등의 순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간경변증으로 인한 식도정맥류 출혈이 가장 많은 원인이며 중요한 사망 원인이다.상부 위장관에서 출혈이 없음에도 피를 입으로 토하는 경우도 있다. 코피나 폐기관지 출혈로 각혈을 하다 피가 위로 넘어가 토하게된 경우라 할 수 있다.상부 위장관에서 대량 출혈이 있으면 환자는 쇼크에 빠진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 땀이 나며, 맥이 빨라지고 약해지며, 호흡이 가쁘게 된다. 혈압이 많이 떨어지고 맥이 빨라질수록 출혈량이 많은 것이므로 응급 수혈 등 적절하고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상부 위장관 출혈 환자에게 위 내시경 검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응급실에 도착하는 즉시 위 속의 핏덩어리를 세척해낸 후 응급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출혈 부위와 원인을 알아낸 경우와 모르는 경우 치료 후 결과는 매우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서울대병원에서 2백50명의 상부 위장관 출혈 환자를 조사한 결과 출혈 부위나 원인을 몰랐을 때는 사망률이 40%에 육박한 반면 원인을 알고 치료한 경우는 5~10%였다. 그러나 10~20%는 내시경 검사로도 출혈의 원인을 찾지 못한다. 이 때는 혈관조영술, 핵의학검사 등으로 가능한한 출혈 원인을 찾아야 한다.토혈이 심해 쇼크 상태에 빠지면 신속히 수혈한 후 환자를 쇼크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해야한다. 동시에 내시경검사 등으로 출혈 원인을 찾아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최근 들어 내시경을 이용한 효과적인 지혈 방법이 개발돼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환자의 치료결과를 좋게 한다. 식도정맥류의 경우 내시경을 이용한 경화 치료나 고무밴드 결찰법, 궤양이나 위염의 경우는 내시경을 이용한 전기 응고법, 레이저 조사법, 주사법 등이 이용된다. 이외에 혈관조영술을 이용해 지혈하는 방법도 있다.이런 방법으로도 지혈되지 않으면 외과에서 수술해야 하지만 위장관 출혈시의 응급 수술은 사망률이 매우 높다.위장관에서의 출혈이 멎은 다음에도 2~3일은 금식하고 다시 출혈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02) 760-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