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I의 재정 지원과 선진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KGI조흥증권을 범 아시아 금융기관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지난 6월1일 ‘KGI조흥증권 경영비전 발표식’에 참석차 한국에 온 KGI 운영총괄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 안젤로 쿠(35)는 이같이 말했다. KGI(Koos Group Investment)는 대만 쿠스 그룹 계열의 투자금융 부문 소그룹이다. 안젤로 쿠는 쿠스그룹의 창업자인 제프리 쿠의 둘째 아들.쿠스그룹은 총자산이 3백억달러에 이르는 대만 3대재벌 중 하나로, 대만 최대 시중은행인 중국신탁상업은행이 모기업이다.KGI는 지난 97년 홍콩을 거점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아시아 각국의 금융사를 지속적으로 사들여 짧은 기간동안 큰 규모로 성장했다. 98년 태국의 ‘시큐리티 원 퍼블릭’을, 99년 홍콩의 ‘시파워 시큐리티즈 앤드 퓨처’를 인수하는 등 현재 홍콩 대만 필리핀 태국 등 10여개국에 계열 금융사를 거느리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KGI에는 호재로 작용, 비교적 싼 값에 금융기관을 사들일 수 있었던 셈이다.99년 말 조흥증권을 인수해 국내에 진출했으며 지난 5월18일엔 팍스넷과 전략적 제휴계약을 체결, 조만간 팍스넷 타이완을 설립한다.KGI는 세계적인 투자금융기관을 목표로 삼고 있다. “메릴린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안젤로 쿠의 설명이다. 지금도 인수를 통한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인도 말레이시아 일본 등과도 인수 논의가 오가고 있으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전략적 요충지가 모두 갖춰지면, 대만 홍콩 태국 한국 일본 인도 영국 등을 아우르는 국제금융사로 거듭나 아시아 각국의 고객들에게 종합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쿠 총괄책임자는 현재 ‘다국간 사이버 트레이딩 네트워크 구축’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한국의 트레이더는 직접 대만이나 홍콩 등의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게 된다.“물론 법적 제도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것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홍콩, 대만, 태국은 동일한 웹 트레이딩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 기술적으로 시스템 연결은 당장이라도 가능한 상태입니다.”쿠 총괄책임자는 이를 위해 우선 한국에서는 KGI조흥증권을 세계적 증권사로 만들 계획이다. 연말까지 1백50억원을 투자, 세계적 증권사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금융시장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증권사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증권사 수익이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할 경우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 증권사도 타격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래수수료 40%, 자산운용30%, 기업금융 30% 정도의 비율이 이상적이라고 봅니다.”이같은 방침에 따라 KGI조흥증권은 지난해 전체수익의 61%에 달하는 수수료 비중을 올해 51%로 낮출계획이다.안젤로 쿠는 대만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글로벌 맨이다. “돌잔치 때 상 위에 늘어놓은 물건 중 주판을 집었다”는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 취득 후 메릴린치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다 쿠스 그룹의 금융부문 경영을 맡았다. 그는 “한국에서 사이버 트레이딩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낙관했다.