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이 뜨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보험사간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종신보험이란 글자 그대로 ‘평생보장’하는 보험으로, 사고사든 자연사든 원인에 관계 없이 사망하면 유가족이 약속된 보험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 다른 상품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이다.생명보험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99년 4월∼2000년2월까지 전체 생명보험사들의 종신보험 가입건수는 19만4백21건으로 98년4월∼99년2월 9만8천6백50건에 비해 무려 93%나 증가했다. 수입보험료로 보면 2천2백1억원에서 3천2백68억원으로 49%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생보사 전체의 수입보험료가 41조6천억원에서 42조5천억원으로 9천억원 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종신보험 시장이 초고속 성장중임을 알 수 있다.종신보험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며 장기간 납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중도에 해약할 경우 다른 상품에 비해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는 이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상품 자체의 질이 좋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가족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주는데 적격임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보다는 ‘일어날 확률 1백%인 죽음’에 대비하라는 것이 훨씬 솔깃하고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 종신보험 모집인들이 고객 상담을 할 때 유난히 ‘가족사랑’을 강조, 듣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종신 보험만을 판매하는 푸르덴셜 생명의 경우 가입자 중 51%가 30∼44세로, ‘부인과 한두명의 어린 자녀가 있는 30,40대 가장’이 주요 타깃 고객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종신보험이 전체 생명보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보험 관계자들은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외국계 잠식 자극, 국내 보험료인하 도전장전체 보험시장의 30∼40%선을 차지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가운데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보험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전례를 참고하면 고객의 수요가 점차 질병이나 재해 보장보험보다는 일반사망 보험쪽으로 옮아가는 것이 추세라는 것이다. 또 보험사들이 정책적으로 종신보험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어 이제 걸음마 단계인 종신보험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이처럼 종신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보험사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현재 종신보험은 시장을 선점한 미국계 푸르덴셜생명과 네덜란드계 ING생명 등 두 외국사가 압도적 우위를 지키는 가운데 국내사들이 막 추격을 시작한 양상을 띠고 있다.2월 현재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푸르덴셜이 36%, ING가 17.6%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사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국내사들은 99년4월부터 올 2월까지 5만3천9백건의 종신보험 신계약 실적을 올렸다. 한해 전 같은 기간의 실적이 신계약 2만여건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최근에 종신보험 시장 쟁탈전 열기를 한층 뜨겁게 한 것은 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국내 보험사들의 가격 인하 움직임이다. 삼성생명은 5월6일 종신보험의 보험료를 최고 25%까지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외국사들이 선점한 시장에 가격 공세로 맞선 것이다.삼성측은 “남성판매 조직과 일반 판매 조직을 이원화, 양쪽에서 종신보험을 판매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충분하다. 내년에는 종신보험에서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잇따라 교보생명도 최고 30% 인하 방침을 정했다.그러자 푸르덴셜생명은 6월부터 보험료를 10%인하할 것이라고 밝혀 이에 맞대응했다. 기존 계약자들에게는 보험금을 10% 올려줄 계획이다. 즉 1억원 보험 계약을 한 고객은 1억1천만원을 지급받게 되는 것. 푸르덴셜과 삼성생명 양사는 서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비싸다’ ‘경영 실적 호전에 따라 가격 인하 요건이 생겼으니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성장잠재력 높아 판촉전 치열해질듯한편 지난해부터 잇따라 종신보험 시장에 뛰어든 동양 신한 흥국생명 등 중소형사들은 보험료 인하 경쟁으로 인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료가 내린다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칫 출혈 경쟁으로 번져 회사가 부실해지면 고객에게 손실이 돌아간다”고 주장하고 있다.보험사들이 이처럼 질세라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시장의 성장을 낙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 및 고액상품이라는 특성상 회사경영 측면에서 이익기여도가 높은 ‘알짜’이기 때문이다. 또 “재정 설계를 통해 합리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씻어낼 계기가 될 것”이라고 삼성생명 라이프 테크 영업팀 김대경 부장은 설명한다.★ 종신보험이란 / 사망 원인 관계없이 보험금 지급질병이나 재해로 사망하는 것보다 자연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상품. 89년 미국계 푸르덴셜생명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처음 선보였다. 위험도가 적은 계층, 안정적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아야 하는 계층에 알맞다. 개개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보험을 설계하고, 사망원인과 무관하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암이나 재해 등 특정 보장을 원하는 경우에 관련 특약을 추가해 보험을 구성한다. 또 계약자의 재정 상태 변화에 따라서 납입하는 보험료와 보험금을 재조정할 수 있다. 종신보험은 생활에 필요한 각종 보험을 하나로 묶은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삼성생명의 ‘퍼스트클래스 종신보험’을 예로 들면, 35세 남자가 1억원짜리 보험에 가입하면 사망 또는 1급장해시 1억원, 2~6급 재해장해시 7천만~1천만원을 받는다.(20년납, 월납보험료 11만4천원) 그러나 이는 지극히 단순한 사례로, 개인이 갖고 있는 변수와 보장 내용에 따라 보험료는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종신보험은 회사별로 가격을 단순비교하기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계약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시한부 선고 등을 받았을 때 미리 돈을 지급하는 ‘여명급부 특약’, 사망진단서를 내는 것만으로 사망 당일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후정리 특약’ 등 다양한 특약을 개발하고 있다. 보험금 납입 기간이 길고 한번 가입한 뒤 중도 해지하면 계약자의 손해가 크기 때문에 처음 가입할 때 보험사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